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상진론 「돌과의 대화」

by 김지숙 작가의 집

「돌과의 대화」




네 사람이 말을 한다

세 사람이 말을 한다

두 사람이 마주보고 있다

너는 보이지 않는다

잘 손질된 돌처럼 앉아 있는 사람들

높이 든 술잔은 한 방울의

잉크를 떨어뜨린 것처럼

말들을 간섭하며 흘러 다닌다

사람들의 입에서 나오는 흰서리 같은 입김

그들은 목소리를 녹여내지 못한다

그런데 너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중략>

시간은 밀랍 같은 혀를 움직이기 시작했을까

물기 없이 피어오르는 검은 말들

흙먼지를 뒤집어 쓴 모하비 사막의 돌은

로제타스톤을 모르리

몸을 빠져나오지 못한 문자들

로제타스





환상성이란 터무니없고 기이한 장면과 의아하고 독특한 상황에 놓이면서 인식이 새롭게 변화하는 특성을 지닌다 현실을 재현하는 듯 하지만 실제로 현실과 비현실에 문제를 제기하는 기능을 한다 때로는 변형시키고 해체시키는 과정에서 상상력을 자극하고 새로운 진실을 제시한다

환상성은 내면에서 환기된 두려운 낯설음을 제공하지만 익숙한 세계를 낯설게 하는 과정에서 인식론적 전환과 존재론적 변이 속에 새로운 지평을 생산(오기호)한다

시「돌과의 대화」에서 화자는 술잔이 사람 사이를 간섭하며 흘러 다닌다고 한다 이러한 표현 속에서 기존의 술이나 사람이라는 시어들은 낯설고 새로운 것이 되기 위해 기존 사물의 특성을 전도시키거나 다른 것과 재결합되어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사실을 만들고 그 과정에서 기존의 가치들은 사라지고 전혀 새로운 사물들이 충돌되는 상황 속에서 가치 전도된 부분이 나타난다

즉 주객이 전도된 사물 바라보기가 나타난다 술잔의 한 방울 술이 사람의 말을 간섭하는 상황에서 시공간을 넘어 모하비 사막 로제타스톤에 이르기까지 말은 물기 없이 검은 빠져나오지 못하는 등과 같이 부정적이고 희망이 없는 상황이 된다

사회질서가 유지되는 기존의 구조와 의미를 해체해서 문화적 안정성을 전복시키는 기능을 환상성이 해낸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환상은 해방 기능으로 폐쇄된 현실 영역을 표면화하고 환상성으로 화자에게는 익숙하지 못한 사회 문제를 언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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