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서비스 이슈리포트 2025-10호
이 글은 제가 NIA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의 < 디지털서비스 이슈리포트 > 2025년 10월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원본 글 '2025년 AI 현황 보고서 리뷰'를 이곳 브런치에서도 공유합니다.
스테이트 오브 에이아이(https://www.stateof.ai/) 는 AI(인공지능) 분야의 최신 동향, 기술 발전, 연구 성과, 정책 변화 등을 분석하고 요약하는 연례 보고서이다. 이 보고서는 AI 연구, 산업 동향, 정책 및 규제, 그리고 안전과 윤리에 관련된 다양한 이슈들을 다루고 있으며, AI의 주요 발전 사항뿐만 아니라, 각 분야에서의 성과와 전망, 그리고 산업계 및 학계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제공한다. 작년 10월에 2024년 보고서에 대한 내용을 정리했었고, 이 글에서는 2025년 10월 9일에 발간된 최신 보고서를 보고 현재와 미래를 둘러보도록 한다.
이 보고서는 AI 전문가인 Nathan Benaich가 Air Street Capital과 함께 작성했는데, 보고서의 끝은 이후 1년간 있게 될 10가지 예측이 담겨 있고, 보고서의 시작은 지난 해에 했던 예측에 대한 평가들이 담겨 있으며, 주요 섹션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포함한다.
연구(Research) : AI 연구에서 주목할 만한 논문, 기술적 혁신, 새로운 알고리듬 및 모델들.
산업(Industry) : AI 기술이 산업에 미치는 영향, 주요 기업의 전략 및 AI 도입 사례.
정치(Politics) : AI 정책, 규제, 국제적 협력 및 경쟁, 데이터 보호 관련 법안 등.
안전(Safety) : AI 안전성, 윤리적 문제, 사회적 영향, 책임 있는 AI 개발 노력.
설문조사(Survey) : 1,183 명의 현업 사용자들로부터의 조사 내용 분석.
2024년의 213 페이지 분량에 비해 훨씬 많은 313 페이지 분량의 보고서가 발간되었다. 설문조사 섹션이 추가된 것을 감안하더라도 많은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고, 예년 대비 정치와 안전 영역에 내용들이 많이 보충되었다.
이 글에서는 총평, 지난 예측에 대한 분석, 그리고 앞으로의 예측에 대한 내용들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한다.
2025년의 인공지능은 ‘추론(reasoning)’과 ‘산업화’라는 두 단어로 요약된다. AI가 문장을 만들어내는 단순한 생성기의 시대를 지나, 이제는 스스로 사고하고 검증하며 반성할 수 있는 지능적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 변화는 연구실의 실험 결과를 넘어, 에너지·경제·정치·안보를 포괄하는 새로운 산업 구조의 전환점으로 이어지고 있다.
저자 Nathan Benaich는 이번 보고서의 결론 부분에서 AI는 기술 발전을 가속하는 힘의 증폭기이며, 이처럼 깊은 전환 시기에 인류가 안전하게 항해하기 위해서는 그 궤적을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이야기한다.
올해의 연구를 대표하는 키워드는 단연 추론(Reasoning)이었다. OpenAI의 o1, 딥시크(DeepSeek)의 R1, 앤트로픽(Anthropic)의 Claude 3 같은 모델들은 ‘think-then-answer’, 즉 ‘생각한 뒤 대답하는’ 방식을 실제 제품에 구현하며 AI가 논리적 추론을 수행하는 단계로 나아갔다. 수학·코딩·과학 등에서 인간에 근접한 정확도를 보이는 모델이 등장했고, AI가 단순한 생성이 아닌 ‘추론의 과정’을 내재화하기 시작했다는 점이 중요한 변화다. 아울러 사람들은 이 기다림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러한 도약은 동시에 새로운 숙제를 낳게 되었다. 기존의 성능 지표들이 데이터 오염과 편향으로 신뢰를 잃었고, 모델이 진정으로 ‘이해’하고 있는지 검증하는 문제는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한편, 중국의 오픈웨이트 생태계(Qwen, DeepSeek)는 폭발적인 개발자 참여와 함께 빠르게 성장하며 글로벌 균형을 흔들었다. 폐쇄형 모델이 여전히 성능과 비용 효율에서 우위를 점하지만, “누가 더 많이 아는가”보다 “누가 더 깊이 이해하는가”가 경쟁의 기준으로 바뀌고 있다.
