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행복하게 하는 찰나의 것들
사람의 얼굴이 전부 다르게 생겼듯,
각자가 가진 행복의 모습도 전부 다른 모습일 것이다.
어떤 이의 행복은 사람의 관계 속에 있고, 어떤 이의 것은 홀로 거닐며 마시는 공기 속에 있다.
또 어떤 이의 행복은 가족들과 하하호호 웃는 소리에도 있고, 홀로 고요히 맥주와 함께 보는 유튜브에도 있다.
사람의 성격에 따라, 생각에 따라 행복의 모습과 종류는 참으로 다양해서 뭐가 행복이다라고 정의 내릴 수도 답도 없는데 다들 중요하다 행복해라 덕담을 주고받는다. 그 누구도 직접 본 사람은 아무도 없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은 확실히 존재하며 절대 멀리에 있지 않다.
10년 전 나에게 행복은
아이들이 잠든 후 혼자 인터넷을 하며 재미있는 글에 소리 죽여 웃던 시간이었고,
5년 전 나에게 행복은
아이들이 세상을 배우고자 등교 내지는 등원을 보내고 나서 홀로 마시는 향긋한 커피 한잔이었다.
지금 나에게 행복은..
건강을 위해 시작한 운동 후에 마시는 진한 아이스 라떼.
(사실 이 운동 후 라떼를 마시기 위해 정말 죽어라 운동하는 듯하다. 마른땅에 진득한 사골맛 비료 주는 그런 맛? 깊게 들이마시는 그 첫 한 모금의 향기와 맛을 느끼는 그 찰나를 느끼기 위해서 그렇게 땀을 낸다. )
모두들 그 시간을 위해서 사는 것처럼, 그 찰나를 누리기 위해 힘든 일과, 힘든 직장, 육아, 가사노동을 참아 견뎌낸다. 역시 노동의 열매는 꽤나 달달한 법이다.
이런 소중한 내 시간이 있어야, 힘든 일과를 이겨내고 견뎌 낼 희망이 보인다.
나만의 행복이 있어야 좀 덜 화가 나고, 덜 조급해지고, 내 마음의 공간도 생긴다.
나는 십 년의 독박 육아. 가사노동을 그 찰나의 행복한 줄만을 붙들고 견뎌냈다. 확실히 효과가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행복은 작고 소중해야 제 맛이라는 것이다.
그 행복한 찰나의 시간이 길면 길어질수록, 커질수록 빛을 잃어가기 시작한다. 그야말로 뻔한 일상이 되어버린다. 혹자는 배부른 소리 하고 있네라고 비웃을지도 모르지만, 확실히 흥미를 잃게 된다.
그토록 맛있는 커피도 두잔째 부터는 느끼는 맛과 향이 다르다.
수요 공급의 법칙이 여기에도 존재하는 건가.
희소해야 가치를 인정받는 것은 어쩌면 인간의 어쩔 수 없는 본능과도 같은 심리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너무 멀리에 있지도 않다.
내 행복은 저 멀리 태평양 건너야 나오는 섬 하나에 있지 않다.
그저 아침에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식탁에서의 맥심 한잔,
운동 후 마시는 커피 한잔, 고요하게 예쁜 꿈을 꾸는 아이들의 잠든 후 모습.
정신 차려보면 어느새 내 옆에 다가와있다. 보지 못했다면 내가 그냥 지금 마음의 눈을 감고 있는 거겠지.
이제 마음의 눈을 뜨고 찾아보자. 내가 뭘 해야 즐겁고 재밌고 행복한지.
운동, 커피, 산책, 건전한 알코올음료, 소소한 간식 속에도 나만을 위한 행복은 반드시 존재한다.
물론 눈에 보이진 않지만 내 기분에게 물어보면 알 수 있다.
세상에 가장 중요한 것들은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기분은 알고 있다. 내 마음은 잘 알고 있다.
작고 소중한 내 시간, 내 행복을
찾아냈다면 그를 계속 작고 소중하도록 아껴주면 될 일이다.
이 글을 읽는 모든 이가
지금 이 순간 마음의 눈을 번쩍 뜨고 '찾았다'를 외치며 살짝 미소 지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