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6시. 눈을 떴다. 좁은 방, 익숙한 침대, 그리고 무거운 공기. 작은 집에서의 생활이 이제 몸에 완전히 배었지만, 마음까지 편해지진 않았다. 침대에서 일어나 거실로 나갔다. 커피를 마시며 창밖을 바라봤다. 아내는 출근 준비로 분주했고, 딸은 아직 자고 있었다. 좁은 공간에서 하루를 시작하는 루틴이 어김없이 반복됐다.
딸은 요즘 학교에서 매일 받아쓰기 시험을 본다. 여러 번 얘기를 들었지만, 내 감정은 조금도 요동치지 않았다. 내가 무심해서 그런 게 아니다. 그저, 인생이라는 것이 받아쓰기보다 훨씬 복잡하다는 걸 이제 알 뿐이다.
아내는 출근 준비로 분주한 와중에도 나는 묵묵히 아침을 챙겨 먹었다. 요즘 우리 부부 사이의 대화는 부서진 가구처럼 삐걱댄다. 아니, 대화는 생산되지만, 그 내용이 너무 보도자료같다. "오늘 어땠어?"라는 질문도, "일은 잘돼?"라는 물음도 마치 뉴스 앵커가 매일 같은 뉴스를 전하는 것과 같다. 내용은 달라질 게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퇴근 후 뜻밖의 말을 꺼냈다. "오늘 성과금 받았어." 그녀는 피곤한 얼굴로 말했다. 나는 고개를 들고 그녀를 바라봤다. 예상치 못한 이 작은 성취가 당황스러웠다. 축하해 줘야 한다는 건 알았지만, 그 말이 입에서 나오는 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다.
"축하해." 하지만 내 목소리는 마치 성과금이 아니라, 전기세 요금을 축하하는 것처럼 들렸다. 그 성취는 이미 공기 중으로 휘발되고 있었다.
며칠 후, 딸이 받아쓰기에서 100점을 받았다며 자랑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잘했네." 그 말도 이미 늦었고, 딸은 내가 충분히 기뻐하지 않는다는 것을 눈빛으로 알아챘다.
딸은 잠시 나를 쳐다보다가 말했다. "다음 시험은 더 어려울 거야." 나는 잠깐 멈췄다. "다음에도 잘할 거야." 그러나 그 말조차도 공허했다. 그 순간, 딸과 나 사이의 거리가 더 멀어진 기분이 들었다. 그저 100점을 자랑하고 싶었던 딸에게, 나는 시험지보다 더 어려운 상대였던 것 같다.
그날 밤, 아내와 나는 침대에 누웠다. 나는 그녀의 성취를 제대로 축하해주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렸다.
"성과금 받았다는 건 회사에서 인정받은 거네?" 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내는 잠시 나를 쳐다보다가 무심하게 답했다. "일을 그만큼 했으니까." 그 대답 속엔 피로와 무덤덤함이 담겨 있었다. 그 성취는 이미 지나가 버렸고, 우리는 그것을 놓쳤다. 작은 성취는 잠깐이고,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작은 집에서의 생활은 계속된다. 딸은 학교에서, 아내는 직장에서 작은 성취를 이루었지만, 그 성취들이 우리의 삶을 바꾸지는 못했다. 잠깐의 기쁨은 곧 사라지고, 우리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나는 여전히 작은 집에서 아내와 딸과 함께 살고 있다. 우리의 대화는 단순하고, 우리의 성취는 작다. 하지만 그 안에서 우리는 나름대로 이 불완전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큰 성취는 아니지만, 그 순간들이 우리의 일상 속에 작은 불씨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