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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태리 Sep 17. 2024

철인 5종 같이 하실래요?

20240915_달리는 이유

11킬로미터 1시간 26분 08초


세상에 대단한 사람들이 많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차 안 라디오에서 최근 미국 대륙을 마라톤으로 횡단한 진오스님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5200킬로미터를 매일 50킬로미터씩 102일을 뛰었다고 한다. 2011년 한국에서 일하던 베트남 청년이 불법 유턴하던 자동차에 치여 머리 반쪽이 다쳐 뒷수습을 위해 진오 스님은 그 청년이 살던 베트남에 갔다가 열악한 현실을 마주하고 베트남 학교 해우소 108군데를 개선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잘못은 다른 한국 사람이 했는데 진오 스님이 이를 갚기 위해서 모금을 하려고 뛰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청년의 고향에 있는 학교 화장실을 시작으로 현재 80여 군데 개선해나가고 있다고 한다. 현재 구미에서 오갈 데 없는 외국인 노동자 쉼터를 운영해 나가고 있다. 미-베트남 전쟁에 한국군이 참전해 4천여 명의 많은 사상자를 냈다고 하는데 이를 미국에 알리고 한-미-베 세 나라의 관계를 우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뛰었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왜 달리기를 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단지 다이어트를 하고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일까? 지난해 3월 초 왜 달려야겠다고 갑자기 생각했을까? 그동안 엉켜있던 실타래를 풀고 싶진 않았을까? 사람들과 관계도 그럴 테고, 대학 졸업 이후 어떻게 살겠다고 무얼 해야겠다는 생각에 대한 마무리를 하지 못하고 시류에 흘러 지나온 삶을 정리하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내 마음의 소리를 듣고 싶어 하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들이 떠올랐다. 당장 내 목표는 제쳐놓더라도 직장에서 본인상 부고 문자를 받지 않기 위해서 직장 동료들을 달리기 모임에 참여하게끔 하는 목표가 생겼다. 지난 6월 직장에서 마음을 나누던 동료의 사망을 그냥 한 질병으로 인한 사인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의 장례식에서 그의 직속 상사를 만나 처음 보는 자리에서 달리기 회장직을 제안했던 것도 이 일을 하기 위해 다 연결되어 있었는지 모른다.


추석 때 과잉 섭취된 영양분으로 몸이 거북해서 달리기 시작했다. 목표와 의지가 있는 계속 달리겠노라고 진오스님의 말씀처럼 삶의 목적을 찾고 개인적인 건강과 직장동료의 건강을 위해 이 세상이 끝나기 전까지 계속 달리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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