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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겁쟁이 선비 Jun 01. 2023

토스증권 주식고수 배지 획득 후기

"얘야, 인생이란 원래 자기 생각대로 되지 않는 법이란다"



앞서,

⑴ 본문은 투자를 권장, 유도할 목적이 아닌 단순 의견 전달을 목적으로 하고 있음을 밝힙니다.

⑵ 모든 투자 판단과 의사결정, 투자의 책임은 최종적으로 투자자 본인에게 있음을 밝힙니다.



1. 서문

토스 주식고수 배지 받았다!


그렇다. 이 글은 지극히 감정적이고 개인적인 자기자랑 글이자 지금은 나르시스적 교만과 자만심 뽕으로 가득 차 있지만 추후 드라마틱한 손실을 경험하게 된다면 반드시 비추어 반성할 나의 오만에 대한 반면교사이다. 그럼에도 지금 드는 이 기쁜 마음은 감추기 어렵다. (근래에 들어 이보다 더 행복했던 때가 없던 거 같다.) 왜냐! 내심 너무나 탐나고 또 간절히 받고 싶었던 명예훈장이자 올해 목표 중 반드시 이루고 싶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토스증권 주식고수 배지 받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2. 배지

토스는 타 금융사 앱 대비 유저친화적 사용환경을 압도적으로 잘 구축해 놓기로 유명했다. 핀테크가 무료 송금부터 간편 결제, 가상화폐 시장, 통합 자산관리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서 크게 성장하던 때, 이미 전부터 토스는 금융 카테고리에서 항성(恒星)과 같이 존재하면서 갈고닦았던 (상상을 초월한) 편리함과 매력적인 혜택으로 사용자를 끌어모으고 있었고, 나도 그에 반해서 토스를 사용하기 시작한 유저 중 하나다. 깔끔하고 직관적인 UI와 잘 설계된 유려한 UX, 높은 MAU를 유지하기 위한 다양한 콘텐츠와 이벤트, 그리고 리워드까지. 앱 사용에 대한 매력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금융 앱 중에 단연코 탑이었다. (*토스 광고 아닙니다!) 그중 흥미롭고 재미있는 요소가 바로 유저 커뮤니티 기능이다.


흔히 '종토방', 종목 토론방으로 알려진 투자자라면 으레 누구나 이용하는 유저 간 커뮤니티 기능이 토스증권에도 탑재되어 있는데 토스뱅킹에서 지출 항목에 대한 소비태그를 붙여주는 것과 역할이 비슷한 '배지'라는 기능이 있다. 커뮤니티 내에서 장문의 의견이나 댓글을 남길 때 닉네임 옆에 붙는 명칭으로 소비태그와 유사하게 '모험가', '축! 등단', '신데렐라', '자동차 마니아', '제약주 장인' 등 재미있고 유쾌한 배지들이 있고, 일정 조건을 만족하면 획득할 수 있다.(저 중 '신데렐라'라는 배지는 콘셉트에 걸맞게 자정 00시 정각에 주식을 구매하면 얻을 수 있다.) 그중 가장 매력적이고 인기 있으면서 획득하기 쉽지 않아 커뮤니티 내 신뢰도가 다소 두터운 배지가 '주식 고수', '인플루언서', '자산가' 3가지다.


'자산가'는 토스증권 계좌에 5천만 원 이상 보유할 경우 획득, '인플루언서'는 해당 닉네임을 팔로워 하는 유저가 500명 이상일 경우 획득, 마지막으로 '주식 고수'는 실현손익금이 토스증권 상위 5% 안에 들면 획득할 수 있다. (사족이지만 이런 일종의 대외적 '명예 보상' 기능이 커뮤니티에 자정 작용을 하도록 기여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지금도 토스 커뮤니티에는 네이버 종목토론방, DC 주식 갤러리보다 양질의 정보들이 많이 올라오고 있으며, 이런 자정작용의 연쇄효과로 커뮤니티 내 광고성 글이 올라오면 유저들의 무더기 신고 세례를 받고 금방 사라진다.) 나는 토스증권에서 투자를 시작하면서 목표로 설정한 것이 '자산가'와 '주식 고수' 배지 획득이었고, 가장 가까운 목표이자 올해 달성하고 싶었던 성과는 '주식 고수' 타이틀을 얻는 것이었다.


