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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너바스 이실장 Nov 18. 2024

꿀벌 경비 할아버지의 설움과 눈물

베짱이는 살아있다 19화

베짱이의 지난 인생이 궁금하다면~

https://brunch.co.kr/brunchbook/grasshopper


나 베짱이가 메이크 할 꿀벌빵의 소중한 재료인 꿀과 꽃가루를 얻기 위해 꿀벌집을 찾아 나섰다. 아직 벌레사회에 내비게이션이 개발되지 않아 내가 직접 돌아다니며 꿀벌집을 찾아야 했다.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며 벌집이 어디 있나 찾아보며 걸었다. 반나절 정도 걸어가니 큰 나무 위에 큰 벌집이 보었다. "그래. 거래를 하려면 큰 곳과 하는 게 좋지. 믿을만하잖아!"


나는 벌집 앞에 서 있는 경비벌에게 밝게 인사를 했다. 그 경비벌의 험상궂은 인상이 나에게 위협감을 주었다. 하지만 '웃으며 인사하는 놈에게는 침을 뱉지 않는다'는 옛말이 있다. 인사는 관계의 시작이다. 초면에 너무 치근대면 실례이지만 적당한 한두 마디 나누는 것은 서로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무심하게도 경비벌은 메뚜기 같은 녀석이 왜 왔냐며 잡상인 대하듯 한다. 역시 맨땅에 헤딩하는 영업은 힘들다. 대부분의 벌레들은 자신에게 필요치 않으면, 냉대한다. 그 냉대를 뚫고 밝은 얼굴을 하며 물건을 판매하거나 구매하는 것이 영업직의 어려움이다. 

나는 여왕벌님과 '꿀에 대한 거래와 협상'을 하기 위해 왔다고 말했더니, 여긴 장수말벌집이라고 한다. 꿀 같은 것은 취급하지 않는다고 경비벌이 무섭게 말한다. "산채로 조각조각 내어 잡아먹히기 전에 빨리 꺼지라고" 한다. 헉! 큰일 날 뻔했다. 벌집도 여러 종류가 있다. 내가 참 생각이 없었다. 


'아무 데나 벌집이라고 들어가면 안 되겠어'


나는 다시 꿀벌집을 찾아 나섰다. 저 앞의 나무 그루터기를 몇 개 넘고 보니, 꿀벌들이 꿀을 열심히 나르는 모습이 보인다. 꿀벌이나 개미들이나 놀지 않고 너무 열심히 일만 하다 보니, 성실하고 근면한 벌레의 대명사가 되었다. 나는 드디어 찾았다. 여기는 꿀벌집이 분명하다. 꿀벌집 정문 앞에 나이 든 꿀벌 경비 할아버지 두 마리가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나는 꿀벌집 경비 할아버지에게 꿀벌여왕님을 만나러 왔다고 말했고, 이유는 꿀을 거래하기 위해 왔다고 말하니 잠시 기다리라고 하면서 그 경비할아버지는 벌집 안으로 들어갔다. 옆에 있던 다른 꿀벌 경비 할아버지가 뭐 하러 왔냐고 묻길래, (나는 분명 말했는데, 이 할아버지는 귀가 잘 안 들리나 보다)


"신선한 꿀과 꽃가루를 구매하고 싶어 왔어요."

"메뚜기가 꿀을 어디에 쓰려고 구하는 거냐?"

"꿀벌빵을 만들어 판매하려고 하는데, 좋은 꿀과 꽃가루가 필요해서요"

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꿀벌경비 할아버지가 우리 집 꿀은 순수 유기농으로 특수 농축 저장고에 숙성하고 있으며 그 꿀은 건강에도 좋고, 미용에도 좋고, 맛이 아주 탁월하다며 주저리주저리 자기네 꿀자랑을 많이 늘어놓는다. 나이 드신 분들은 왜 이리 말을 많이 하는 걸까? 자기네 꿀만 먹으면 모든 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나에게 과장홍보까지 하고 있다. 


잠시 기다리자 꿀벌 여왕님께 면담 신청을 하러 갔던 경비 할아버지가 헉헉 거리며 달려오더니, "지금 여왕님께서 열심히 알을 낳는 중이어서 오늘은 만날 수 없단다. 여왕님께서 내일 오라고 하시니 내일 오너라"하며 나를 돌려세운다. 자영사업이 참 힘들다. 어떻게든 좋은 재료를 얻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 해야 하다니. 나는 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다음날이다. 나는 한참을 걸어서 다시 그 꿀벌집에 도착했다. 이번엔 경비 할아버지에게 줄 피로회복제도 두병 챙겨갔다. 인생에 공짜는 없는 거야. 경비아저씨에게 잘 보여야 꿀벌 여왕님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영업을 매끄럽게 하려면 기름칠도 필요한 법이다.


