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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노 Oct 13. 2022

<방구석 일기장> 프롤로그

나를 찾는 여정의 시작


2022.09.12

날씨: 반팔을 입자니 싸늘하고 긴팔을 입자니 땀이 날랑말랑 하는 서늘한 가을 날씨    



#불가지론


나는 불가지론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잘 쓰지 않는 개념이지만 영어로는 Agnosticism이라고 해서 무신론과 유신론의 중간 개념으로 널리 쓰이고 있는 용어이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아직 인간의 지성으로는 신의 유무를 확인할 수 없기에 논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좀 더 세분화하자면: 신은 없다(무신론), 신은 없을 것 같다(무신론적 불가지론), 모른다(불가지론), 신은 있을 것 같다(유신론적 불가지론), 신은 있다(유신론)으로 나눌 수 있다. 각각의 구체적인 내용은 구글링만 해봐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어려운 말 같지만 사실 저 스펙트럼은 '신'이라는 존재에 대한 (기독교에서는 하나님이라고 할 수도 있고, 

다른 종교에서는 알라신, 여호와 등등 종교에 따라 신은 달라질 수 있다) '나'의 생각을 짧게 요약한 단어의 나열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신의 존재의 유무가 아닌, 그것에 대한 '나'의 생각이다.


같은 신을 믿는다고 하더라도, 매 주말 같은 교회에 나가서 같은 목사님의 설교를 듣는다 하더라도, 또는 절에 나가 같은 불상에 절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 어떤 형태의 같은 종교적 행위를 한다고 할지라도, 개인마다 받아들이는 느낌이나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각각의 사람마다 다른 신앙을 갖게 된다.


#설득


그렇게 때문에 같은 기독교라고 할지라도, 개인의 해석에 따라, 장로교, 침로교에서 신천지까지 다른 교리가 생겨나고 다른 믿음이 생겨난다. 사람들은 '신'을 믿는다고 말하지만 사실 그 '신'을 믿는 '나의 생각'을 믿는다. 쉽게 말해서, 신을 믿는 '나'에 대한 믿음이다. 무신론자는 '신'을 안 믿는 자기 자신을 믿고, 불가지론자는 '신'에 대해서 아직은 잘 모르겠다는 자신을 믿는다.


기독교에서는 내가 믿는 신을 남들도 믿게 하려는 행위를 전도 또는 선교라고 부른다. 지하철에서 마치 세상에다가 시위하는 마냥 '예수천당 불신지옥'이라는 팻말을 들고 소음 공해를 발생시키는 행위도, 동네 상가 앞에서 물티슈를 나누어 주며 '교회 다니세요'라는 말을 하는 행위도, 결국 바꾸어 말하면 "신 또는 종교에 대한 '나'의 믿음을 당신도 믿어주세요"라고 설득하려는 행위이다.


그래서 '나'에 대한 믿음, 생각이 옅은 사람일수록 그러한 포교 행위에 넘어가기 쉽다. 단어가 부정적으로 들릴지는 몰라도, 사실 전도, 선교, 포교 등 남을 '설득'한다는 점에선 일맥상통한다. 기업이 서비스나 재화를 팔기 위해 마케팅을 하는 것도 결국 '설득'이고, 학교에서 우리가 배우는 과정도 결국 교육 시스템이 개개인을 '설득'하는 행위이다. 이처럼 우리 모두는 '내'가 옳다고, 또는 좋다고 생각하는 것을 남에게 '설득'하길 원한다.


리처드 도킨스의 표현을 빌려 '이기적 유전자' 때문인지, 또는 단순히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기 위한 인간의 본능적인 움직임인지, 또는 다른 무엇인지는 많은 의견이 존재하지만, 그 원인이 어떠하든지 우리는 설득하고, 설득당하는 과정 속에 살고 있다. 


#'나' 알아가기


대부분의 경우, 가장 효율적인 설득 방법은 직접 경험이다. 그다음으로 효율적인 것은 많은 사람들의 직접 경험 후기이다 (간접 경험). 예를 들어서, 어떤 물건이 좋은 지 제대로 알려면 그 물건을 직접 써봐야 한다. 또는, 다른 사람들이 직접 사용해 본 후기를 들어봐야 한다. 어떤 음식이 맛있는지 알기 위해서는 그 음식을 직접 먹어봐야 한다. 내가 안 먹어본 음식을 경우, 우리는 많은 사람들이 맛있다고 말한 음식을 먹는다.


종교나 신앙도 마찬가지이다. 기독교로 예시를 들자면, 대부분의 경우 기도, 예배, 또는 일상의 한 순간에서 '예수님을 만났다'라고 표현한다. '내'가 직접 만났기 때문에 믿는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나'의 생각이나 믿음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남을 '설득'할 수 없다. 어느 누가 본인도 확실하지 않은 믿음에 설득당하겠는가. 내가 써보지도 않은 물건이나 먹어보지도 않은 음식에 대한 후기를 남길 수 없듯이, 남을 설득하려면 우선 '나'를 직접 경험해야 한다.


'나'를 직접 경험한다는 것은 단순히 태어났기 때문에 살아가는 것이 아닌, 나를 탐구하고 알아가는 과정이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잘하는지, 무슨 꿈을 가지고 있는지, 삶의 목적은 무엇인지, 주변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주변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이길 원하는지, 진짜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나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을 때, 나를 알리고, 내가 믿는 신을 알리고, 내가 만든 창작물을 알리고, 내가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알리고, 내가 만들어가고 싶은 세상을 알릴 수 있다.


남을 설득하기 전에 나부터 알아가는 것은 어떨까.


나의 첫 프로젝트.

'나'를 알아가기의 시작.

<방구석 일기장>.

오늘부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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