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ijing Betavolt New Energy Technology
중국 배터리 제조업체인 베이징 베타볼트 뉴 에너지 테크놀로지는 충전이나 유지 보수 없이 최대 50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원자력 코인 셀을 개발했다.
50년 가는 원자력 배터리, 왜 당신의 스마트폰에는 들어갈 수 없을까?
- 베타볼트 BV100의 특징 5가지 -
한 번쯤 상상해 본 적은 있다.
한 번의 충전으로 평생 쓸 수 있는 스마트폰은 없을까? 아니 더 나아가 한 번 충전하면 평생 쓸 수 있는, 그래서 아예 충전이 필요 없는 배터리가 들어가 있는 자동차가 있다면 얼마나 편리할까.
2024년 1월, 중국의 베타볼트(Betavolt)라는 회사가 바로 이 상상에 불을 지폈다. 동전만 한 크기의 BV100이라는 원자력 배터리를 공개하며, 무려 50년 동안 충전이나 유지보수 없이 작동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 소식은 즉시 '충전 없는 스마트폰', '무한 비행 드론'과 같은 꿈같은 미래에 대한 기대로 이어졌다.
며칠 전부터, SNS에 접속하면 이와 관련된 오래된 기사가 지속적으로 따라붙는다. 그래서 내용을 좀 더 짚어봤다. 그 꿈이 정말 현실화될 것인가? 하고...
하지만 살펴본 과학적 진실은 훨씬 더 흥미롭고 복잡하다. 그 얘기를 해 보자.
[Fact 1] 에너지 챔피언, 그러나 출력은 약골
BV100을 둘러싼 가장 큰 오해는 '에너지 밀도'와 '전력 밀도'라는 두 개념을 혼동하는 데서 비롯된다.
'에너지 밀도'는 배터리가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저장'하고 있는지를 나타낸다. BV100은 니켈-63이라는 방사성 동위원소를 사용해 리튬 이온 배터리보다 10배 이상 높은 에너지 밀도를 자랑한다는 발표다. 이것이 바로 50년이라는 경이로운 수명이 가능한 이유인 것이다.
또 하나 '전력 밀도'는 저장된 에너지를 얼마나 '빠르게' 꺼내 쓸 수 있는지를 의미한다. 여기서 BV100의 근본적인 한계를 볼 수가 있다. 그 출력은 고작 100마이크로와트(µW)에 불과하다.
이유는 뭘까? 화학 배터리는 필요에 따라 화학반응을 가속해 순간적으로 큰 힘을 뿜어낼 수 있지만, 원자력 배터리의 출력은 동위원소의 자연 붕괴 속도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붕괴 속도는 반감기라는 불변의 물리 법칙에 따라 조절이 불가능한, 확률에 기반한 자연 현상인 것. 원자핵을 말 그대로 '재촉해서' 에너지를 더 빨리 방출하도록 강제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이 개념을 쉽게 비유하자면, BV100은 '에너지 탱크는 엄청 크지만, 에너지가 나오는 문은 매우 좁은' 배터리라는 것이다. 배터리가 아무리 오래가도, 스마트폰 화면을 켜거나 앱을 실행하는 데 필요한 수 와트(W)의 강력한 전력을 순간적으로 공급할 수 없는 근본적인 이유가 바로 이 '좁은 문' 때문이라는 것이다.
[Fact 2] 스마트폰에 적용? 대형 여행 가방 두 개를 붙여서 다니게?
이 '좁은 파이프'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베타볼트를 바탕으로 간단한 시뮬레이션을 해 보자.
최신 스마트폰인 iOS26이 탑재된 아이폰의 경우 배터리 사용량 및 전력 소모가 높은 작업 시 대략 8~9W 정도의 전력을 소모한다. 그렇다면 100마이크로와트(0.0001W) 짜리 BV100 배터리로 이 전력을 공급하려면 몇 개나 필요할까? 계산은 간단하지만 결과는 충격적이다. 무려 90,000개의 BV100 유닛이 함께 묶여있어야 한다.
이 9만 개를 모으면 부피는 약 56리터로 커다란 여행용 가방 두 개 크기쯤 되며, 무게는 300kg을 훌쩍 넘게 된다. 따라서 '무한 비행 드론'의 꿈은 허황된 것이 되는 것이다. DJI Mavic 3와 같은 드론이 공중에 떠 있으려면 약 150~200와트의 출력이 필요한데, 이를 감당하려면 배터리 무게만 수백 킬로그램에 달할 것이니 애초에 날 수가 없다. 결국 스마트폰이나 드론에 원자력 배터리를 탑재하는 것은 현재 기술로는 공학적 목표가 아니라, 높은 에너지 밀도를 설명하기 위한 마케팅적 비유에 가깝다는 얘기다.
