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학생에게 꿈보다 중요한 것
로스쿨 여름 방학 때, 특히 2학년 여름 방학 때에는 대부분 로펌에서 인턴 생활을 하게 된다. Summer Student 라고 부르는 것인데, 매우 흔한 과정이라 summer가 동사로 쓰일 정도여서 Where are you summering?과 같은 표현도 있다.
많은 로펌들이 자신의 회사에서 인턴 과정을 거친 Summer student 중에서 변호사 연수생, Articling student를 뽑는다. 그러니, 일단 Summer student 가 되면 로스쿨을 졸업한 후에 Articling 자리를 고민할 일이 거의 없다.
물론 Summer student 기간에 사고를 치면 Articling student 로 뽑히지 못하지만, Summer student에게는 사고가 날 만한 일은 오지 않는다는 것이 업계의 정설이니, 사고 치고 Articling student에서 누락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보통은 이 Articling student 로 활동하는 연수 과정 중에 변호사 시험을 통과하고, 연수가 끝나면 바로 변호사 자격을 부여 받게 된다. 그런데, 여기에서 문제가 생긴다.
이 변호사들을 로펌이 다시 다 고용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내가 연수를 받은 곳에서도 5명의 연수생모두 변호사가 되었는데, 그 중에서 3명만 변호사로 채용이 되었다. 이렇게 변호사로 다시 채용하는 과정을 hire back 이라고 부르는데, hire back 이 되지 않으면 이제 새로 직장을 구해야 하는 처지가 된다.
그런데, 어느 정도 규모도 있고, 대우도 좋은 곳은 이미 자신들의 Articling pool에서 변호사를 다 뽑은 상황이라 다른 로펌에서 고용하지 않은 변호사들에게 신경 쓸 여유도, 이유도 없다. 그러니, hire back 이 되지 않으면 고학력 무직자가 되기 십상이다.
그래서, Articling student 가 되고 나면 고민이 생긴다. 과연 이 로펌이 나를 다시 뽑을 것이냐, 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로스쿨 학생들 사이에서는 hire back rate 가 돌아다닌다. 어느 로펌이 Articling student 중에서 몇 %를 다시 변호사로 채용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당연히 hire back rate 가 높은 곳이 안정적이니 희망자가 많다. 그러다보니, 내가 일하고 싶은 분야인지, 내가 일하고 싶은 도시인지, 내가 함께하고 싶은 사람들인지, 이런 가치들은 무시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일단 변호사로 취직하는 것이 중요하니 말이다.
그 동안 로스쿨에 넣은 학비가 얼마이고, 그 동안 학비 내느라 쌓인 학자금 대출이 얼마인데, 고학력 무직자가 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인지, 요즘 토론토 지역의 중대형 로펌들은 Summer student나 Articling student들을 많이 뽑지 않고, 대신 대부분의 Articling student 들을 다시 변호사로 hire back 한다고 한다. 그러니 좋은 학생들이 취업의 안정성을 찾아 토론토로 몰린다. 오타와는 지적재산권의 메카로 불리지만, 아직도 hire back rate가 50% 정도밖에는 되지 않아, 지적재산권 변호사를 꿈꾸는 후배들마저도 토론토 로펌을 선호한다.
안정된 직장은 꿈보다 중요하다. 그건 한국이나 캐나다나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