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병우 Aug 06. 2024

털팔이의 에피소드

주차장에서 생긴 일

얼마 전에 집사람과 함께 승용차로 외출했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먹거리를 사기 위해 동네 대형 마트에 들렀다. 주차장은 평소보다 한산해서 널찍한 공간에 주차를 하고 매장으로 들어갔다. 피로에 지친 집사람은 차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나는 집사람이 주문한  먹거리를 사들고 서둘러 차로 돌아갔다.

차의 운전석 문을 열고 자리에 덜썩 앉는 순간 의자가 푹 꺼지고 느낌이 이상했다. '이게 뭐지?' 순간 뭔가에 홀린듯 하고 모든게 헷갈렸다. 운전하는 사람은 자신의 운전석에 미세한 변화가 있어도 예리하게 느껴진다.


"여~보 ~!",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차 바깥에서 집사람의 비명같은 외침이 들렸다. 순간 내가 남의 차에 잘못 탔음을 직감하고 얼른 차에서 내려 주위를 살펴보니 집사람은 바로 왼쪽의 내 차 조수석 창에서 내다보고 있고 그 차 주인은 자신의 차 조수석 옆에 서서 담배를 물고 있었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제 차인 줄 알고 헷갈렸습니다." 그는 나를 보고 싱긋 웃었다.  내가 주차를 할 때는 없던 차가 그 사이 내 차 바로 옆에 주차를 하고, 차 문을 잡그지 않았던 것이다. 하필이면 그 차가 나의 차와 꼭 같은 모델이었다.

"세상에 이럴 수가 있나~. 이제 마누라도 못알아 보는 거 아니예요?" 집사람이 핀잔을 주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모든게 이 모양이라 스스로 허탈한 생각이 든다.


이십 여년 전에의 또 다른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직장에서 회식이 있어서 수영구청 앞의 '태평양' 이라는 일식집에 간 적이 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그 집 앞에 차를 세우면  주차관리원이 대신 주차하고 카운터에 열쇠를 보관하는 곳이다.

회식을 마치고 카운터에서 키를 달라고 하니 차에 꽂혀있다고 했다. 차에 갔더니 키박스에는 낯선 키가 꽂혀 있었고,  아무리 빼려해도 빠지지 않았다. 뭔가 잘못되었음을 알고 주차관리원에게 이야기  했더니 키가 바뀐 것 같다고 했다. 차를 정리하면서 이동시켰는데 키가 빠지지 않아 그대로 두었단다.  원래 같은 기종의 차라도 다른 키로 시동이 걸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하는데 참으로 희안한 일이 벌어졌다. 차 열쇠가 비슷한 차가 같은 날 같은 시간대에 한 음식점에서 만나고, 게다가 주차관리원이 이러한 실수를 할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까울 것이다.


그 날 결국 음식점에서 전문가를 불러서 차 키를 뺐던 기억이 난다. 이번 에피소드가 기억속에서 완전히 사라졌던 이십 여년 전 나의 또 다른 에피소드를 소환했다.


작가의 이전글 상전벽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