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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기록들, 우승이 궁금한 사나이

말만 하는 사람들은 행동하는 사람을 비웃는다.

by 권순범
[월간 영화기록]은 월마다 간단한 소회와 함께, 영화관에 개봉 혹은 OTT에 공개된 영화들을 총정리하여 별점과 간단한 평을 남기는 공간입니다.
99b983892094b5c6d2fc3736e15da7d1.jpg?type=w773 출처 : https://www.fmkorea.com/5452024506

NBA 현역 선수 중 우승 없이 가장 많은 경기를 뛴 선수는 누구일까.


5위는 '더마 드로잔'. 그는 NBA에서 14년간 1,100 경기를 뛰면서 아직 우승 경험이 없다. 그는 전성기였던 토론토 랩터스 시절, 매번 르브론의 클리블랜드에게 막히며 아직까지 파이널 경험도 없는 비운의 선수이다.


4위는 '루디 게이'로 1,120 경기를 뛰었지만 우승을 못했다.


3위는 어느새 1,162 경기를 뛴 베테랑 '러셀 웨스트브룩'이다. MVP 출신의 웨스트브룩은 지난 2012년 파이널까지 가긴 했지만, 르브론의 마이애미 히트에게 패배하였다.(또 당신입니까...) 그 이후 아직까지 다시 파이널에 못 가고 있다.


2위는 1,172 경기를 뛴 '테디어스 영'이다. 그는 16년간 무려 8개 팀에서 뛰었지만 한 번도 파이널에서 뛰어보지 못했다.


대망의 1위는 '우승이 궁금한 사나이', 바로 '크리스 폴'이다. 폴은 통산 1,272 경기를 뛰었지만 아직까지 우승이 없다. 우승 없이 뛴 경기 수와 우승 없이 뛴 시즌 수(19시즌) 모두 NBA 1위를 달리고 있다.


크리스 폴은 NBA의 최고의 포인트 가드 중 한 명이다. 그는 뛰어난 경기 리딩 능력으로 득점을 창출하며 일명 '포인트 갓'으로 불린다. 그는 신인왕, 11번의 올스타팀, 4번의 어시스트왕, 6번의 스틸왕을 해내며 화려한 커리어를 이어나갔다. 하지만 늘 플레이오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오죽하면 2015년 ESPN에서 '컨퍼런스 파이널에 진출하지 못한 선수 중 가장 위대한 선수'로 선정되었다. 그를 비하하는 별명이 바로 '그그컨'(그래서 그분 컨퍼런스 파이널은 가보셨는지?)이다. 하지만 17-18시즌에 유타 재즈를 꺾고 컨퍼런스 파이널에 진출하면서 '그그컨'을 졸업, 대신 '파궁사'(파이널 무대가 궁금한 사나이)라는 새로운 별명을 얻었다. 그리고 20-21시즌에 커리어 최초 파이널에 진출하며 파궁사마저 졸업, 불명예스러운 낙인을 씻었다. 다만 우승에는 실패하면서 '우승이 궁금한 사나이', 즉 '우궁사'라는 새로운 별명을 얻었다.


크리스 폴은 인터뷰에서 우승을 바로 앞에서 놓친 경험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질문을 받았다. 그는 본인의 감정을 이야기하기보단 딸의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image.png?type=w773 출처: 유튜브 채널 농사꾼:농구사랑꾼

Q. 몇 번이나 우승을 바로 앞에서 놓친 경험이 본인에게 얼마나 힘들었나요?


A. 저에게도 힘들었지만 제 주변 사람들에게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특히 제 와이프가 말이죠. 제 와이프는 그럴 때마다 잠을 못 자고 힘든 상황을 견뎌 왔어요.

그리고 제 아이들도요. 제 딸아이는 세상에서 가장 이쁜 영혼을 가진 아이예요.

하지만 그 아이도 이제 학교 갈 나이가 돼서 학교를 다니기 시작했는데, 학교에서 다른 아이들이 그 아이에게 말을 막 했던 것 같아요.

아이들이 제 딸에게 난폭한 말들과 함께 "너 아빠는 절대 우승하지 못할 거야!"라고 했어요.

그리고 제 딸은 정말 특별한 아이예요. 그 순간엔 참았지만 차에 타서 화가 나 울기 시작했어요.

전 그 아이와 대화하면서 이렇게 말해줬어요.

"딸아, 어떤 사람들은 말만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행동으로 옮겨."

