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에 고민하는 게 진짜 하찮네,
이왕 이렇게 된 김에 언제가 하려고 생각했던 전업 프리랜서에 도전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생각만 하고 있었던 터라.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도저히 감이 오지 않았다(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책만 읽다가 한 달이 넘는 시간이 지났다.
자기 계발서, 성공 관련 도서를 읽을 때마다 결론은 하나로 귀결 됐다.
행동하기.
단, 정확한 목적과 목표를 가지고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작정 하는 행동은 의미가 없다고 한다. 그걸 알고 나니 도저히 아무것도 할 수 없어졌다. 그래서 한 달 내도록 책만 읽었다. 일종의 도피였다. 삼십 대 초반은 아직 젊은 나이라는데, 삼 심대 초반에 뭘 하고 살아야 할지 모르겠는 내 삶도 아직 젊은 나이라고 해도 될까? 잘 모르겠다. 한 번 회사에서 잘리고 나니 곧장 이직할 마음도 들지 않았다. 회사가 평생직장이 아니라는 생각은 원래 하고 있었지만, 당일해고를 경험하니 또 다른 감정의 소용돌이 한가운데 있는 기분이다.
20대 초중반에는 분명 나하나 먹여 살리기 어렵지 않은 사회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나하나 먹여 살리기도 어려운 세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주변 사람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고, 내 가족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나 혼자 알아서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세상이 오긴 오는 걸까?
하고 싶은 게 많았는데, 막상 할 수 있는 순간이 오니 자신이 없어졌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돈이 되는 것도 아닌데, 지금 이걸 하는 게 맞나? 하는 고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 시작했다. 돈은 인생의 전부가 아니지만, 내 삶이 행복하려면 최소한의 비용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최소한의 비용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인생이란 참 알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는 이 참에 본가로 들어와 푹 쉬라고 하셨는데, 집 계약을 이미 연장해 버린 시점이라 이 집을 놔두고 본가로 올라가기도 애매해졌다. 어쨌든 2년은 여기서 더 버텨야 한다는 얘기. 숨만 쉬어도 돈이라는 걸 이미 배워버렸는데, 이제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지 감조차 오지 않는다. 그래도 뭐, 알바라도 하면 굶어 죽지는 않겠지. 알바를 구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참에 귀농한 아빠한테 잠시 내려가 있을까? 생각하기도 했다. 귀농하면 청년 혜택이 많다던데.
삶은 살려고 아등바등 노력할수록 더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로 빠지는 것 같다. 조금 살만한가? 싶어지면 또 다른 불행이 꼭 나를 찾아와 내 삶을 조금 더 힘들게 바꿔놓는다. 누군가는 이게 삶이라고 말한다. 법륜스님의 강의 중 누군가가 "나는 왜 태어났는가?"를 법률 스님에게 물었더니
그건 잘못된 생각입니다.
태어났기 때문에 이유가 있는 겁니다.
라고 답변해 주신 내용이 있다. 내가 태어난 것 자체가 그 이유이며, 내가 태어났기 때문에 삶에 이유가 생긴 것이라는 답변. 삶에 이유가 있어서 태어난 것이 아니라 내가 태어났기 때문에 삶은 이유가 생긴 것이다. 나만의 기준으로 행복을 찾고,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찾는다면 그게 태어난 삶의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