꿀벌집 앞에 나이 든 꿀벌 경비할아버지 두 마리가 서 있다. 그런데, 어제 봤던 경비할아버지들이 아니네? '뭐지? 하루 만에 경비할아버지가 그만 두신 건가?' 내가 경비할아버지들 앞에 나타나자 나를 경계를 한다.


"누구냐 넌? 여기 뭐 하러 왔냐?" 전날의 경비할아버지들보다 고약해 보인다.

"안녕하세요. 저는 좋은 꿀을 구매하기 위해 소문을 듣고 먼 길을 온 천재 메뚜기 베짱이입니다. 여왕님을 좀 만나 뵐 수 있을까요?"


그러면서 피로회복제를 한 병씩 드렸다. 그랬더니 경비 할아버지들의 경계심이 좀 풀렸다. 그리고 꿀벌 경비할아버지 한 마리는 여왕님께 보고 드리러 갔고, 남은 경비할아버지가 자기네 꿀이 몸에 좋다고 또 이런저런  자랑을 늘어놓는다. 이 할아버지들도 말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어제 할아버지도 말이 많았었는데 말이다. "저는 어제도 여왕님을 만나러 왔었는데, 알을 낳는 중이라고 하셔서 만나지 못했어요. 오늘 다시 오라고 하셨는데, 경비 할아버지가 바뀌었나요?" 여쭤봤더니 경비직이 격일제 2교대라고 한다. 전날 경비를 섰던 꿀벌 할아버지들은 오늘은 쉬고, 내일 다시 근무한다고 하면서 경비직이 너무 힘들다고 눈물을 흘리며 나에게 푸념을 늘어놓는다. 가슴이 찡해 온다. 

박봉에 일은 힘들고, 격일제 근무라 하루 날을 새면 다음날은 너무 피곤해서 못 일어난다고. 근무를 하면서도 벌집 안에 있는 많은 민원들을 해결하고, 벌집 앞에 청소도 하고, 쓰레기 분리수거도 하고, 주차관리도 하고, 택배관리도 하면서 열심히 하루종일 일만 하지만, 툭하면 여왕님께 욕을 먹는다고 한다.

자기도 젊었을 때는 여왕님의 총애를 받으며 꽃가루 채집부의 관리부장까지 했었는데, 나이가 들어 찬밥대우 신세가 되었다고 한탄한다. 나이가 들었더니 몸도 예전 같이 않다고 한다. 여기저기 쑤시고, 아프고, 질긴 음식을 먹기도 힘들고, 몸에 안 아픈 곳이 없다고 하소연을 한다. 마음도 항상 불안하여 언제 어떻게 여왕님의 눈총을 받아 조직에서 퇴출될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삶을 살고 있다고 한다. 안타깝다. 이 분들도 젊었을 때는 열심히 살았을 것이고, 잘 나갈 때도 있었을 텐데(젊었을 때는 누구나 잘 나가는 시기가 적어도 한 번씩은 있었을 것이다)...... 나이가 들어 자산을 모아 놓지 않으면 이런 대우를 받으며 경비직이라도 감지덕지하며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인간들도 마찬가지다. 나이가 들어 60세가 넘어도 자산을 만들어 놓지 못하면 궂은일을 해서라도 돈을 벌어 생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자본도, 기술도 없는 나이 많은 고 연령층은 할 만한 일이 많지 않다. 아니다. 할 수 있는 일도 많고, 의욕도 넘치지만 나이 든 자신을 고용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나마 할 수 있는 일이 저임금의 경비직이다. 경비직은 특별한 경험이나 기술이 필요하지는 않다. 하지만, 경비직이라도 하려고 하는 어르신들은 많지만, 일자리가 많지 않은 데다 인공지능의 발달로 노인들이 할 수 있는 경비직 일자리마저 줄어들고 있다.


필자인 내가(베짱이 아님) 인재파견회사에 다녔을 때 경비직을 관리했었다. 빌딩 경비직을 한 명 채용할 때에는 굳이 잡사이트에 유료광고를 할 필요가 없다. 노동부 무료 구직 사이트인 워크넷에만 채용 공고를 올려놓아도, 어르신일자리센터에서 이력서를 다량으로 보내준다. 또한 보훈처, 장애인공단에 공문을 보내면 이력서를 많이 보내준다. 팩스로 받은 이력서가 100장 정도 된다. 많은 이력서 중에 64세 이상자는 불합격 파일에 넣는다. 그게 반정도 된다. 장애인 공단에서 6등급 받은 어르신이 경비직 채용 1순위다.(기업이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채우지 못하면 장애인분담금을 세금으로 내야 하기 때문이다) 나머지 반정도의 이력서를 가지고 선별을 하는데 우리가 알만한 기업의 임원이나 높은 직급의 경력 있는 분들도 많다. 그런 분들은 불합격 파일에 넣는다. 어렵고 힘든 일을 꿋꿋하게 오래 하셨던 분들이 서류전형에서 통과가 되어, 이력서 5~6장 정도 추려 경비대장에게 보내고, 면접안내를 하면 경비대장이 직접 면접을 본다. 건강에 특별한 이상이 없고, 성격이 고집스럽지 않으며, 억울한 일도 잘 참아 낼 수 있는 분이 합격이 되어 입사가 진행된다. 그분의 범죄경력을 경찰서에 의뢰하여 조회하고 채용검진을 진행하여 문제가 없으면 입사가 된다. 

