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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기록들, 오래 기억하면 돼

그래. 그럴 수 있지. 다 별거 아니야. 그저 오래 기억하면 돼.

by 권순범
[월간 영화기록]은 월마다 간단한 소회와 함께, 영화관에 개봉 혹은 OTT에 공개된 영화들을 총정리하여 별점과 간단한 평을 남기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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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빨리 잊어버렸다 했더니

그럼 그렇지 이상하다 했더니

벌써 몇 달째 구석자리만을 지키고 있던 음반을

괜히 한번 들어보고 싶더라니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심했지

이게 그때 그 노래라도 그렇지

달랑 한 곡 들었을 뿐인데도 그 많고 많았던 밤들이

한꺼번에 생각나다니


예쁜 물감으로 서너 번 덧칠했을 뿐인데

어느새 다 덮여버렸구나 하며 웃었는데

알고 보니 나는 오래된 예배당 천장을

죄다 메꿔야 하는 페인트장이였구나

그렇다고 내가 눈물 한 방울 글썽이는 것도 아니지마는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심했지

이게 그때 그 노래라도 그렇지

달랑 한 곡 들었을 뿐인데도 그 많고 많았던 밤들이

한꺼번에 생각나다니

-- 장기하와 얼굴들, <그때 그 노래>


푸른 새벽녘에 맨발로

비 오는 골목을 손잡고 걸으며

너는 두 눈을 반짝거리며 말했지

다 별거 아니라고


아름다웠던 사람아 그리운 나의 계절아

이 노래가 들린다면 한 번 더 내게 말해줄래

조그마한 약속마저 이제는 두려운 내게

뭐든지 두려워할 건 없다고 알고 보면 다 별거 아니라고

-- 장기하와 얼굴들, <별거 아니라고>


그래. 그럴 수 있지. 다 별거 아니야. 그저 오래 기억하면 돼.

-- 영화 <미망>을 보고 떠올린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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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노라>

감독 : 션 베이커


터질 듯한 음악으로 시작하여 한없는 침묵으로 끝나는 영화.

끝내 터지는 울음 속 담겨 있는 편견에 대한 후회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야 하는 두려움, 그리고 무능력에 대한 설움을 그대로 지켜보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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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 유어 아이즈>

감독 : 빅토르 에리세


스크린 속에 구원이 있다고 믿는 자들을 위한 노작.

눈을 감으면 보이는 세계를 아직도 꿈꾸는 이들을 위한 고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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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우폴에서의 20일>

감독 : 므스티슬라우 체르노우


모든 것이 무의미할지라도, 물러서지 않는다.

그렇게 희망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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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망>

감독 : 김태양


또 만났다가 헤어지겠지.

왜 다 비슷한 거 같지? 내가 나라서 그런가?

그래. 그럴 수 있지. 오래 기억하면 돼.

한 번 더 내게 말해줄래.

알고 보면 다 똑같다고.

알고 보면 다 별거 아니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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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바다 갈매기는>

감독 : 박이웅


소생 불가능한 대지와 바다를 벗어나 희망을 탄생시키기 위한, 이토록 억세지만 가냘픈 외침과 몸부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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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래디에이터 Ⅱ>

감독 : 리들리 스콧


스케일로 탁월하게 구현한 역사의 현장.

굳이 반복할 필요는 없던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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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드>

감독 : 존 추


팝 스타의 숨결에 휘황찬란한 연출이 더하여, 그야말로 호강하는 눈과 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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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아나 2>

감독 : 데이비드 G. 데릭 주니어


마치 눈앞에서 바다가 물결치는 것 같은 디즈니의 기술력.

신화적 이야기에 대한 디즈니의 자신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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