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이와의 첫 만남
바야흐로 10년 전, 나는 서울에 있는 한 보육원에서 논어 교육 봉사에 선생님으로 참여했다.
보육원의 아이 중에서도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들을 나를 포함한 선생님 5~6명이 매주 만났다.
그리고 한 선생님이 한 아이를 담당하여 그 아이와 매주 저녁 2시간 정도 시간을 보냈다.
우리의 역할은 논어 한 구절을 미리 읽고 공부하여 그 아이에게 어떻게 가르칠지 미리 정리해 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2시간 동안 아이와 대화하고 질문하거나 혹은 몸으로 놀아주기도 하며
아이를 매주 만나러 가는 것이었다.
논어를 아이에게 가르친다고 하는 것이 굉장히 생소하게 들릴 것이다.
논어라는 책은 고전 중에서도 고전으로 알려져 있고, 한자어로 쓰여있다.
그리고 무려 2,500여 년 전에 집필되어 아직도 사랑받는 고서로, 많은 분이 듣기만 해도
"그 어려운 걸 어떻게 읽냐?"라고 난색을 보이신다.
나도 그랬다.
그런데 이 논어로 수업해야 하다니? 정말 머리가 아픈 일이다.
물론 나는 한글 번역서를 읽었다. 그중에서도 홍익 출판사의 '논어'를 추천받아 책을 구매했다.
그런데 웬걸? 생각보다 논어는 굉장히 단순한 책이었다.
한 장에 겨우 1줄이 있는 예도 있었다.
그러나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굉장히 많은, 깊이 있는 의미를 담고 있는 책이었다.
특히 이 '학이'의 제1편의 1구절이 참 인상 깊다.
왜 '몰랐던 것을 배우는 것', '친구가 찾아와 주는 것', '남의 인정을 갈구하지 않는 것'이 무려 논어의 가장 첫 페이지에 있을까?
살아보니(나도 뭐 얼마 산 인생은 아니지만)
배우고 성장하는 것이 없으면 살아있다고 하기 어려우며, 타인과 좋은 관계를 맺지 못하고 혼자인 것 같다고 느끼면 삶을 잘 못 산 것이라고 생각이 들더라. 또한 내가 나를 인정하는 것에서 만족하지 못하고 타인이 나를 인정하지 못한다고 화를 내거나 욕심을 부리면 오히려 내가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하게 되니 껍데기뿐인 인생이 아닐까 싶다.
아무튼 나는 그렇게 보육원에서 '유정이'라는 아이를 만났다.
유정이와의 첫 만남에 대한 나의 기록을 올려본다.
2014년 3월 27일이었다.
"유정이에게 논어에 대해 들어본 적 있니? 읽어본 적 있니?라고 물어봤는데 들어본 적도 읽어본 적도 없다고 했다. 공자님에 대해 아냐고도 물어봤는데 모른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아는 정도로만 공자님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그리고 논어라는 책이 얼마나 오래된 책인지 설명해 주었다. BC. 와 AD. 의 개념까지 설명해 주면서 약 2,500년 동안 전해 내려온 책이며 어떻게 책이 이렇게 오랫동안 전해 내려올 수 있을까?라고 물어봤더니 유정이는 '베껴서요'라고 대답했다. 맞아 후손들이 베껴서 계속 전해 내려온 책이라면 정말 중요하고 소중한 책이겠지?라는 이야기를 했다."
"리인 편의 3구절을 수업하기 위해 유정이에게 좋아하는 사람과 미워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물어봤다. 아직 인이라는 것에 관해 이야기하기에는 유정이가 너무 어려워하고 집중을 잘 못하는 것 같아서 다른 이야기를 했다. 내가 제주도 여행 다녀온 것에 관해 이야기해 주고 사진도 보여줬다. 또 유정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웹툰 이야기를 꺼냈다. 오늘은 유정이에 대해 좀 더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었다. 더 알차고 재밌는 수업을 할 수 있길 바란다. "
그날이 우리의 첫 만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