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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태와 태만 Nov 07. 2022

양으로 태어났다.(03)

그들의 침입.

엄마가 없다.

나는 갑자기 무력해졌다.

그 이후 선두에 나서는 것도, 바위에 오르는 것도,

추위를 이겨내야 하는 것과 같은 모든 이유가 사라졌다.

엄마의 빈자리는 생의 빈틈이 되었고, 그 빈틈은 점점 커졌다.

나는 다리가 느려졌고, 다니던 길을 헤매기도 했다.

앞 무리의 발자국도 잘 보이지 않았고 무리의 중간자리가 어색했다.

왜 엄마는 엄마가 없을 때,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지 않았는지 원망하기도 했다.

싱싱한 풀 냄새의 기억을 잃어버렸는지 모두가 코를 박고 입을 오물거릴 때도

난 엄마만 생각났다.

난 점점 몸이 약해졌고, 무리에서 뒤처지기 시작했다.

그런 날 엄마처럼 대해주는 무리는 없다.

그들의 눈빛이 무섭다.

그러기를 여러 날,

갑자기 수평으로 보이던 땅이 홱 돌면서 수직으로 변했고 난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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