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 입문기
'백세시대에 마흔은 아직 애기지'
라는 막연하고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이력서를 써 내려갔다.
역시 이력서는
자기애가 충만하고 자신감이 하늘을 찔러야 그럴듯하다.
하지만 육아라는 인생의 제2막을 살아가는 나에게
전에 있던 경력은 아무짝에도 소용이 없었다.
가지고 있던 지식 모두 변해가는 강산과 함께 발맞추어 날아가버렸고,
나 혼자 집에서 아이 둘과 씨름하며
세상을 등지고 있었으니까.
그러다 보니 사회로 나가는 자체가 두려워졌다.
내가 없을 때 내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어쩌지?
내가 적응하지 못하면 어쩌지? 잘 해낼 수 있을까?
걱정과 바닥 치는 자신감이 점점 더 나를 겁쟁이로 만들었다.
그러다 문득 든 생각.
맞다, 나 마흔이지
불혹, 미혹되지 않는 꿋꿋한 나이.
아이 둘 육아에 맷집이 생겨 어떤 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세상 살다 보면 듣는 모진 말에 단련도 되었고
반만 듣고 흘려듣는 연습을 충분히 해서 그런가
웬만한 일엔 초연하게 대처할 자신도, 이해할 준비도 되어있다.
물론 그 자신감에 대한 근거는 없다.
그래서 홀린 듯 위치가 가깝고 내가 사랑했던 까페에 당당하게 완성된 이력서를 제출했고
어찌하다 보니 면접까지 보게 되었다.
그 어느 때보다 반짝이는 눈으로 나의 의욕을 보여드렸고
최선을 다해 좋은 분위기 속에서 면접을 마쳤으며,
오늘 내로 연락 준다는 대표님의 말씀에 확신했다.
'나 일할수 있겠어'
하지만 오늘 내로 준다는 그 연락은 오지 않았다.
미친 듯이 핑계를 찾기 시작했고 조바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훗, 인간의 마음이란.
그래, 역시 마흔은 좀 많지
아마 젊은 친구들이 아줌마랑 일하기는 좀 어렵고 힘들 거야
내가 너무 자신감에 차있었나
알바 자리 하나에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든다.
그도 그럴 것이,
근 십수 년 만의 알바니까.
그렇게 오만가지 생각과 잡생각으로 밤을 보내고
머리를 식히러 운동하려고 하던 찰나
'오늘부터 가능한가요'
라는 마음이 울리는 문자에
미소가 번지고 잡념이 사라진다.
인생 2회차를 얻은 기분이다
참으로 감격스러운 순간이다. 이 얼마만의 출근이야.
마치 심폐소생으로 새 생명을 얻은 기분이다.
젊은 친구들이 일하는 공간에
아줌마를 초대해주니 얼마나 감사한가.
민폐가 되어서 안될 텐데 조바심,
일은 진짜 가리지 않고 잘할 수 있는데 의욕충만,
새로 시작하는 일에 대한 설렘
만 가지 생각이 교차하는 가운데
나는 이제 출근하는 알바생이되어 즐거운 마음으로 문을 나선다.
잊지 않아야지.
미혹되지 않는 나이.
흔들리지 말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