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그타르트를 좋아하시나요?
파스테이드 드 벨렝 Pastéis de Belém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에그타르트가 좋았다.
따뜻하고 바삭한 패스츄리에 담긴 부드럽고 달콤한 크림. 한 입 베어 물면, 세상 우울한 모든 것들이 다 사라지는 기분이다. 따뜻한 에스프레소 한 잔과 에그타르트 하나면 꽤나 퍽퍽한 현실도 뭐 살만하다 싶어 진다.
한국에서는 제주 아줄레쥬에서의 에그타르트가 최고였고,
마카오에서는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이 신학수업을 받던 콜로안빌리지? 안에 있던 오래된 에그타르트 가게가 비교불가 우위였다.
리스본의 벨렝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 모든 에그타르트의 원조 격이 되려나. 제로니무스 수도원의 옷을 세탁하는데 계란 흰자만 써서 남아도는 계란 노른자를 처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에그타르트, 나타.
에그타르트를 사랑한다면, 꼭 이곳에 가보시라 말하고 싶다.
금강산도 식후경. 나타 먹고 벨랭 유람.
벨렝지구에서는 제로니무스 수도원을 보고 벨렝타워를 가면 된다.
그 사이에 커다란 정원도 있고 Museum of Contemporary Art 같은 멋진 현대식 건물도 있다.
제로니무스 수도원
벨렝타워
이곳에 맨 아랫칸은 죄수들의 감옥이었다고 한다. 썰물일 때는 괜찮았겠지만, 밀물일 때는 목 위로 물이 차올라 죽음의 위협을 느꼈다고 한다. 알카트라네즈 감옥보다 더 무서운 곳이다.
아무런 사전 공부도 없이, 에그타르트 하나 먹으러 온 게으름뱅이 여행자.
오래된 이곳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하나하나 담겨있을 테고, 그 어느 것 하나 흘려버릴 것이 없었겠지만,
게으르고 무식한 나는 어느 것 하나 담지는 못하고 스쳐지나기만.
어느 흐린 겨울날, 그 사람들이 지나갔던 무거운 돌에 우리 손길도 잠시 얹어본다.
세상은 참으로 넓고,
그 어느 것도 세세히 다 담지는 못하지만.
나타 한입 가득.
그것만으로도 이 보다 더 좋을 수는 없지.
As good as it ge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