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주는 대로

by 정안

시골 바닷가가 삶의 터전인 엄마는 바다가 허락하는 만큼 길어 올리고, 하늘과 땅과 해와 바람이 주는 대로 밭에서 거두어들이신다. 그늘 하나 없는 여름밭의 무더위나 한겨울 차가운 바닷물을 감내하기도 하시겠지만, 무언가 할 수 있는 일과 건강이 있다는 것에 대한 감사함, 내가 다 알지 못하는 당신만의 무언가를 충족하기도 하시며 하루하루를 보내신다는 것을 느낀다. 엄마를 생각하면 가슴 깊은 곳에서 저릿한 느낌이 퍼지는데, 그것을 사랑이나 존경으로만 표현하기에는 어쩐지 모자란 것 같아 빈약한 내 마음사전을 뒤적인다.

'..................'

내 마음이 가장 차가울 때

내 마음이 가장 뜨거울 때

내 마음 따위 버려버리고 싶을 때

모든 것을 버리고 싶을 때

무슨 말이든 하고 싶을 때

아무 말도 하지 못하겠을 때

'..................'

어느 때라도 엄마라는 등대가 마음 한켠에 불을 켜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는 망망대해에 떠 있는 기분이지만 괜찮아질 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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