솔직히 올해가 다 가기 전에 '주식 고수' 배지를 못 받을 것도 충분히 상정했다. 당장 1분 1초 뒤의 일도 감히 확언할 수 없는 불확실성의 현실에서 이보다 더 먼 미래의 일을 100%의 확률로 예단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만약 시장 환경이 좋지 않거나 투자한 기업의 성과가 나쁘다면(*설령 실적이 뛰어나도 주가는 외부적/내부적 변수에 의해 얼마든지 하락할 수 있다.) 주식고수 배지는 언감생심(焉敢生心)이다. 또는 나의 빈약한 인사이트를 근거 삼아 추진했던 내 투자 판단이 틀려 수익률이 좋지 않아 배지를 못 받을 수도 있고. 지금도 여럿 계신 뛰어난 개인 투자자 분들이 투자금에 대한 수익실현을 진행하셨다면 마찬가지로 배지는 받지 못했을 노릇이다. '주식 고수' 배지 획득은 아마 가능은 하겠지만 언제 이루어질지 모르는 비가시적 목표였고, 다른 한편으론 딱 잘라 달성 불가능이라 생각했던 목표였다. 그렇기에 '주식 고수' 배지는 제 딴엔 여러모로 운과 때가 잘 합치되어 얻게 된, 삶의 한 켠을 짤막하게나마 장식한 지극히 복권 같은 수훈이다.


근데 진짜 올해 초에 연금복권 5만 원짜리 5장이 당첨되었다






3. 전략

그렇다면 이제 이 글을 읽는 사람이 궁금해할 법한 요소 중 하나인 내 '투자 전략'을 적어보려고 한다. 짧은 식견으로 시작한 투자이기에 사실 거창한 투자 전략 같은 건 없다. 다만 나의 메인 필드는 미국 증시였고, 오로지 미국 기업에만 투자했다. 이른바 서학개미다. 환율이 치솟기 전에 일찍이 1,100원 대에 환전해 놓은 달러로 인한 원화차익 덕도 많이 보았다.


① 현금 50%, 시장추종 ETF 30%, 개별 기업 20% : 투자를 시작할 때 포트폴리오는 50%의 현금 비중, 30%의 시장지수 추종 ETF, 그리고 나머지 20% 내에서 개별 종목을 골라 투자하는 것을 골자로 삼았다. 현금 비중이 50%를 차지할 정도로 지나치게 보수적인 전략을 선택했는데, 손실 리스크를 최대한 방어하는 전략이 내 성향과 잘 맞았기 때문이다.(애당초 일확천금의 욕심이 없었다.) 조금 투자가 익숙해질 무렵에는 저 비중을 좀 더 유연하게 관리했다. 현금 비중은 최소 30%까지의 마지노선을 정해놓고 더 탄력적으로 조정했고, S&P500을 추종하는 ETF는 매월 1주씩 적립식 매수했다. (가격이 10%~20% 이상 빠지면 여유가 되는 선에서 1주 이상씩 추가 매수했다.) 지금은 포트폴리오 내 개별주식의 비중이 가장 크다. (개별 주식의 합산 비중은 5월 기준 47.1%이다.)


② 저평가 기업 탐색 : 개별 종목은 특정 테마를 기조로 상승하는 분야 대신 여러 섹터를 탐색해 보고(예를 들어, 이번에 ChatGPT로 촉발된 AI 분야에서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 중인 나스닥 빅테크 기업 대신 상대적으로 가격이 빠지고 있는 소비재, 에너지, 의료 기업을 살펴보는 등) 현재 주가를 베이스로 시장환경, 매출지표(재무제표), 당해 금융기관의 가이던스, 사업모델 등 말 그대로 나만의 기준에 비추어 나름대로 '저평가된' 기업의 주식을 분할 매수했다. (이평선, 거래량, 기관 매매 등의 각종 지표와 변수로 판단하는 기술적 분석은 하지 않았다. 아니 못한다. 그 정도로 전문적 지식이 있지도 않고, 충분한 실력을 갖춘 사람도 아니고.)


③ 단기매매 지양 : 개인적인 기준으로 단기매는 일주일을 기준으로 잡았는데, 일주일 내 사팔사팔(사고팔고 사고팔고를 반복하는 행위)은 최대한 지양하고자 했다. 단타 수익률이 높고 수익률에 비례한 만큼 투자금이 크다면 특별히 고민하지 않았겠지만 수익률이 높은 것도 아니고 투자금이 많은 것도 아니라서 매매 시 발생하는 수수료가 나름 아까웠다.


