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03_내 그림자가 아름다워 보일 때
테니스_1승 1패
늦잠을 자서 6시부터 시작되는 강습에 나가지 못했다. 어젯밤 흑백요리사를 늦게까지 시청한 것이 화근이었다. 작은 아이가 일요일 날 뭐 하냐고 물어봐서, 왜 물어보냐고 물어봤더니 흑백요리사를 같이 보고 싶어서라고 했다. 일요일에는 시간이 될 것 같지 않아 토요일 밤 같이 시청했고 강습에는 가지 못했다. 대신 한동안 뜸했던 동호회 테니스 장을 찾았다. 횟수로만 따지면 경력 30년 차지만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다. 매번 바쁘다는 핑계로 진중히 내 자세를 개선하려고 고민을 게을리했다. 무슨 분야든 숙고가 필요하다.
테니스 실력을 늘리려고 내년부터 대회 참가를 고려하고 있다. 개나리부부터 참가해보려고 한다. 파트너는 동호회에서 맏언니 격인 선배이다. 그분은 20년 이상 테니스를 치셔서 안정적인 스윙을 하셔서 나의 단점을 잘 보완해 줄 것 같았다. 그분에게 이야기를 꺼냈더니 좋다고 했다. 그래서 주말에 서로 한 팀이 되어서 게임을 연습했다. 오늘 두 게임을 치렀는데 1승 1패다. 더 분발해야겠다.
상대 한 명은 같은 사람이고, 파트너가 바뀌었는데 오히려 실력이 덜한 사람과 팀이 되었을 때 패배했다. 패한 이유는 상대가 아니었고 내가 그 게임을 하는 순간 공에 더 집중하지 못했다. 어젯밤 백수저 흑수저에 출연했던 에드워드 리의 말이 생각나다. 에드워드 리는 경연에 앞서 상대가 누구냐는 상관없이 요리는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했다. 또한 요리경연대회에서 재료가 다르게 요리한 것을 어떻게 평가할 까 싶었다. 평가자의 리액션을 관찰하면서 최고의 요리는 상대에게 감동을 주는지 여부가 아닐까 싶다. 음식 외에도 경기로, 연기로, 연주로 관객에게 감동을 주는 공연이 가장 멋진 공연이다. 내 일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는지 뒤돌아보게 된다.
일단 팀명을 정해야겠다. 우리 둘의 특성을 잘 나타내는 이름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또한 게임에 나올 때는 테니스용 스커트 등 의복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마치 수영 연수반 수강생들의 화려한 수영복이 떠올랐다. 의복은 약간의 자신감의 표현이라 생각했다. 등 뒤로 떠오른 해가 비친 내 그림자가 눈에 들어왔다. 평소에는 스커트를 전혀 입지 않는데, 테니스 코트에 테니스 채를 들고 있는 내 모습이 아름다워 보였다. 겨울에 입을 라임색의 맨투맨과 조거바지를 주문했다.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로 말이다. 이런 것이 소확행인 것 같았다. 11월이라 하기에 미안하지만 아직도 청명한 날씨에 아름다운 하루가 시작되었다. 테니스를 하고 난 후 내 마음이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