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30금_구르프와 달리기
4킬로미터 달리기
한강변을 달렸다. 아침에 일어나 숙소에서 나와 탄천변을 따라 뛰다가 한강에 이르렀다. 아침 해가 떠오르기도 전에 출근 전쟁은 시작되었고 그 와중에도 사이클, 달리기를 하거나 도보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공기 질이 우려되었지만 아침 공기는 그대로 내 허파를 타고 내려가는데 걸림이 없었다. 예전에 제네바 시내를 뛸 때도 마찬가지였다. 차가 뒤엉킨 곳에서 바쁜 도시 한가운데 흐르는 강물을 따라 뛰고 있노라면 우쭐해지는 느낌이 든다. 며칠 전 삼성동에 있다가 지역으로 이전한 회사의 직원들을 만났는데 삼성동의 오피스 생활을 많이 그리워했다.
서울, 도시가 주는 마력은 무었을까? 비싼 임대료를 지불하면서도 모여 있는 이유는 자부심인 것 같다. 회사에 다니는 사람이든 음식점을 운영하든 사람이든 각 분야에서 최고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사는 정신적인 만족감이기도 하겠지만 조금 더 나아가서 정신적인 사치와 허영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나 역시 그랬기에 서울을 열망했고, 그 동력으로 재수를 하기도 했다. 분명 서울이 다른 도시와 달리 주는 매력은 있다. 그야 말로 유혹, 시티라이프 그 자체다.
이미 지역에 내려와 정착한 지 꽤 오래되었고 나름 이 생활에 만족하고 살고 있다. 복잡하고 익명으로 점철된 도시보다는 그래도 인간 냄새가 풍기는 곳이 더 익숙하기에 말이다. 가끔 머리에 구르프를 하고 지하철에서 화장을 하는 여성들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서 있기 민망해진다. 아무 관계도 없기에 잘 보일 필요도 없는 사람들 앞에서 이미 관계를 맺은 사람들 앞에서 보일 모습을 준비하는 그녀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익명사회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느낀다.
서울에서 달리면 느끼는 점도 다르구나. 서울에 사 살면 이렇게 더 바쁘게 살아야 하는구나 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