④ 경제 이슈 모니터링 : 경제 관련 소식을 주마다 전해주는 소위 경제 전문 크리에이터의 영상을 꾸준히 챙겨봤다. (희한하게 경제지는 딱히 구독하지 않았다.) 지금도 시장 흐름 파악 및 이슈 체크 정도로 콘텐츠를 활용하고 있다. 보다 보면 내가 몰랐던 섹터나 종목, 기업을 발견하게 되기도 하고 정보가 매력적이라면 해당 데이터를 주 1회 정도 모니터링한다. 그러다가 가격이 저평가되었다고 판단이 서면 기준 가격에 매입했다가 5%~10% 수익률 선에서 매도했다. (초기에는 모든 종목을 10% 안팎으로 비슷하게 설정했지만 지금은 30% 내외에서 종목별 편차를 두고 수익이 나면 매도한다.)






4. 성과

전략을 확인했으니 이제 이 글을 읽는 사람이 그다음으로 궁금해할 법한 요소, '그래서 얼마 벌면 토스증권에서 주식고수 배지 받냐?' 즉, 투자 성과이다. 배지 안내화면의 설명대로 로직이 설계되었다면 수익금이나 수익률과는 관계없이 실현손익금이 토스증권 매매 상위 5% 안에 들면 된다. 2023년 5월 20일 '주식 고수' 배지 획득일을 기준으로 원화 수익은 136만 원(수익률 3.1%), 달러 수익은 512$(수익률 1.5%)이다. 보수적인 전략을 구사한 만큼 누구에게나 혹할만한, 아주 매력적인 수익은 아닌 셈이다. (아직도 증권 계좌는 양전이며 나 역시 매도하지 않아 남아있는 미실현 수익금이 있다. 물론 그 사이에 주가가 하락하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추가적으로 주주친화적인 미국 기업의 특성상 분기별로 지급되는 매력적인 배당금도 부가적으로 얻을 수 있었다.)


상반기 수익결산(왼쪽)과 올해 배당금(오른쪽)


분명 매력적인 금액은 아니지만 달리 보면 나름 선방한 거 아닐까. 반대로 생각해 보면 저만큼의 수익을 내지 못한 투자자의 비율이 무려 95%라는 뜻이니까. 물론 95%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95%에는

① 투자수익 136만원 미만 : 수익을 냈으나 수익금이 136만원 미만
② 투자수익 136만원 미만 : 수익을 내지 못하고 마이너스를 기록
③ 투자수익 136만원 이상 : 높은 수익률을 기록 중이나 수익 미실현 (매도하지 않음)
④ 투자수익 없음 : 양전(+)과 음전(-) 종목의 합, 즉 실손익이 ±0원


4가지 경우가 모두 포함된다. 토스증권 MTS(Mobile Trading System) 가입자가 대략 500만 명(국내 전체 주식투자 인구의 약 35%)인데 이 중 월평균 약 19만 명, 매일 6,300명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물론 이 중 실제 매매를 하는 투자자는 몇인지 가늠하기 어렵지만 그럼에도 수치상으로 보면 나는 가입자 기준 250,000명, MAU 기준 9,500명, DAU 기준 315명의 '주식 고수' 배지 소유자 중 한 명이 된 셈이다. 그렇다! 수치상으로 보아도 뿌듯함은 사라지지 않는다. 대견해, 나 자신!






5. 통찰

2022년 2월부터 본격적으로 해외 주식투자를 시작하고 나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계속 투자를 진행하면서 여실히 느끼는 바는 "주식 투자로 수익을 내는 게 여간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이다. 실제 투자하기 전까지 기본적인 공부나 제법 깊이 있는 자료 탐색이 선행되어야 함은 물론이거니와 투자하는 과정 자체가 이미 하나의 학습 과정이라는 점은 투자자를 자처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의 얕은 수준만큼이나 딱 이와 비례하게 얕은 금액을 투자하는 것이고, 추후 깊이가 생긴다면 그 깊이만큼의 금액을 투자하게 되지 않을까.


