닿을 듯 닿지 못한 기회
때는 2024년 11월.
그러니까 실리콘밸리로 이사하여 AMD라는 새로운 회사에 입사한 지
딱 6~7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았던 때다.
회사 일은 금방 적응했고,
나름대로 일과 유튜브를 병행할 수 있을 정도로
업무강도와 워라밸도 모두 좋은 편이어서 그럭저럭 만족하고 있었다.
굳이 불만을 찾는다면,
실리콘밸리 이주 후 몇 개월간 정말 많은 사람을 만나며 알게 된 이곳의 평균 연봉 수치 때문에
연봉 만족도 기준이 갑자기 높아져 버렸다는 점 정도?
하지만 그것도 업무 시간 대비 수입이란 개념으로 생각해 보면,
지금 있는 곳도 그리 나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리며 그렇게 스스로 만족하고 다니던 때였다.
실리콘밸리로 이주하고 나서 또 하나 바뀐 점은,
샌디에고에서 살던 시절보다 더 많은 링크드인 메세지,
즉 리쿠르터들로부터 면접 제안 메세지들을 받았다는 점이다.
스타트업부터 빅테크들 까지 많은 연락들이 왔고,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나는 당연하게도
대부분 연락을 안 받거나 정중하게 거절하는 메세지를 보냈다.
2024년 11월 그때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뭔가가 좀 달랐다.
이전과 달랐다고 느꼈던 이유를 굳이 나열해 보자면,
그 달에, 특히 며칠 사이에 유난히도 많은 메세지가 많은 리쿠르터들로부터 왔다는 점.
모두가 다 다른 리쿠르팅 회사 소속이었다는 점,
그런데 메세지 내용은 모두 다 같은 회사를 말하고 있는 것 같다는 점,
그리고 굳이 그 회사 이름을 밝히지 않고 "Fortune 500 client"라고 이야기했다는 점,
그리고 가장 중요했던 건,
처음부터 유난히 높은 TC를 이야기했다는 점이었다.
거의 스팸성인 이 메세지들을 처음 몇 번 받았을 때는
그냥 따로 답장하지 않고 무시했었다.
무슨 회사인지도 안 밝히고, 다짜고짜 돈만 많이 준다고 하는 게 왠지 스캠 같기도 했다.
또 입사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이직하고 싶은 생각도 없었기 때문에 크게 관심 갖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 비슷한 메세지가 5번, 6번이 넘어가고부터는,
정말이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체 무슨 회사일까...?
정말 돈 많이 주는 회사일까...?
내가 진짜 정말 필요한 걸까......?
그래서 리쿠르터에게 홀린 듯이 물어보았다.
그리고 그 회사의 정체는,
최근 엔비디아와 함께 미친듯한 주식 상승을 하고 있는 반도체 회사,
브로드컴이었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대체 브로드컴이 뭐 하는 회사인지 잘 몰랐다.
퀄컴?
브로드컴?
대충 컴자로 끝나니까 컴퓨터 관련된 무언가를 하나...? (아님)
그러나 이것 하나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이 정도로 스팸같이 메시지를 뿌린다는 건.... 지금 이 회사에서 사람이 엄청나게 필요한가 보구나....'
'정말 내가 너무너무 필요해서 나에게 계속 이런 메세지를 보내는 걸까?'
그렇게 갑자기 뭔가에 홀린 듯이 나는,
정말로 별생각 없이, 리쿠르터에게 답장을 보냈다.
저 이 포지션에 왠지 관심이 있는 것 같아요!
처음엔 정말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그래서 그렇게 얼렁뚱땅 관심의 표시를 보내고, 레쥬메를 전달했다.
'면접이나 한번 봐보지 뭐... 좋은 경험이 될거야.'
'면접보고 나서 유튜브 각? 우히히'
그러나 신기하게도 그렇게 빈번하게 자주 오던 메세지들은
내가 레쥬메를 보내자마자 나에게 관심이 없어진 건지,
연말이라 바빠서였는지,
아니면 정말 스캠이었던 건지,
순식간에 조용해졌고,
나는 언제 그 포지션에 관심 있었냐는 듯 그렇게 잊고 지냈다.
그렇게 2025년 새해가 되고,
또 변함없이 평범한 하루를 보내던 어느 그날,
나는 한통의 메일을 받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