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려도 꺾이지 않기 위해 결심하는 것
“한국에서는 좋아하는 사람이 결혼하면
좋아하기를 중단합니까? “
영화 헤어질 결심 속 서래가 한 말이다.
어눌한 말투와는 달리 확신의 눈빛을 빛내며 건네는 그녀의 말에 숨을 죽일 수밖에 없었다.
나는 헤어질 결심을 N번째 보고 또 봤다.
내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던 그 말이
가슴속 깊이 내리 꽂혔다.
서래의 눈빛은 나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너는 중단할 수 있니?‘
결론적으로 서래는 그의 기억 속에 영원히 남기 위해
스스로 미제사건이 되어버렸다.
마지막 장면에서 참을 수 없이 눈물이 솟아 나왔다.
그녀가 가진 것은 그의 마음이었을지 몰라도
그녀 그 자신을 잃었다.
사랑이란, 존재하지 않으면 잊히는 법이다.
그것이 아무리 강렬하고 끝이 없었다 하더라도
결혼하면 흔들리지 않을까?
아니다.
오히려 그 흔들림은 더욱 강렬하게 느껴진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뱃멀미 같은 구역질을
몰래 토해내야 한다.
말할 수 없어 야위어갔다.
내 옆에 가장 행복한 것들이 있음에도
그것을 만끽하는 기쁨을 느낄 수 없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 사실을 직시한 이후
흔들리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이제 나는 그를 완전히 잊었다.
그가 갑자기 나타난데도 그저 반갑고,
그 이상은 아닐만큼 견뎌냈다.
이렇게 나는 나의 가정을 지키고,
그와의 친구관계를 지키고,
그리고 내 마음을 지켰다.
돌아보니 지키고자 하는 것이 사랑이었다.
그래서 남편을 지독하게 사랑했고,
그를 또 오래도록 보고싶은 이 마음도
다른 색깔의 사랑임을 인정한다.
몇 년간 갑작스레 그와 연락을 끊었다.
이유를 말할 필요도 없었다.
지난 몇 년간 나와 내 가정에 집중하기 위해 노력했다.
5년 전 내가 처음으로 이 사람에게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구나 느꼈을 그때.
그에게 달려가서 내 마음을 털어놓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마음만 시커멓게 잿덩이로 만들고 있었던 것
제일 잘한 일이었다.
그러다 우연히 그를 마주쳤을 때,
“야, 너 왜 이렇게 연락이 없었어?”라고
툭하고 던진 말에
“그냥 “ 하고 웃어버리며 재를 털어냈다.
어쩌면 아무 말 없이 잠수 타버린 나의 마음을
그도 눈치챘을 것이다.
하지만 서로 알고 있음을 드러내지 않고 멀어짐으로 우리는 지켜왔다. 지난 시간과 추억들을.
결혼해도 흔들린다.
하지만, 내가 사랑할 것들을 선택해야 한다.
잠깐 봄바람이 스치듯 일렁임이 있었지만
지금 나에게 찾아온 평화에 기대어본다.
그에게 연락해보고 싶은 소식을 들었다.
하지만 먼저 연락하지 않고 참아내는 것으로
이 평화가 오래 지속되기를 바라본다.
너도, 다시 행복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