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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고 맑게 지내세요

by 은혜은

이사로 인해 다니던 요가원을 그만두게 됐다. 내가 다녔던 요가원은 여러 선생님들이 시간표를 짜서 수업을 진행하고, 원하는 시간을 선택해서 수강할 수 있는 곳이었다. 다들 친절하고 실력 있으셨지만 유난히 ‘기운이 좋다…’고 느껴지는 선생님이 계셨다. 언제나 맑고 밝은 표정으로 맞아주시고, 요가가 끝날 때는 ‘오늘도 뛰어 준 내 심장을 향해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라고 말하는 분이셨다. 한창 마음이 힘들 때는 사바 아사나(요가의 마무리 자세, 온몸에 힘을 빼고 가만히 누워 완전한 휴식을 취하는 것으로, 송장 자세라고도 한다.) 때 선생님의 마무리 멘트를 들으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요가 때문에 우는 건가 오해하셨을지도 모르겠다.. 요가도 눈물 날 만큼 힘들긴 했으니까….


내적 친밀감은 높았지만 어디까지나 서비스 제공자와 수익자의 사이라고 생각했다. 오늘이 마지막 수업이라고 말씀을 드릴지 말지도 고민했었다. 말해서 뭐 어쩌라고? 성업 중인 요가원에 회원 한 명 빠지는 게 큰 대수인가. 그래도 왠지 이 선생님에게는 마지막 인사를 드리고 싶었다. 앞으로 만날 일은 없겠지만, 잘 지내시라고 전하고 싶었다.


요가 수업이 끝나고(오늘도 개탈탈 털리고) 선생님께 이사를 가게 되었다고, 오늘이 마지막이었다고 말씀을 드렸다. 선생님은 생각지도 못하게 나를 껴안아주셨다. ‘좋은 곳으로 가시는 거죠? 꼭 잘 지내셔야 해요.’ 일초, 이초, 삼초, 그리고 더…. 가볍게 떨어지는 포옹이 아니라 아주 강하고 단단한 마음이 느껴지는 것이었다. 가족과 애인 외의 사람에게 이렇게 진한 품을 받아본 적이 있었나. 기대치 않은 감동이 일었다. 그제야 선생님에게서 느껴지던 묘한 ‘좋은 기운’의 정체를 알 것 같았다. 자신의 일에, 일로 만나는 사람들에게 진심인 사람은 반짝반짝 빛이 난다.


반짝반짝 선생님, 좋은 곳으로 가냐는 물음에 ‘그럼요… 빚을 더 많이 지고…’라고 밖에 대답하지 못했지만 제 마음에 드는 곳으로 가요. 이사를 결정하기도, 진행하기도 너무너무 힘들었지만 꼭 좋은 곳에 가서 잘 지내라는 축복에 고생이 흐려지는 것 같아요. 좋은 곳에서 잘 지낼게요. 선생님도 항상 따스한 곳에서 밝고 맑게 지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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