게다가 턱없이 안목이 부족한 나도 전형적인 껄무새(*상승장이나 하락장에 '그때 살걸', 그때 팔걸'이라고 푸념을 들어놓는 사람들을 조롱하며 부르는 명칭) 중 한 명이다. 양적완화에 따라 치솟은 인플레를 잡기 위해 2022년 6월부터 시행된 미 연준의 연이은 기형적인 금리인상(빅 스텝, 자이언트 스텝)으로 COVID-19의 팬데믹 사태만큼이나 더 처참하게 주가가 나락으로 떨어졌을 때, 신념의 부재와 학습의 부족으로 자신의 소신을 끝까지 관철하지 못하고 던진 기업들이 제법 많았다. 특히 그중 134$에 구매했던 엔비디아가 108$의 최저가를 기록하며 바닥으로 추락할 때 손실을 보다 못해 얼마 못 가 매도했는데, (특히 2022년 7월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남편인 폴 펠로시가 엔비디아 주식을 대량 매입했다는 보도가 났는데, 해당 뉴스를 보고 일말의 의심 없이 비웃음과 조롱을 보냈다.) 불과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엔비디아는 AI 테마라는 날개를 달고 419.38$이라는 신고가를 경신하며 천장을 뚫고 하늘로, 아니 우주 끝으로 치솟아 버렸다.


2022년 당시 저 댓글의 드립을 보고 같이 웃었던 나는 지금 바보가 되어버렸다.


당시 금리인상과 같은 변수의 압박으로 시장에 형성된 공포(모든 투자에는 당연히 위험이 수반된다.)와 침체된 주가가 얼마나 오래갈지 감히 예단할 수 없었고, 백테스팅(현재 생각하는 전략을 과거부터 실행했을 때 어떠한 성과가 발생하는지 테스트해 보는 과정)이 기본적으로 전제하는 것처럼 과거의 성과가 결코 미래의 결과나 수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이 '기정사실로 다가온 손실'을 버텨낼 수 없도록 만들었다. 이런 전례 없는 하락장을 겪었기에 풀매수 같은 베팅은 꿈도 못 꾸지만, 그럼에도 스스로 세운 원칙을 자의적으로 어기고 무지성 매수를 하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 많이 떨어졌다 싶은 주가나 미친 듯이 상승하는 주가에 FOMO(Fearing of missing out, 유행에 뒤처지는 것에 대한 공포심리, 소외되는 것에 대한 불안감)를 이기지 못하고 추격매수를 시도하거나 혹은 일확천금을 노리고 "드가자!"를 외치기도 했다. 이런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을 이겨내고 감정적으로 대처하는 것 대신 이성적으로 처신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지난 1.5년 간의 시장 경험으로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실제로 직접 겪고 나니 말의 의미가 더욱 크게 실감된다.)


그래서 이 경험을 통해 얻은 나름의 교훈

1. 본인 성향에 기반한 본인 만의 확고한 투자철학 내지는 신념을 갖춰야 한다.
2. 가치 철학에 기반한 최소한의 매매 가이드 또는 매뉴얼도 갖춰야 한다.
3. 투자 과정에서 인간의 본능, 감정기재를 이겨낼 만큼의 강한 인내력이 요구된다.


더 나아가 이를 아예 기계적으로 시스템화하여 특정 매매 규칙을 프로그래밍한 매크로로 매매를 완전 자동화한 알고리즘 투자(퀀트)도 있으니 관심 있으면 찾아보고 공부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맺으면서,

앞으로 수많은 자산가들이 토스증권의 투자시장으로 편입되어 큰 수익을 낸다면 내가 받은 '주식 고수' 배지를 반납해야 할지도 모른다. 혹은 고금리 정책 종료로 인한 금리하락의 여파로 토스증권을 이용하는 투자자 중 많은 수가 본인들의 수익금을 정산하고자 한다면 마찬가지로 배지를 잃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저 나는 아직까지 제법 운이 좋았던, 거대한 자본시장에 티끌만도 못한 포션을 차지하고 있는 소액 투자자일 뿐이다. 그럼에도 우연히 찾아온 행운과 자신의 작음, 그리고 어리석음을 인정하면서 작금의 성공 경험을 자양분 삼아 더 나은 투자자가 되도록 노력해보려고 한다. 그래서 올해 내내 '주식 고수' 배지를 유지해 보자. 이제 다음 목표는 2023년 12월 31일에도 이 배지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캬~! 다시 봐도 때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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