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넘버원 카페올라운더가 되는 법 ; 커피 메뉴 정복
대부분의 워홀러들이 호주 현지 카페에서 일하는 것을 꿈꾸며 한국에서 바리스타 자격증까지 준비해서 간다고들 한다. 나는 그런 자격증, 심지어 한국 카페에서 일해본 경험 하나 없이, 아주 운이 좋게 호주 공항 라운지에서 일할 기회를 얻었고, 그곳에서 '바리스타'가 하는 일을 배우게 됐다. 특별한 계획 없이 도망치듯이 무작정 떠난 시드니에서 커피 만드는 법을 배우고, 다양한 배경의 손님들과 스몰톡을 나누고 있을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심지어 너무 재미있었다.
손님으로서나 일하는 사람으로서나 내가 경험한 호주 카페는 한국 카페와 여러 면에서 아주 많이 다르다.
호주에 지내면서, 현지 카페에서 일하면서 직접 경험한, 소소한 팁들을 예비 워홀러(특히 카페에서 일하기를 꿈꾸는 분)에게 나누고자 이 글을 쓰게 되었다.
대부분의 카페 영업시간이 늦은 오전부터 늦은 오후까지인 한국과는 다르게 호주 카페들은 아주 이른 새벽(오전 5시 ~ 6시)에 열어 이른 오후(2시~4시)에 문을 닫는다. 그래서 호주 카페에서 일하고 싶다면 무조건 아침형도 아닌 새벽형 인간이 되어야 한다. 매번 새벽 4시쯤 눈을 떠 비몽사몽 출근을 하면서도, 난생처음 경험하는 일들이라 이 일을 해내는 내가 신기하면서도 웃겼다. 매일 아침이 고되었지만 이른 오후에 마쳐 저녁에는 내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다는 장점도 무시할 수 없었다.
카페 워커로서 숙지해야 하는 첫 번째는 당연히 커피 메뉴일 것이다. 한국에서는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주 메뉴인 것에 반해 호주에는 뜨거운 커피의 수요가 훨씬 높고 취향에 따라 각종 우유를 선택할 수 있다. 손님의 옵션이 많아진 만큼 워커는 힘들기 마련이지만 그만큼 다양한 취향을 존중한다는 점이 좋았다.
Espresso(E/EP) or Short black – 에스프레소 1샷
Long black(LB) – 블랙커피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아메리카노라고 불리는 커피를 말한다. 뜨거운 물 위에 에스프레소 2샷을 추출하여
넣는 따뜻한 커피이다.
Latte(L) – 라떼
에스프레소 샷 위에 거품을 많이 내어 스팀 한 우유를 넣는 커피 라떼를 말한다. 보통 투명한 유리컵에 서빙되어 우유거품(froth/foam)이 얼마나 두꺼운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Piccolo(P/Pic) – 피콜로
피콜로는 미니 라떼이다. 소주잔만 한 컵에 제공되고 반은 에스프레소, 반은 스팀 한 우유로 채워진다. 라떼보다 진한 커피맛을 느끼고 싶거나, 우유가 너무 많이 들어간 커피가 싫은 사람은 피콜로를 마시면 된다.
Flat white(F/FW) – 플랫 화이트
라떼와 같이 에스프레소 샷 위에 스팀 한 우유를 넣는 라떼 종류 중 하나이다. 라떼와 다른 점은 라떼보다 우유거품(froth/foam)이 적다는 것이다. 우유 거품이 flat 하게(얇게) 형성된다고 해서 플랫 화이트라고 불린다.
Cappuccino(C/Cap) – 카푸치노
에스프레소 샷 위에 초콜릿 파우더를 살짝 뿌린 다음, 거품을 아주 많이 내어 스팀 한 우유를 넣어 마시는 커피 종류 중 하나이다. 플랫 화이트, 라떼보다 우유 거품이 많아야 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Mocha(M) – 모카
에스프레소 샷에 초콜릿 시럽을 섞어 스팀 한 우유를 넣어 마시는 초콜릿 커피 우유이다. 카푸치노가 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모카를 마시면 된다. 초콜릿의 달달한 맛 때문인지 커피 입문자들은 모카로 커피 마시기를 시작한다.
