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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정 난쟁이 모르간테

by 김정준



브론치노(Agnolo Bronzino), 모르간테 2중 초상, 1552





브론치노(Agnolo Bronzino), 모르간테 2중 초상, 1552




발레리오 촐리(Valerio Cioli), 모르간테 조각상, 1560년경





피렌체에 있는 피티 궁전의 팔라티나 미술관을 관람하다가 흥미로운 작품 앞에 빌길을 멈추었다.


브론치노(Agnolo Bronzino)가 1552년에 메디치 가문의 궁정 난쟁이인 모르간테를 그린 초상화였다.


캔버스의 양면에 각각 앞모습과 뒷모습이 그려져 있어, 한 작품에서 모델의 두 방향을 모두 볼 수 있는 특이한 작품이었다.


미술관에 전시된 대부분의 작품들은 화려한 색채에 우아한 여성들의 모습, 근엄한 남성들의 초상화, 종교적인 의식, 장엄한 역사적인 순간을 담고 있어 한 점 한 점 진지하게 작품을 감상하게 되지만, 이 작품 앞에서는 나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5등신도 안 되는 키에 터질 듯이 살이 찐 몸집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았고, 오른손에는 부엉이를 들고 있는 모습이었다.


중세에는 궁정 난쟁이들을 많이 거느릴수록 부와 권력의 상징이었다. 메디치 가문 궁정에도 여러 명의 난쟁이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파티와 연회, 가면 축제, 음악 행사, 귀빈을 맞이하는 의식에서 재미와 웃음을 제공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들은 익살스러운 행동, 말장난, 기묘한 복장 등으로 궁정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드는 존재였다.

또한 이들은 메디치 가족 구성원과 매우 가까운 관계를 유지했고, 특히 어린 왕자 공주들의 놀이 친구가 되어주기도 했다.


이 그림의 주인공인 모르간테는 메디치 가문의 궁정 난쟁이 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광였다.


미술관을 나서면 피티 궁전 뒤편에 광활한 보볼리 정원이 펼처져 있다. 산책로를 따라서 걷다 보면 심심찮게 야외에 설치되어 있는 조각상들을 만날 수 있다.


나는 정원을 산책하다 걸음을 맘췄다. 모르간테를 모델로 한 조각 작품이 설치되어 있었다.


발레리오 촐리(Valerio Cioli)가 1560년경 만든 작품인데, 모르간테가 거북이 등에 나체로 앉아있는 우스꽝스런 모습이었다.


500여 년 전에 살았던 메디치 가문의 궁정 난쟁이인 모르간테는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웃음을 짓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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