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은 주는 것이 더 익숙하지 않나요?
나는 3년 차 초등 교사이다. 3년이라는 시간은 사람을 적응시키기에 충분한 시간이라 생각이 들지만, 나는 새로운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학교에서 아이들과 생활하다 보면 선생님으로서 아이들에게 주어야 하는 것들이 참 많다. 교과 지식, 생활 태도, 관심, 삶을 대하는 방법, 인간관계 등 초등 교사만큼 누군에게 전달하고 알려주어야 하는 것이 많은 직업은 찾기 힘들 것이라 생각된다.
그래서 초등 교사는 힘든 직업이다. 나의 마음과 지식과 관심의 문을 항상 열고 있어야 한다. 무엇이든 계속해서 내어주다 보면 언젠간 고갈되기 마련이다. 그게 물체든, 사람이든. 근데 나는 20년 차가 넘어가는 선배 선생님들이 참 신기했다.
어떻게 20년 동안 아이들에게
내어주는데 고갈되지 않고
계속해서 내어줄 수 있을까?
난 아직 선생님이 된 지 3년밖에 되지 않은 병아리 교사이기에 이러한 의문에 100% 확실한 답을 얻지 못했다. 하지만 저번 주 방학식 전날 저 의문에 답할 수 있는 작은 실마리는 얻을 수 있었다.
작년 졸업생들이 먼저 방학을 했다고 목요일에 학교로 놀러 오기로 했다. 방학식 전날이니만큼 이리저리 할 일이 많아 아이들과 약속한 시간보다 늦게 교실로 내려갔다. 그런데 어두컴컴하게 불 꺼진 교실 앞에 아이들의 신발이 놓여있었고, 그 문을 여니 아이들이 대뜸 바닥에 둘러앉아 생일축하 노래를 불렀다.
이 아이들은 1년 전에 말한 내 생일을 기억하고 이를 챙겨주기 위해 온 것이었다. 코 묻은 돈 하나 둘 모아 산 예쁜 꽃다발을 안겨주며 말이다. 이 순간 나는 생각했다.
아.. 선생님은 주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구나..
내가 생각한 것보다, 내가 주는 것보다
아이들로부터 많은 것을 받고 있었구나..
생각해 보면 꼬깃꼬깃 작은 종이에 감사하다, 존경한다, 노력하겠다는 큰 마음을 담아 전달한 편지들이 3년 사이 한 박스가 쌓였다. 나는 생각한다. 초등 교사는 누구보다 많이 주어야 하고, 누구보다 많이 받을 수 있는 참으로 귀한 직업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