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성의 입술」
석고상은 붉은 입술로
일렁이는 말을 한다
목소리가 듣고 싶었어. 아무 말이나 좀
잠에서 깨어나
그는 링거 줄을 뽑아 던진다
회색 피가 흘러나오는 제라늄 화분
그는 입술을 더듬어 본다
‘좋은 말을 해 본 지가 오래 되었어’
낮에도 밤은 여러 번 찾아왔고
휘어지는 길을 따라 아침은 사라졌다
간호사들은 오늘 죽은 사람의 생일 케이크를 우물거린다
‘나는 내 맘에 들고 싶어’
밧줄에 묶인 채 거꾸로 올라가는 간판
창밖의 검은 태양은
바닷물 색을 울컥울컥
쏟아내고
간판이 있던 자리 공중에 걸린 둥지 하나
어린 새의 솜털이 묻어 있다
그는 유리창 위에 입술을 벙긋 거린다
한 단어 한 단어 말의 입김이 번진다
그로테스크는 현대 사회에 있어 언급하기 힘든 성문제를 반영하거나 삶의 공허함을 무의미성으로 표현하거나 풍자한다 이 과정에서 존재를 긍정하고 존재에 역동성을 부여하고 현실 속의 사물과 관념 사이에 존재하는 그릇된 위선들을 재정립하는 한편 위계질서를 파괴하고 괴리를 넘어서 자유로운 결합과 이상적인 생명성을 북돋우고 사물의 해방감을 추구한다
시「무성의 입술」에서는 관습화된 틀이나 전통적 인식을 넘어선 과장된 묘사가 주를 이룬다 링거 줄을 뽑아 던진다거나 회색 피가 흘러나오는 제라늄에서와 같이 섬세하고도 세밀한 묘사에서 기괴한 이미지가 고양된다
이러한 죽은 사람의 생일케익 거꾸로 올라가는 간판 검은 태양 등의 부정적 이미지를 건너 간판이 있던 자리 공중에 걸린 둥지하나 어린 새의 솜털이 묻어있다는 표현처럼 부정성을 넘어 사람과 밀접하게 연결된 기괴한 이미지는 음침하고 죽음을 떠올리는 광경을 드러내는데 이는 역설적이게도 생명력을 담아낸다
또 회색 피 죽은 사람의 케이크 바닷물 색을 쏟아내는 검은 태양 유리창 위에 벙긋거리는 입술 등에서는 기존의 고착화된 사물이 갖는 이미지나 관계에서 벗어나 역동적이며 다소의 기괴함을 활성화하고 그 과정에서 리얼리즘적 정화된 새로운 가치관의 형태를 드러낸다
또한 그로테스크는 육체에 대한 생존 본능이나 현대인은 드러내기를 꺼리거나 외면하는 부분을 스스럼없이 표현하는 하나의 방법이기도 하다 시에서 화자는 소외된 현대인의 입술을 대변하는 석고상의 붉은 입술 입술을 더듬어본다 우물거린다 쏟아낸다 벙긋거린다 번진다 등은 비적합성을 동반한 세상에 대해 비틀기 방식으로 대응하면서 원시적 삶의 원형을 찾으려는 먹는 행위 등 입과 관련된 기능에 대해 과장된 묘사와 더불어 입이 갖는 거대한 기능을 강조하고 있다 한마디로 그의 시는 육체에 관한 부정적 이미지를 내면적 차원에 관련지어 그로테스크한 특징을 언어로 과감하게 표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