[Fact 3] 의료와 산업용 IoT 분야에서는 진짜 혁신인 전지가 될 것
BV100이 스마트폰에는 부적합하다고 해서 가치 없는 기술이라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오히려 특정 전문 분야에서는 세상을 바꿀 혁명적인 기술인 것이다. 이 배터리의 진정한 무대는 바로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곳일 듯하다.
심장 박동기는 보통 1050마이크로와트의 아주 적은 전력으로 작동한단다. BV100을 사용하면 환자의 평생 동안 재수술 없이 심장 박동기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현재 심장 질환 환자들이 5~10년마다 배터리 교체를 위해 감수해야 하는 반복적이고 위험 부담이 큰 수술 자체를 없애준다는 의미이다. 환자의 감염 위험과 수술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것이니 그야말로 혁신적 아닐까 싶다.
아울러 교량, 댐, 심해 파이프라인처럼 인간의 접근이 어렵거나 위험한 곳에 설치된 센서들을 생각해 보자. 이런 곳의 배터리를 교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BV100은 한번 설치하면 수십 년간 신경 쓸 필요 없는 설치 후 잊어버리는 방식의 전력 공급을 가능하게 하니 산업용 IoT 및 인프라 분야에서는 정말 꿈의 기술이 될 것이다.
[Fact 4] 2025년 '1와트 배터리'의 진실
베타볼트는 2025년까지 현재보다 1만 배 강력한 1와트(W) 짜리 배터리를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 역시 우리가 기대하는 '스마트폰용 배터리'와는 거리가 말다. 그 이유는 기술과 비용의 관점에서 살펴보자.
모든 방사성 동위원소는 1그램당 방출할 수 있는 최대 에너지양이 정해져 있다. 계산에 따르면, 니켈-63은 1그램당 약 0.58 밀리와트(mW)의 전기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이 이론적 한계다. 이 물리 법칙에 따라 1와트의 전력을 생산하려면 순수한 니켈-63 동위원소가 약 1.7kg이나 필요하다. 여기에 보호 케이스 등을 더하면 최종 제품의 무게는 2.5kg을 훌쩍 넘을 것이다. '동전 크기'의 1와트 배터리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얘기.
더 큰 문제는 비용. 연구용 니켈-63의 현재 시장 가격은 그램당 4,000달러에서 7,000달러(약 550만~960만 원) 사이. 이를 바탕으로 1와트 배터리 하나에 들어가는 동위원소 가격만 최소 6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80억 원을 초과하게 된다.
이처럼 엄청난 무게와 비용 때문에 1와트 배터리가 출시된다 해도 첩보 위성이나 특수 군사 자산처럼 비용에 구애받지 않는 극소수의 특수 목적에만 사용될 것이 자명하다.
[Fact 5] 가장 큰 장벽은 방사선이 아니라, 방사능 선원에 따른 서류 작업
'원자력'이라는 단어 때문에 방사선 안전 문제를 걱정하는 분들이 많을 듯하다. 하지만 BV100의 니켈-63이 방출하는 베타선은 매우 약해서 종이 한 장이나 배터리 케이스도 뚫지 못하므로 외부 방사선 위험은 거의 없어 보인다.
진짜 장벽은 안전이 아닌 '규제'. 중국의 방사선 방호 표준(GB 18871-2002)에 따르면, BV100에 포함된 방사성 물질의 양은 일반 소비자 제품에 허용되는 면제 한도를 수천 배나 초과한다.
이 때문에 BV100은 일반 배터리 부품이 아니라, 특수 선원으로 분류될 수밖에 없다. 이는 배터리가 단순한 부품이 아니라, 마치 병원의 방사선 치료 장비나 산업용 방사선원처럼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 과정에 걸쳐 정부의 허가, 추적, 관리를 받아야 하는 엄격한 규제 대상임을 의미한다. 이러한 현실은 원자력 배터리가 스마트폰과 같은 대중 소비자 제품에 탑재되는 것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요인이 될 것이다.
정리
베타볼트의 BV100은 우리의 스마트폰 충전 문제를 해결해 줄 마법 같은 기술은 아닌 것이다. 하지만 재료 과학과 공학 분야에서 이룩한 대단히 인상적인 성과임은 분명해 보인다.
이 기술의 진정한 가치는 우리 손 안에서 화려하게 빛나는 대신, 의료, 산업, 군사/우주와 같이 보이지 않는 인프라를 수십 년간 안정적으로 작동시키는 데 있겠다. 심장 박동기를 평생 뛰게 하고, 위험한 산업 현장의 센서를 잠들지 않게 하며, 머나먼 우주 탐사선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과 같은 것 말이다.
그럴지라도, 언젠가는 우리도 충전 강박에서 벗어나는 에너지원을 확보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해 본다.
하긴, 전고체 배터리라도 얼른 상용화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