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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전독서단 25-상반기

'25-1 ~ '25-6

by 김민주

후기 :

재밌는 책도 있었고 재미없는 책도 있었다.


이 계절의 소설은 1분기 땐 선택할 수 있었던 것 같은데 2분기 땐 필참이 되었다.

1분기 것은 정말 꾸역꾸역 읽었다.

내가 스스로는 고르지 않았을 책들을 옵션으로 제시받아서 덕분에 다양하게 읽고 있다. 감사하다.

설국을 1월에, 바움가트너를 5월에 읽은 걸 보면 나름 계절적 정서도 고려하는 거 아닌가 싶다.


달마다 집에 배달 온 읽는사람 책자를 보면 1월에 쓴 한자(식)는 제대로 출력되었는데

3월에 쓴 한자(호모)는 삭제되고 그냥 괄호만 나와서 편집상의 실수인지, 의도인지 알 수 없다.

그 글은 젠틀맨이란 노래의 플로우를 따랐다. 어쨌든 웹페이지엔 제대로 나와있다.


작년 활동을 마치며 더 쉽게 써야겠다고 한 다짐은 바움가트너에만 실천한 것 같다.

책자에서 내가 쓴 부분만 오려내기 전 다른 사람들이 쓴 글도 훑어보다 좋은 걸 발견하기도,

나와 이렇게 감상이 다를 수도 있구나 느끼기도 한다.

2분기 책자들을 집에서 어디에 뒀는지 잃어버린 것 같다. 스크랩해야 하는데.


23년 하반기에 썼던 '반쯤의 반증'이란 브런치북처럼

내가 일상에서 느낀 것들을 메모해두었다가 그걸 중심으로 완전한 글로 확장할 수도 있는 구절들을

그냥 서평들에 집어넣고 있다.

4월달 서평에 쓴 사이클 관련 부분은 6월 책이었던 '동생'에 나오는 구절과도 닿아 있다.

세상의 크기는 똑같은데 거리는 점점 멀어지는 것 같다는,

적확한 표현이었다.


동생을 읽고선 해피엔드를 떠올리기도 했다.




이 달의 소설 / 이 달의 고전

1월, 설국, 가와바타 야스나리

울렁거린 언덕 오르내리며 임의의 공전과 만난 일렁이는 식(蝕). 그 모든 것과 이별해야 함을 깨닫게 됩니다. 서로의 허무한 것을 소복이 주워섬기면 투명한 동행 되어 잠시만 이대로.




2월, 제5도살장, 커트 보니것

장수가 멋대로인 책에 임의로 접근하는 빌리의 기억. 뾰족한 고통이 없어 떨지 않을 수 있던 건 아닐까. 내면화된 무력함 : 바꾸지 못한 것은 바꿀 수 없던 것이 절대 아니다.




3월, 오이디푸스 왕, 소포클레스

선과 악의 근친, 마저 호모(呼母) 사피엔스/ 부정 못 한대 출신, 어- 어머 창피해라/ 고작 내 항의에 자유인 그만 하긴 왜/ 넌 알어 마마보이는 아마 착실해/ 비켜서,




4월, 어둠 뚫기, 박선우

반복과 반목의 탄성으로 켜켜이 분리한 불안-분리불안, 반가운 ‘은혜’를 모르는 척. 허공을 안고 간신히 맞잡은 손뿐만 아니라 가열하는 그 팽창 역시, 사이클의 지속을 늘리므로.




5월, 바움가트너, 폴 오스터

즐거운 여행이었던 것 같다. 요즘은 알아가고 있다. 실망하지 않는 법보단 기대하지 않는 법을, 늘 새로운 음악을, 그래서 더 좋은 노래들을, 배경사진으로 적합한 눈빛들을.




