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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기록들, Alvvays

내가 무척 사랑하는 밴드가 있다.

by 권순범
[월간 영화기록]은 월마다 간단한 소회와 함께, 영화관에 개봉 혹은 OTT에 공개된 영화들을 총정리하여 별점과 간단한 평을 남기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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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무척 사랑하는 밴드가 있다. 그 이름 바로 'Alvvays'. vv를 w로 읽어 '올웨이즈'로 발음한다. 몽환적인 사운드를 바탕으로 노이즈를 잔뜩 섞으며 마음에 와닿는 멜로디를 구사하는 캐나다 밴드이다. 1집 <Alvvays>는 한껏 풋풋한 인디 팝의 사운드를, 2집 <Antisocialites>는 마치 부유하는 듯한 드림 팝을 선사한다. 그리고 대망의 3집 <Blue Rev>는 슈게이징과 노이즈 팝을 섞으며, 그야말로 명반을 탄생시켰다. <Blue Rev>는 2020년대에 슈게이징의 새로운 활로를 열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기타 소리로 지나간 사랑을 회상하며, 현재의 감정을 말하는 가사들 또한 백미이다. 남들 신경 쓰지 말고 우리끼리 결혼하자고 당당하게 말했던 소녀(Archie, Marry me)부터 약국을 보며 문득 과거의 연인을 떠올리는 숙녀(Pharmacist)까지, 나는 Alvvays의 감성을 전부 사랑한다.


언제쯤 내한하려나 목이 빠지려는 찰나, Alvvays가 내한을 확정하였다! 'Have Nice Trip 2024'에서 일찌감치 1차 라인업으로 확정하며, 7월 말에 드디어 한국을 찾는다. 가격은 아무래도 상관없다. 이번에 못 보면 또 언제 볼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무조건 가야 한다는 마음이다. 텅 빈 지갑이 측은하게 날 쳐다보지만, 미래의 내가 해결해 주리라 믿는다. 아니, 믿어야 한다. 7월 말까지 시간이 한참 남았지만, 설레는 마음으로 <Blue Rev>를 다시 정주행한다.


다만 문제가 하나 있다. 같이 갈 사람이 없다. Alvvays는 세계적으로도, 국내에서도 유명하지만 이상하게 내 주위에 아는 사람이 없다. 이럴 때마다 세상이 날 몰카 하는 기분이다. 왜 아무도 모르는 걸까. 내가 홍대병 말기 환자인 걸까. 어쩔 수 없이 혼자서 일산 킨텍스를 돌아다니는 미래가 벌써 그려진다. 하지만 괜찮다. 힙스터의 길은 본디 외롭고 고독한 법이다. 내가 사랑하는 음악을 눈앞에서 즐길 수 있다면 혼자라도 상관없다. 그리고 이 경험이 나를 힙스터로 이끌어 줄 것이다.(라고 믿어야 덜 슬프다.)


두근거리는 이 마음을 진정시키며, 봄의 기록들이다.


(이번 '봄의 기록들'은 3월과 4월의 기록들을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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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린저스>

감독 : 루카 구아다니노


인간의 잠재력을 자극하는 욕망의 폭풍 속에서 마구마구 솟구치는 아드레날린.

테니스 규칙으로 인간이라는 수수께끼를 풀어내는 루카 구아다니노의 환상적인 쇼타임.

영화가 끝나면 집까지 뛰어가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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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 라이브즈>

감독 : 셀린 송


회자정리 거자필반(會者定離 去者必返).

만남에는 반드시 헤어짐이 있고 떠남이 있으면 반드시 돌아옴이 있다.

상실에 아파하지 말자. 나를 스쳐 지나간 모든 것이 결국 돌아올 것을 알기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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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여운 것들>

감독 : 요르고스 란티모스


온몸이 저릿할 정도의 짜릿한 여성 해방 서사.

엠마 스톤의 완벽한 테크니컬 연기 차력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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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감독 : 하마구치 류스케


"그럼 사슴은 어디로 갈까?"라는 대사가 준비 동작을 마치면 벼락같이 내려찍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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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드림>

감독 : 파블로 베르헤르


우리 언제쯤인가 마주칠 수 있겠지

저 불빛 속을 거닐다 보면

먼저 알아본 사람 나였으면 해

난 언제나 바라봤기에 언제나

-- 윤종신의 <야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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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메라>

감독 : 알리체 로르바케르


다시 땅속으로 향하는 인간의 파리한 운명 속에서도 사랑을 희구하다.

인간 각자가 발굴할 수 있는 희망의 유적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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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 디셈버>

감독 : 토드 헤인즈


'나비'가 되고 싶은 '꽃'과 '번데기'의 무력한 날갯짓.

나비가 하늘로 떠나가도 그는 여전히 프레임에 갇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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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이주>

감독 : 말레네 최


'과거'라는 두꺼운 얼음에 떨어진 운석이 싹을 틔우며 균열을 만들 때 다가오는 내면의 거친 풍랑에 관하여.

지옥의 뻘밭에서 그대로 살아갈 수도, 벗어날 수도 없는 디아스포라의 딜레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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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멘: 저주의 시작>

감독 : 아카샤 스티븐슨


원작의 설정 안에서 패기 넘치게 포효하는 압도적인 무력의 공포 영화.

너무 무서우면 몸이 반으로 접히는 버릇 때문에 옆구리가 아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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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들이 말할 때까지>

감독 : 김경만


현재의 풍경에 과거의 역사를 음성과 상상으로 꾹꾹 눌러쓰듯이 아로새기다.

영화가 끝나면 제주도의 풍광이 사뭇 다르게 느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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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의 필요>

감독 : 홍상수


삶의 가장자리에서 겉도는 여행자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한 재화가 아니라 한 잔의 막걸리, 한 줌의 시(詩), 그리고 한 조각의 마음.

시의 언어로 영화를 직조하는 홍상수의 마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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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부대>

감독 : 안국진


눈에 보이지 않는 여론과 군중의 흐름을 묘사하는 편집과 속도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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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팡 3세: 칼리오스트로의 성>

감독 : 미야자키 하야오


사사로운 감정은 접어둔 채 뒤도 안 돌아보고 달리는 쿨한 영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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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판 스파이 패밀리 코드: 화이트>

감독 : 카타기리 타카시


천변만화한 아냐의 얼굴 개그가 영화의 이야기보다 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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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말리: 원 러브>

감독 : 레이날도 마르쿠스 그린


위대한 음악, 지루한 영화.

이야기를 장악하지 못한 채 머뭇거리거나 주저한다.

밥 말리에 대해 모른다면 온전한 감상이 불가능할 정도로 따분한 구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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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질라 X 콩: 뉴 엠파이어>

감독 : 애덤 윈가드


미지의 세계를 그려내는 전반부는 나름 볼만했다.

살다 살다 킹콩이 져먼 수플렉스 하는 걸 볼 줄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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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도시4>

감독 : 허명행


마석도 다크 나이트 만들기?

시리즈의 관성에서 벗어나기 위한 테마들이 겉핥기에 불과하여 패착처럼 느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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