2025년은 AI가 실제로 돈을 벌기 시작한 해였다. AI-first 기업들이 수십억 달러 규모의 매출을 달성하며 “AI로 비즈니스가 가능하다”는 확신을 시장에 각인시켰다. 한편 엔비디아는 시가총액 4조 달러를 돌파하며 AI 산업의 실질적 인프라 공급자로 자리 잡았다. AI 논문 중 90% 이상이 엔비디아의 칩을 활용했다는 사실은 현재의 생태계가 얼마나 한 회사에 의존하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이런 성공의 이면에는 전력이 새로운 병목이 등장했다. 초대형 데이터센터들이 멀티-GW(기가와트) 단위의 전력을 요구하면서 AI 산업은 전력망·토지·냉각 기술 같은 물리적 제약에 부딪히고 있다. 이제 기업들은 모델의 정확도보다 전력 공급 계약과 에너지 효율성을 두고 경쟁하는데, 이는 AI의 산업화가 진정으로 시작되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AI는 이제 기술이 아니라 국가 전략의 핵심 도구가 되었다. 미국은 “America-first AI”를 선언하며 AI 반도체와 모델 수출 규제를 강화했고, 중국은 자급자족형 반도체 생태계와 자체 AI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EU의 AI Act는 시행 초기부터 산업계의 반발과 복잡한 행정 절차로 완화된 형태로 적용되었고, 중동과 아시아에서는 석유 자본이 AI 데이터센터 건설로 이동하면서 “AI 오일머니 시대”가 열렸다.
AI 인프라 확보는 이제 국가의 경제 주권이자 안보 문제로 간주된다. GPU 클러스터와 초대형 데이터센터는 단순한 기술 투자가 아니라, 국가 간 동맹과 긴장의 새로운 무대가 되었다. AI가 글로벌 경제 질서의 중심으로 옮겨갔다는 점에서, 2025년은 “AI 지정학의 원년”으로 불릴 만하다.
AI 안전에 대한 논의도 한층 성숙해졌다. 이전까지는 “AI가 인류를 위협할 수 있다”는 존재론적 위험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기만적 추론(deceptive reasoning), 모니터링 가능성, 능력과 통제(capability vs control) 등 현실적 이슈로 옮겨갔다. 주요 연구소들은 생물학적 오용, 자율형 의사결정 오류에 대비한 보호 체계를 도입했지만, 일부는 기한을 넘기거나 조용히 중단했다.
외부 안전 단체의 자금은 대형 연구소 하루 운영비에도 미치지 못하며, AI를 활용한 사이버 공격은 5개월마다 두 배로 증가했다. AI가 만든 코드로 시스템을 해킹하거나, AI 에이전트를 이용한 사회공학적 침투가 현실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AI 안전”은 기술적 윤리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안보의 핵심 의제로 격상되었다.
1. 한 주권 국가가 미국의 거대 AI 연구소에 1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면서 국가 안보 심사가 진행될 것이다.
“HUMAIN 펀드(약 100억 달러 규모) 및 UAE Stargate AI 인프라 프로젝트” 등 대형 국가 투자가 등장했다고 명시하지만, 이는 미국 AI 연구소 지분 인수 같은 직접투자가 아닌 인프라 파트너십 형태였다. 따라서 예측된 ‘국가 안보 심사 수준의 사례’는 발생하지 않았고, 부분 실현으로 평가된다
2. 코딩 경험이 없는 사람이 만든 앱이나 웹사이트가 앱 스토어 상위 100위 안에 들며 바이럴하게 될 것이다.
Formula Bot이 Bubble 플랫폼으로 개발되어 앱스토어 Top-100에 진입했고, Reddit 게시글로 바이럴 되며 3개월간 3만 달러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코드 없이 AI를 활용한 제품의 상업적 잠재력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언급되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바이브 코딩 등으로 초기에 진입장벽이 낮아진 것에는 동의하지만, 이후 제대로 된 서비스와 팀들의 도움이 있었다는 점에서 바이럴이 지속되었는가에 대해서는 다른 생각이다.
3. 데이터 수집과 관련된 소송이 늘어나면서 프론티어 AI 연구소의 데이터 수집 관행에 의미 있는 변화가 생길 것이다.
데이터 소송이 본격화되었다. 특히 Anthropic의 15억 달러 합의가 전환점이 되었으며, 회사는 불법 텍스트를 삭제하고 합법적 출판물로 이동했다. OpenAI 역시 Future(Marie Claire 발행사) 등과 유료 콘텐츠 협약을 체결해 데이터 출처 정화를 진행했다. 이후 동영상 데이터와 저작권 등으로 확장되고 있다.
4. 유럽 연합의 AI 법안이 입법자들이 과도하게 나갔다고 우려하면서 예상보다 완화된 형태로 진행된다.