6월, 동생, 찬와이

너의 방황이 모닥불 밝힌 풍경을 안타까워 베어 물듯 깜빡, 깜빡, 멀리서 지켜보던 그 밤. 나는 서로의 미래에서 소외된 우리가 과거 얼마만큼의 일부였을런지 꾸벅, 중얼, 묻는다





이 계절의 소설

봄,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1. 주제의 보편성 - 3점

수척한 땅에 감나무 한 그루 정신 못 차리게 하려고 패거리들이 미친 듯이 흔들자, 열매 대신 웬 불똥이 떨어진다. 마치 그 나무 밤으로써 대거리하듯 어둠이 깔리면 열정으로 임했던 그들은 서로 손을 내밀고 연쇄적으로 부딪힌다. 이합집산은 계속된다.


2. 구성의 탁월함 - 4점

미디어 아트워크를 본 듯한 감각이 든다. 20*40제곱미터의 천장이 높은 공간에 설치된 그 작품에는 부랑자의 옷을 걸친 마네킹들과 진흙, 모래사장 등 다양한 배합의 땅덩이로 이루어진 맵, 어느 순간 화면 너머로 옮아가는 교수와 온갖 무기들을 든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있는. 제목은, '진짜 세상'


3. 문체의 예술성 - 3점

남작을 핵으로 한 이야기를 다룰 때의 만연체는 청산유수의 구술 기록처럼 생동감이 넘치고 교수의 생각 면역이나 지휘자의 독백처럼 암호화된 메시지를 다룰 때는 꽤 피곤하다.


4. 인물과 사건의 새로움 - 3점

제한조건이 걸린 시뮬레이션처럼 특정 인물의 죽음을 전후로 시스템이 붕괴하듯 서사의 연주는 변칙적이 된다. 두부를 교체할 수 있게 디자인했다는 로마시대 조각상들을 보고 작가는 후반부 이야기를 떠올렸을지도 모르겠다.


5. 해석의 다양성 - 3점

작가가 현실 속에서 처한 상황을 고려하면 인물과 사건에 대해 다른 해석이 재생될 수도 있을 것이다. 부랑자들이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여름, 연매장, 팡팡



1. 주제의 보편성 - 4점

박힌 탄환 혹은 관통한 칼을 빼지 않고서 느린 죽음과 함께 피 흘릴 것인가, 마주할 것인가. 내가 끼어들 수 없는 그들의 역사가 버티고 서있을 때 그들이 끼어들 수 없는 나의 침묵이 공고해질 때, 우리가 서로 건넬 수 있는 안부 인사가 잘 지냈냐는 것 외에 또 무엇이 있을 것인가. 역사의 옷깃 사이로 배꼽이 드러났어도 나는 그저 따라서 흐리게 웃었다.


2. 구성의 탁월함 - 4점

사건의 동일한 근원에 한 인물은 시간순으로, 다른 인물은 시간 역순으로 교차하며 근접한다. 우연히 그러하듯이 절묘하게 빗나가고 필연이 그러하듯이 마차는 길을 잃는다. 각 인물의 얼굴은 갈수록 점점 또렷해져 한 번 더 읽을 필요성을 부과한다.


3. 문체의 예술성 - 3점

쉬운 말로 구성하여 이치들을 선명히 드러내는 작가의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사건을 통해 중국의 역사가 전달되는 방식에서 작가의 역량이 느껴졌다.


4. 인물과 사건의 새로움 - 4점

각각의 인물도 좋았지만 사건 속에서 인물이 위치하는 모양새가 마음에 들었다. 세대에 따라 바뀌는 처지와 그 속에서 관련자이자 후세대로서 무심한 객관성과 적당한 이입을 보여주는 주인공의 태도가 적절하게 설정되었다.


5. 해석의 다양성 - 4점

현대에 들어서 자연과 불화하게 된 시골의 건축물에 대한 설명이 마음에 걸린다. 자연스럽다는 것은 무엇일까? 인간에게 적응하지 못할 상실은 없다는 오해 속에 인간의 본질이 있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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