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의 고요 속에서 들리는 복음
남극의 끝없는 흰 대지 위에서,
인간의 언어는 멈추고 바람만이 말씀을 전한다.
얼음의 깊은 숨결 속에, 태초의 시간이 얼어붙어 있다.
그 침묵은 공허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여전히 말씀하고 계심을 알리는 가장 순결한 소리다.
한 방울의 물이 얼음이 되기까지
하늘은 얼마나 오래 기다렸을까
그 기다림 속에 하나님의 인내가,
그 차가운 숨결 속에 자비의 불이 타고 있었다
인간의 발자국이 닿지 못한 곳에서
하나님은 여전히 창조를 이어가신다
바람과 얼음과 시간만이
그분의 손끝에 순종하고 있다
탐욕의 온기가 대륙을 녹이고
바다의 울음이 높아질 때
빙하는 묻는다 —
“너희는 나의 창조를 기억하느냐?”
그러나 그 침묵 속에도
구속의 예언이 흐른다
얼음은 녹아 물이 되고
물은 생명이 되어, 새 땅을 향해 흘러간다
남극의 침묵은 종말의 침묵이 아니다.
그것은 새 창조를 위한 숨 고르기이며,
하나님의 영이 다시 수면 위를 운행하시기 위한 준비이다.
그곳에서 우리는 듣는다 —
“너희는 가만히 있어, 내가 하나님 됨을 알지어다.”
2023년 12월, 남극여행에서 찍은 사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