보고서는 이 예측을 “NO”로 표기했지만, 설명상 초기 시행은 실제로 완화된 형태로 진행되었다. EU 집행위원회는 의무 이행을 단계적으로 배포하고 GPAI 자율 규약(Code of Practice)에 의존하면서 규제를 완화했으나, 추후 강제 조항이 도입될 예정으로 평가된다
5. 오픈 소스 AI 모델이 다양한 추론 벤치마크에서 오픈AI의 o1을 뛰어 넘을 것이다.
중국의 DeepSeek-R1 모델이 AIME, MATH-500, SWE-bench Verified 등 주요 추론 벤치마크에서 OpenAI o1을 능가했다. 이는 오픈웨이트 생태계가 폐쇄형 모델에 도전할 수 있음을 입증한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된다.
6. 엔비디아의 시장 지배력을 흔들 만한 경쟁자가 등장하지 못할 것이다.
엔비디아는 시장 점유율 90% 이상, 시가총액 4조 달러 돌파, 연구 논문의 대부분에 직·간접 참여하며 경쟁자들이 유의미한 시장 침투를 하지 못했다.
7. 기업들이 시장에서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기 때문에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의 투자가 줄어들 것이다.
예측은 정반대로 틀렸다. 2025년 한 해에만 30억 달러가 투자되어, 이는 전년 14억 달러의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제품화 난관에도 불구하고 휴머노이드 기업들이 계속 자금을 유치하면서 “감소” 가 아닌 “급성장” 이 관찰되었다.
8. 애플의 온디바이스 연구 성과가 좋게 나오면서 개인용 온디바이스 AI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다.
이 예측도 부정(“NO”)으로 판단했으나, 실상은 다소 복합적이다. Apple Intelligence 가 출시되어 다수 모델이 온디바이스로 작동했고, AI 스마트폰 출하량이 증가했다. 즉 예측된 성과는 부분적으로 현실화되었지만, 좋은 연구 성과가 관심을 촉발한다기 보다는 제품 확산이 관심을 유발한 형태였다.
9. AI가 작성한 연구 논문이 주요 머신러닝 학회에서 채택될 것이다.
AI Scientist-v2가 ICLR 워크숍에서 채택되었으며, 이는 AI 가 학술 연구의 직접 기여자로 인정받은 첫 사례로 기록되었다.
10. 생성형 AI 기반 요소와 상호작용을 중심으로 한 비디오 게임이 큰 인기를 얻을 것이다.
예측은 아직 미달. GenAI 기반 상호작용 게임이 시도되었으나 뚜렷한 대중적 흥행작은 없다고 평가되었다. 향후 1~2년 내 본격적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이 리포트의 마지막에는 향후 12개월에 대한 예측이 담겨 있다. 예상보다 더 많은 일들이 일어날 2026년이겠지만, 내년의 리포트 역시 기대가 된다.
1. 대형 리테일러가 온라인 매출의 5% 이상을 ‘에이전틱 체크아웃(agentic checkout)’에서 보고하며, AI 에이전트 기반광고비 지출이 50억 달러(약 7조 원)에 달한다.
2. 주요 AI 연구소가 오픈소스 전략으로 회귀, 현 미국 행정부의 지지를 얻기 위해 프런티어 모델을 공개한다.
3. 개방형 에이전트가 엔드투엔드(가설, 실험, 반복, 논문)로 의미 있는 과학적 발견을 이룬다.
4. 딥페이크/에이전트 기반 사이버 공격이 AI 보안에 대한 최초의 나토/유엔 비상 긴급 회의를 소집한다.
5. 실시간 생성형 비디오 게임이 트위치(Twitch)에서 올해 가장 많이 시청된 타이틀이 된다.
6. ‘AI 중립성(AI neutrality)’이 새로운 외교 정책 원칙으로 등장, 일부 국가는 자국 주권형 AI를 개발하지 못하거나 실패한다.
7. AI를 적극 활용해 제작된 영화나 단편이 대중의 주요 찬사를 받고 반발을 일으킨다.
8. 중국의 한 연구소가 주요 리더보드(LMArena, Artificial Analysis 등)에서 미국 연구소를 제치고 선두에 오른다.
9. 데이터센터 반대 운동(NIMBY 현상)이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어, 2026년 중간선거나 주지사 선거에 영향을 미친다.
10. 트럼프가 주 단위의 AI 관련 법률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하지만, 연방대법원(SCOTUS)이 이를 위헌으로 판결한다.
올해의 보고서 역시 300 페이지가 넘는 분량이지만, 종합적인 분석과 객관적인 시각이 담겨 있는 내용들이고, 최신 동향뿐 아니라 각국 정부의 정책 변화와 규제 동향 등을 파악할 수 있는 내용들이니 참조하기 바란다. 표본이 제한적이긴 하나, 설문조사에 참여한 전문가들이 2025년 10월 현 시점에 가장 높게 인정하는 AI 업체들의 순위를 아래에 첨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