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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의 침묵

창조의 고요 속에서 들리는 복음

by 이사벨라


여는 문단


남극의 끝없는 흰 대지 위에서,

인간의 언어는 멈추고 바람만이 말씀을 전한다.

얼음의 깊은 숨결 속에, 태초의 시간이 얼어붙어 있다.

그 침묵은 공허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여전히 말씀하고 계심을 알리는 가장 순결한 소리다.



남극의 침묵


한 방울의 물이 얼음이 되기까지

하늘은 얼마나 오래 기다렸을까

그 기다림 속에 하나님의 인내가,

그 차가운 숨결 속에 자비의 불이 타고 있었다


인간의 발자국이 닿지 못한 곳에서

하나님은 여전히 창조를 이어가신다

바람과 얼음과 시간만이

그분의 손끝에 순종하고 있다


탐욕의 온기가 대륙을 녹이고

바다의 울음이 높아질 때

빙하는 묻는다 —

“너희는 나의 창조를 기억하느냐?”


그러나 그 침묵 속에도

구속의 예언이 흐른다

얼음은 녹아 물이 되고

물은 생명이 되어, 새 땅을 향해 흘러간다


맺는 글


남극의 침묵은 종말의 침묵이 아니다.

그것은 새 창조를 위한 숨 고르기이며,

하나님의 영이 다시 수면 위를 운행하시기 위한 준비이다.

그곳에서 우리는 듣는다 —

“너희는 가만히 있어, 내가 하나님 됨을 알지어다.”


2023년 12월, 남극여행에서 찍은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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