아무튼 힘들어요. 하지만 제 자신에게 가장 엄격한 사람은 저 자신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말만 한다. 말만 하는 사람들은 행동하는 사람을 비웃는다. 행동하는 사람은 타인의 비난뿐만 아니라 무력한 자신마저 견뎌야 한다. 그래서 고되다. 눈에 보이는 명확한 기준으로만 사람을 판단하면 다른 모습을 놓치기 쉽다.


크리스 폴은 분명 우승을 못했다. 하지만 우승을 못했다고 위대한 선수가 아닌 건 아니다. 그의 농구 플레이와 도전 정신은 분명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되었다. 단지 우승을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그를 평가절하하는 건 옳지 않다.


올해 20시즌을 맞이하는 크리스 폴은 샌안토니오 스퍼스로 이적하였다. 스퍼스는 신인과 젊은 선수들 위주로 대권 도전과 거리가 먼 팀이다. 초특급 유망주 '빅터 웸반야마'가 있지만, 전체적인 실력은 부족하여 사실상 우승과 거리가 먼 팀이다. 그럼에도 크리스 폴은 샌안토니오 스퍼스를 선택하였다. 그는 우승을 도전할 수 있는 팀으로 이적할 수 있었다. 하지만 본인 기량이 낮아진 지금, 벤치 멤버로 뛰거나 자신의 역할을 많이 부여받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폴은 '행동'하기로 결심하였다. 자존심을 굽히고 우승권 팀에 들어가는 것보다 다시 한번 자신의 농구를 펼치기로 한 것이다. 명장 그렉 포포비치 감독과 '프랑스 괴수' 빅터 웸반야마와 함께 뛰는 폴의 모습을 그려본다. 환상적인 경기가 펼쳐질 것 같아 무척 흥분된다.


행동하는 사람을 비웃는 사회가 되지 않기를 바라며, 6월의 기록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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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오브 인터레스트>

감독 : 조나단 글레이저


절멸하는 비명으로 지어진 호화로운 낙원이 관객을 온통 뒤흔든다.

빛 속에서 발광하는 악과, 어둠 속에서 은닉하는 선으로, 희망의 불씨를 포착하다.

보는 것과 들리는 것으로 영화가 비극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보여주는 걸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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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클럽>

감독 : 소마이 신지


변화를 받아들이기보단 자신의 현재 모습 그대로 간직하기 위해 일부러 태풍에 뛰어드는 청춘의 표상.

예측 불허 장면 속에서 격렬한 청춘의 잔재와 통제 불가능한 에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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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치 수프>

감독 : 트란 안 훙


사랑한다는 말 대신 당신에게 요리를.

빛과 소리, 그리고 마음까지 담아낸 요리에는 계절이 넘실거리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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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아웃 2>

감독 : 켈시 만


스쳐 지나간 서툴고 불안한 시간마저 나의 모든 것.

결국 어른이 된다는 건 나의 불안한 마음과 불완전한 모습마저 있는 힘껏 껴안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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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질라 마이너스 원>

감독 : 야마자키 타카시


집단과 개인의 트라우마를 형상화한 흥미로운 각본으로 시리즈의 위압감을 되살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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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랜드>

감독 : 김태용


우리 곁을 떠난 존재에 가까워지려고 노력할수록, 더욱 크게 다가오는 것은 '존재의 부재'라는 기술 발전의 역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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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츄어리>

감독 : 왕민철


자기 길에 확신이 없더라도, 윤리적 딜레마가 잔뜩 뒤엉키더라도, 그 어둠 속에서 한 발 더 내딛는 용기.

수로를 걸어나가는 유약한 고라니의 마지막 모습이 곧 인간의 모습과 겹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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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실라>

감독 : 소피아 코폴라


언제나 당신을 사랑할 것이라는 사랑의 맹약과 맹독.

마침내 인형의 집을 나서며 소녀는 성장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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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이어트 플레이스: 첫째 날>

감독 : 마이클 사노스키


시리즈의 관성을 반복하기보단 다른 지점에서 사색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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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트맨>

감독 : 리처드 링클레이턴


매끈한 매력의 글렌 파월에게 톰 크루즈의 얼굴을 보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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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재킹>

감독 : 김성한


천편일률적인 캐릭터 조형 대신 잔인한 시대의 아픔과 직업윤리에 조금 더 집중했더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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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섬가이즈>

감독 : 남동협


박수를 보내고 싶은 도전적인 장르의 접합.

지나치게 배우의 힘에 의존해 아쉬운 코미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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