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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jin Feb 14. 2024

[PT-Lisboa] 리스본에선 매일매일 나타를

에그타르트를 좋아하시나요?

파스테이드 드 벨렝 Pastéis de Belém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에그타르트가 좋았다.

따뜻하고 바삭한 패스츄리에 담긴 부드럽고 달콤한 크림. 한 입 베어 물면, 세상 우울한 모든 것들이 다 사라지는 기분이다. 따뜻한 에스프레소 한 잔과 에그타르트 하나면 꽤나 퍽퍽한 현실도 뭐 살만하다 싶어 진다.


한국에서는 제주 아줄레쥬에서의 에그타르트가 최고였고,

마카오에서는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이 신학수업을 받던 콜로안빌리지? 안에 있던 오래된 에그타르트 가게가 비교불가 우위였다.

리스본의 벨렝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 모든 에그타르트의 원조 격이 되려나. 제로니무스 수도원의 옷을 세탁하는데 계란 흰자만 써서 남아도는 계란 노른자를 처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에그타르트, 나타. 


에그타르트를 사랑한다면, 꼭 이곳에 가보시라 말하고 싶다.

거칠 것도 없이 소박하나, 원조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주는 나타



금강산도 식후경. 나타 먹고 벨랭 유람.

벨렝지구에서는 제로니무스 수도원을 보고 벨렝타워를 가면 된다. 

그 사이에 커다란 정원도 있고 Museum of Contemporary Art 같은 멋진 현대식 건물도 있다.


제로니무스 수도원

제로니무스 수도원이다. 멋진 건물인데 아무 공부도 안한 무식쟁이 눈에는 그저 아름다운 건물. 포르투갈 곳곳에 이처럼 아름다운 수도원이 많다.

벨렝타워

이곳에 맨 아랫칸은 죄수들의 감옥이었다고 한다. 썰물일 때는 괜찮았겠지만, 밀물일 때는 목 위로 물이 차올라 죽음의 위협을 느꼈다고 한다. 알카트라네즈 감옥보다 더 무서운 곳이다.

슬프지만 아름다운 곳. 샌프란시스코를 바라보는 알카트라네즈가 생각나는 곳



                    


아무런 사전 공부도 없이, 에그타르트 하나 먹으러 온 게으름뱅이 여행자.

오래된 이곳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하나하나 담겨있을 테고, 그 어느 것 하나 흘려버릴 것이 없었겠지만,

게으르고 무식한 나는 어느 것 하나 담지는 못하고 스쳐지나기만.

어느 흐린 겨울날, 그 사람들이 지나갔던 무거운 돌에 우리 손길도 잠시 얹어본다.


세상은 참으로 넓고, 

그 어느 것도 세세히 다 담지는 못하지만.

나타 한입 가득. 

그것만으로도 이 보다 더 좋을 수는 없지. 

As good as it ge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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