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부모라는 이름 아래의 두려움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부모를 이해한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아직,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다만 이제는 조금 알겠다.
부모가 된다는 건, 한 사람의 인생을 떠안는 일이라는 걸.
그 무게는 상상보다 훨씬 오래, 깊게 이어진다.
어릴 땐 부모가 무조건적인 힘을 가진 줄 알았다.
원하면 뭐든 해줄 수 있고,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존재.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그들이 사실은 늘 불안한 사람들이었다는 걸 보게 됐다.
통장 잔고를 보며 한숨 쉬는 모습,
감기에 걸린 나를 안고 병원 대기실을 오가던 땀 냄새,
말로 다 못하는 고단함이 묻어 있었다.
부모가 된다는 건 늘 옳아야 한다는 압박 속에 사는 일일지도 모른다.
아이 앞에서 흔들릴 수 없고, 약해질 수 없고, 포기할 수 없다.
그렇지 않으면 ‘좋은 부모’가 아니라고 여겨지니까.
하지만 그 완벽함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선택에는 후회가 따라붙고, 그 후회는 평생 짐처럼 남는다.
가끔 나는 부모가 두려웠다.
그들의 화가 아니라, 그들의 실망이.
내가 선택한 길이 그들의 기대와 다를 때,
내 삶의 실패가 그들을 더 힘들게 할까봐.
어쩌면 그 두려움이 나를 ‘무난한 아이’로 살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이제는 안다.
그 두려움은 부모도 마찬가지였다는 걸.
그들도 나를 실망시킬까봐, 나를 잃을까봐,
혹은 내가 자신들처럼 힘든 길을 걸을까봐 불안했다.
그래서 때로는 사랑이 명령처럼 들렸고,
응원이 간섭처럼 느껴졌다.
우리는 서로를 지키려다, 서로를 다치게 했다.
하지만 그 상처 속에도 분명 사랑이 있었다.
다만 그 사랑이 때로는 너무 무겁게,
그리고 너무 늦게 전해졌을 뿐이다.
부모라는 이름은 자식이 생긴 순간부터 끝까지 따라다닌다.
그 이름 아래에서 사람들은 완벽하려 애쓰다,
결국 불완전한 채로 늙어간다.
아마 그것이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