인이어가 안 들렸던 이유는?
지역 방송작가로서 해볼 만한 프로그램은 다 해봤다. 작가의 수명이 다하기 전에 해보고 싶은 프로그램이 하나 있다면 음악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것이었다. 다년간의 방송가 경력과 페스티벌 덕후로서 디테일한 시스템은 잘 몰라도 프로그램을 잘 구성할 자신은 있었는데, 어찌어찌 꿈은 이루어지고야 말았다. 하지만 현장에서 난관에 부딪힐 때가 많았다. 특히 음향이나 시스템적인 면에서 다른 곳에서 운영하는 방식을 잘 모르니 외부업체들에 휘둘릴 때가 있었고, 무엇이 맞는 것인지 몰라 답답하던 차에 생긴 일이다.
가수들은 무대에서 인이어라는 것을 낀다. 요즘은 워낙 잘 알려져 있어 인이어라고 하면 다들 알고 있지만, 한국어 표기로 'In-ear' 즉 귀 속에 끼는 이어폰을 말한다. 이 이어폰을 통해 가수들은 음향을 모니터 한다. 현장에서는 관객들의 함성과 주변 소음들 때문에 반주나 mr 등을 잘 들을 수 없기 때문에 이 기기를 통해서 음향 모니터를 하고, 이를 인이어 모니터스라고 부른다. 인이어(이어폰)는 맞춤형 인이어 (커스텀인이어)를 사용하는 가수도 있고, 음향팀에서 준비한 인이어를 쓰기도 한다. 그런데, 리허설을 할 때마다 가수들이 무대에만 올라가면 인이어가 끊긴다는 컴플레인을 계속하는 것이었다. 처음 한 두 팀이야 이어폰의 컨디션이나 수음상황에 따라 그런 에러가 생기기도 하기에 조율해 가며 하면 되지만, 리허설을 할 때마다, 녹화를 할 때마다 열이면 아홉 팀이 인이어 문제를 제기하니, 인이어 말만 나와도 모두가 예민해질 지경이었다. 기술적인 문제를 잘 모르는 제작진은 백방으로 원인을 찾았건만 이유를 찾지 못했고, 이어폰을 몇 번이나 바꿔달라 요청도 했지만 달라지지 않았다. 당연히 모니터가 잘 되지 않으니 가수들 역시나 심기가 편치는 않았으리라.
각자의 스트레스로 예민하던 찰나, 그날도 인이어 문제가 발생했다. 도무지 방법을 알 길 없는 우리는 가수에게 미안해 가시방석에 앉은 마음으로 리허설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때 음향팀의 누군가가 귀속말로 속삭였다. 가수들이 왜 자꾸 인이어가 끊긴다고 하는지를 아느냐고? 당연히 그 이유를 알고 싶었던 우리였는데, 이 분은 왜 이제야 말을 하는지 의문이던 찰나,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마음으로 물었다. 도대체 이유가 뭐냐고. 우리는 그날 정말로 소스라치게 놀랄 말을 듣고야 말았다
<사진 출처 :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