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하지 않은 날들의 기록
나는 오래도록 내가 왜 이렇게 살아왔는지 알지 못했다.
왜 사랑하는 사람에게조차 감정을 드러내기 어려운지,
왜 어떤 일이든 늘 책임이 먼저 떠오르는지,
왜 쉬고 있으면서도 마음 한켠이 계속 긴장하는지.
그저 성격이 그렇다고, 내가 유난히 예민해서 그렇다고 여겨왔다.
그러다 우연히 사주를 접했다.
사주를 통해 처음으로 알게 된 건 이 모든 것이
부족함이나 결핍 때문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나는 원래 내 감정보다 내가 해야 할 역할을 먼저 읽는 사람이었고,
흔들리는 것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기질을 타고난 사람이었다.
단단해지지 않으면 버틸 수 없는 자리에서
나는 아주 자연스럽게 단단해지는 법을 배운 것이었다.
그동안 나는 스스로에게 지나치게 엄격했다.
좀처럼 가볍게 넘기지 못하고,
조금도 기대지 못한 채,
늘 나를 몰아붙이는 쪽으로만 마음을 향하게 했다.
하지만 사주는 말해주었다.
내가 약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너무 일찍 중심을 잡아야 했던 사람이라서
그렇게 살아올 수밖에 없었다고.
그 말을 이해하는 순간,
처음으로 나 자신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그동안 참느라, 버티느라, 책임지느라 고생했다고.
늘 괜찮은 척하느라
정작 내 감정을 알아차려주지 못해 미안했다고.
이제 나는 나의 단단함을
버티기 위한 무기로만 쓰지 않기로 했다.
그 위에 여유를 얹고,
나를 지키는 데에도 쓰기로 했다.
남을 이해하는 능력은 그대로 두되,
나를 뒤로 미루는 습관만은 조금씩 내려놓아보려 한다.
이제서야 비로소,
나는 나 편에 서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