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연기를 합니다.
[월간 영화기록]은 월마다 간단한 소회와 함께, 영화관에 개봉 혹은 OTT에 공개된 영화들을 총정리하여 별점과 간단한 평을 남기는 공간입니다.
아직도 집중 받는 걸 극히 혐오하고, 사람이 많은 공간에선 숨조차 제대로 못 쉬는 인간이 연기는 어떻게 하느냐고 묻는 사람이 많다. 그럼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그래서 연기를 합니다.”
화도 잘 못 내고, 좋으면 좋은 티도 안 내고, 눈치 보고, 쭈뼛쭈뼛 전형적인 찌질이의 모습이 싫어서, 연기를 한다고 얘기한다. 무대 위에선, 카메라 앞에선 내가 화내는 걸 사람들이 이해해 주니까. 내가 웃는 걸 사람들이 건방지다 하지 않으니까. 그래서 연기를 한다고 얘기한다. 그래서 그 순간만큼은 딱 그 연기하는 순간만큼은 재미가 있다. 감독님의 “컷!” 소리 후에는 무시무시한 자괴감이 찾아오지만 뭐 그 순간만큼은 즐거우니 더할 나위 없다 하겠다.
-- 배우 박정민의 책 <쓸 만한 인간>
<룸 넥스트 도어>
감독 : 페드로 알모도바르
심연 속으로 천천히 가라앉더라도, 그대의 손길이 있다면 평화 속에 안식을 취할 수 있으리.
항상 내 곁에서 손을 잡아주는 타인이 전하는 온기와 위로.
★★★★
<조커: 폴리 아 되>
감독 : 토드 필립스
관객이 원하는 조커 대신 아서 플렉을 탐구하는 영화의 야심.
어쩌면 관객의 반응까지가 영화의 완성.
★★★☆
<보통의 가족>
감독 : 허진호
사람은 누구나 조금씩 선하고, 조금씩 악하다.
결국 상황에 따라 갈팡질팡하는 것이 보통 인간의 본성.
★★★☆
<레드 룸스>
감독 : 파스칼 플랜트
마침내 관객을 살얼음판으로 떠밀고야 마는 독창적인 시점 쇼트.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이상 심리를 온몸으로 느끼도록 전달한다.
★★★☆
<대도시의 사랑법>
감독 : 이언희
날카로운 개성 대신 대중적인 화법으로 접근한 퀴어 영화가 얻은 것과 잃은 것.
★★★
<더 킬러스>
감독 : 김종관, 노덕, 장항준, 이명세
심은경 배우를 중심으로 스타일리시하게, 혹은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을 표현하기.
이명세 감독의 아방가르드 스타일에 흠뻑 취했다.
★★★
<너의 색>
감독 : 야마다 나오코
이건 결국 모든 용기를 내어 겨우 한 발짝 나아가는 '키미(당신)'의 이야기.
인간의 색을 바라보는 몽글몽글한 시선으로 단란하다.
★★★
<롱 레그스>
감독 : 오즈 퍼킨스
스타일의 호러. 빈 공간이 주는 불안함이 온 신경을 자극한다.
★★★
<전,란>
감독 : 김상만
현재 한국 영화의 가장 성실한 얼굴, 박정민.
★★★
<어프렌티스>
감독 : 알리 아바시
한 인간의 심부에 접근하는 듯, 지나치게 정석적으로, 혹은 편리하게.
★★★
<베놈: 라스트 댄스>
감독 : 켈리 마르셀
영화 마지막에 Post Malone의 나올 때 가장 좋았다면 믿으시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