100:1의 경쟁률을 뚫고 빌딩 경비직에 들어가면, 힘들게 입사한 만큼 보람을 느끼면서 남은 인생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을까? 아니다. 경비직은 강한 조직사회다. 경비대장의 말 한마디에 생사가 달려있다. 군대에 다시 입대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선임의 한마디는 무시할 수 없고, 동작도 빠닥빠닥 움직여야 한다.(경비 조직 내에서도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갑질이 있는 것 같다). 20년이나 어린 관리직원인 나에게도 거수경례를 올려붙인다. 찍히면 몇 달 근무할 수 없다. 근로계약을 6개월 단위로 하기 때문이다. 경비직이 순찰등의 경비근무 외에도 주차관리, 쓰레기 분리수거, 택배관리, 건물 주변 청소까지 해야 한다. 입주민이 시설보수나 관리까지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근무는 격일제 근무다. 하루 밤샘 근무를 하고 아침에 퇴근하여 쉰다. 밤낮이 바뀐 생활은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도 많이 힘들다. 잠시 쉴 수 있는 휴게공간은 열악하고(보통 악취가 심하다), 휴게공간 마저 없는 곳도 있다. 식사는 밥값을 아끼기 위해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닌다. 급여는 최저시급이고, 실제 근무시간이 근로계약서와 다르다.(근로계약서상 근무시간을 줄이고, 휴게시간을 늘려 급여를 줄인다) 그런 부당한 대우와 억울함이 있어도 얼마 안 되는 월급을 받기 위해 하소연할 곳조차 없다. 뉴스에도 가끔 나오지 않는가? 입주민들의 갑질과 욕설과 폭행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다. 입주민과 건물주의 갑질은 뉴스에 나오는 것은 일부에 불과하다. 억울함을 견디며 일하고 있는 경비할아버지들이 많다. 그래도 경비직 할아버지들이 구직을 못하고 길거리의 종이박스를 수거하여 재활용센터에 가져가는 할아버지들 보다는 나은 편이다. 재활용센터에서는 종이박스 1Kg당 80원 쳐준다. 하루종일 리어카에 폐지 100kg을 모아도 8000원이다. 한 끼 밥값 수준이다. 그래서 우리나라가 OECD국가 중 노인빈곤율 1위, 노인자살률 1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까닭이다. 앞으로는 노인빈곤율과 자살률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예상된다.

폐지 수거 노인

경비직으로 요구하는 연령대도 점점 내려가고 있으며, 여러 가지 조건들을 요구하고 있다. 앞으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는 한국 사회에서 모아놓은 자산이나 특별한 기술이 없다면, 나이 많은 어르신들은 하루하루 연명하는 힘든 삶을 살아나가야 할 것이다. 




한참 경비할아버지의 푸념을 듣고 있는데, 꿀벌여왕님께 갔아온 경비할아버지가 돌아왔다. 꿀벌여왕님이 어제 너무 많은 알들을 낳아 산후조리 중이라고 한다. 지금은 곤히 잠드셔서 오늘은 만날 수 없다고 한다. 나는 어쩔 수 없이 턱벅터벅 집으로 돌아왔다.


실의에 차서 집에 돌아오니, 나비 마누라 나불나불이가 아들 키우는데 돈 들어갈 곳이 아니 식량이 들어갈 곳이 많다고 나불나불 덴다. 갑갑하다. 내 매장이 아직 오픈도 못했고, 지금 식량벌이도 못하는 데다 내가 어제오늘 어떤 일을 겪었는지 관심도 없고, 나에게 그런 말들을 늘어놓는다. "고생했어 여보~" 한마디가 없다. 나비 마누라가 너무 이기적이다. 어깨가 점점 더 무거워지고 한숨만 늘어간다. 내가 누구를 위해 이렇게 고생을 해야 하는 것일까? 결혼하지 말고 혼자 살걸 그랬나? 살짝 후회도 되지만, 우리 아들 포카칩을 생각하면 더 이상 이런 못난 생각을 하면 안 되었다.


다음화에 계속~



이너바스 이실장이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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