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0번째 영화 <하나 그리고 둘>
1,000번째 영화를 기억한다. 작년 8월 영화비평수업을 수강할 때 봤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원더풀 라이프>였다. 인생에서 정확하게 1,000번째 관람한 영화는 아니겠지만, 왓챠피디아에 별점을 기록한 이후 1,000번째 별점은 영화 <원더풀 라이프>의 4개 반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1월에 1,100번째 영화를 기록했다. 에드워드 양 감독의 영화 <하나 그리고 둘>이다. 1월 초에 예술영화관 '아트나인'에서 <에드워드 양 감독 특별전>이 있었는데, 덕분에 극장에서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과 <하나 그리고 둘>을 볼 수 있었다. 에드워드 양 감독의 영화 <해탄적일천>을 비롯하여 모든 영화를 좋아하지만 영화관에서 본 <하나 그리고 둘>은 정말 특별했다. 김혜리 평론가의 말대로 "삶에 영화가 필요한 이유"와 '영화관에서 영화를 봐야 하는 이유'가 <하나 그리고 둘>에 모두 담겨있다.
본디 월간 영화기록은 그 달에 개봉한 영화만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1월의 기록들은 조금 특별하게 <하나 그리고 둘>에 대한 글도 담고자 한다. 가끔 예외는 특별한 행복을 만든다.
(이번부터 별점 순으로 영화를 나열합니다.)
<하나 그리고 둘>
감독 : 에드워드 양
그녀가 떠나고 음악이 남았다.
사랑이 떠나고 추억이 남았다.
공간이 떠나고 소리가 남았다.
의미가 떠나고 질문이 남았다.
삶이 떠나고 영화가 남았다.
★★★★★
<추락의 해부>
감독 : 쥐스틴 트리에
시각과 청각의 충돌로 빚어낸 결혼의 폐허.
사실과 진실 사이에서 '어떻게'가 아닌 '왜'라는 질문으로 어떤 이야기를 결정할 것인가.
★★★★☆
<노 베어스>
감독 : 자파르 파나히
영화의 카메라가 '해야할 것'과 '할 수 있는 것'을 말하는 영화 속 카메라.
★★★★
<티처스 라운지>
감독 : 일커 카탁
'증명'이라고 믿는 자와 '추론'이라고 반박하는 자 사이에 방관하는 체제가 있다.
자신이 서있는 곳이 벼랑이라고 생각하지 못한 뒷걸음질.
★★★☆
<나의 올드 오크>
감독 : 켄 로치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실천하는 용기.
함께 밥을 먹으며 끈끈해지는 연대.
사회의 부조리에 일갈하는 저항.
★★★☆
<클레오의 세계>
감독 : 마리 아마추켈리
서로의 행복을 위해 웃는 작별은, 등돌리면 덮치는 울음을 동반한다.
★★★
<외계+인 2부>
감독 : 최동훈
재치 넘치는 플롯을 따라가지 못하는 지나친 SF 야심.
★★★
<덤 머니>
감독 : 크레이크 질레스피
시대정신을 반영한 스타일로 능숙하고 매끄럽게.
★★★
<도그맨>
감독 : 뤽 베송
인간에게 한없이 차가운 심판을, 개에게 따스한 햇살의 온정을.
★★★
<안데스 설원의 생존자들>
감독 :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그 무엇도 옳거나 틀리지 않은 회색지대에서, 믿음의 문제를 묻다.
★★★☆
<웡카>
감독 : 폴 킹
냉혹한 자본주의의 억압 속에서도 웃음을 전하는 동화의 낙관주의.
초콜릿처럼 달콤하고, 코코아처럼 따스하다.
★★★
<울산의 별>
감독 : 정기혁
딸의 화장을 받은 그녀의 얼굴 옆에 화목한 가족사진이 있다.
쇠락하는 도시의 풍경으로 시스템에 얼어붙은 인간관계.
★★★
<두 세계 사이에서>
감독 : 엠마누엘 카레르
누군가의 사명과 책임이 누군가에게 우롱과 기만이 될 수 있다.
담배를 끊을 수 없는 사람과 있는 사람, 돌아갈 곳이 없는 사람과 있는 사람의 사이에서 우정은 성립할 수 있는가.
그 모든 기록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것이 그대로다.
★★★
<시민덕희>
감독 : 박영주
인물을 궁지에 몰아넣지 않으면 이야기를 진행시키지 못한다.
★★
<황야>
감독 : 허명행
배우의 힘과 설정 겉핥기만으로 얼렁뚱땅 영화를 만드는 태만.
★★
<위시>
감독 : 크리스 벅 / 판 비라선쏜
맥락없는 메시지. 이유 없는 뮤지컬. 매력이 사라진 캐리터. 100주년에 종속된 영화.
디즈니 캐릭터가 나타나는 엔딩 크레딧을 보며, 실망과 흐뭇함이 동시에 나타나는 양가적인 감정이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