Macchiatto(Mac) - 마끼아또
들어가는 에스프레소 샷에 따라 Long mac(2샷) 혹은 Short mac(1샷)으로 불린다.
Chai latte(Chai) - 차이라떼
계피향이 진한 라떼 종류 중 하나이다. 일정량의 파우더를 뜨거운 물에 녹인 다음 스팀 한 우유를 넣는다. 취향에 따라 시나몬 파우더를 뿌려 서빙된다. 카페인이 포함되어 있으며 파우더에 따라 단맛이 나기도 한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만 마시던 나에게 차이 라떼는 굉장히 생소한 메뉴였지만 호주에서는 커피만큼 인기 있는 메뉴이다.
Brewed Chai latte or Sticky Chai latte (B/Chai) - 브루차이 혹은 스티키 차이라떼
꿀에 절여진 찻잎을 한 숟가락 정도 스팀 주전자에 담은 후 우유와 함께 스팀 하는 차이라떼를 말한다. 차이라떼가 생소한 사람으로서 나는 일반 차이라떼와 스티키 차이라떼의 맛의 차이를 잘 구별하지 못한다. 하지만 좀 더 진한 계피맛을 원하는 사람들이 브루 차이를 주문하고, 일부는 브루차이가 아니면 차이라떼로 취급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주문 전 꼭 'Do you use powder or leaves for the chhai?' 하고 묻는 사람이 있다.
Hot chocolate(HC) - 핫 초콜릿
커피를 마시지 못하는 사람이나 어린이들을 위한 메뉴. 초콜릿 파우더 혹은 시럽을 넣고 스팀 한 우유와 함께 섞는, 따뜻한 초코 우유이다. 간혹 초콜릿 파우더가 아닌 진짜 초콜릿을 녹여서 사용하는 카페들이 더러 있는데 대부분 파우더를 사용하는 편이며 일부 손님들은 초콜릿 파우더를 사용하는 진짜 초콜릿을 사용하는지 묻기도 한다. 처음에는 차이를 제대로 알지 못해서 이 질문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기도 했다.
Do you use the powder or chocolate for the hot chocolate?
Babyccino(BC/cino) - 베이비치노
내 최애(?) 메뉴였던 베이비치노! 내가 베이비치노를 마시기 때문이 아니라 이런 메뉴가 카페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괜히 울렁거렸다. 어린이와 동물을 너무 사랑하는 호주에서는 이렇듯 아이와 동물을 위한 메뉴가 따로 있다! 거품을 잔뜩 내어 스팀 한 우유에 초콜릿 파우더를 뿌려내면 끝이다. 아이들을 위한 것이라면 베이비치노, 동물들을 위한 것이라면 퍼피치노(puppyccino)로 불린다. (퍼피치노에는 초콜릿 파우더를 뿌리지 않는다.)
이외에도 Matcha(마차), Taro(타로-뿌리식물의 한 종류) 등의 라떼가 있으며 물론 한국인에게 빼놓을 수 없는 아이스 메뉴도 존재한다.
아.아라고도 불리는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같은 아이스 롱블랙, 아이스 라떼, 아이스 초콜렛 등등.
아이스 메뉴 중 한 가지 특별한 메뉴를 꼽자면 아이스커피일 것이다. 호주에서 말하는 아이스커피는 아이스 라떼에 바닐라 아이스크림 한 두 스쿱을 얹은 것을 말한다. 아이스 롱블랙 외골수로서 크게 반갑지 않은 메뉴였다. 하지만 실제로 호주에서는 꽤 인기 메뉴이다.
위 모든 메뉴는 호주의 어느 카페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한 커피 메뉴이며, 이 정도는 숙지하고 있어야 주문을 할 때에도, 일을 할 때에도 덜 혼란스러울 것이다.
대표적인 메뉴를 알아보았으니 다음번에는 손님에 따라 커피 메뉴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어떻게 기호화시키는지에 대한 팁을 전달해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