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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킬 수 없는 말 한마디

생각하는 대로 말하고, 말하는 대로 생각하는 사람

by Rosary

올시즌 한국 프로야구는 예측불허 순위싸움으로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2025년 시즌이 시작되기 전 대부분의 야구 전문가들은 KIA 타이거즈의 1위를 예상했지만 막상 시즌이 시작되자 LG 트윈스가 10승 1패를 기록하며 와이어 투 와이어(시즌 내내 한 번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고 우승하는 것)를 기대하게 했다. 그러나, 10연승을 두 번이나 한 한화 이글스가 6월 들어 LG 트윈스를 밀어내고 1위에 오른 후 한화 이글스가 정상을 지키는 것은 기정사실처럼 여겨졌다.


후반기 들어서 LG 트윈스는 17승 3패를 기록하며 주춤해진 한화 이글스를 다시 2위로 밀어내고 1위 탈환에 성공했다. 그리고, 지난 주말 잠실에서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가 1위 자리를 두고 다시 맞붙게 되었으니 양 팀팬들은 물론, 프로야구팬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시리즈였다. 양 팀팬들의 응원 열기로 후끈 달아오른 이번시리즈에서 엉뚱하게도 한 편파중계 진행자의 설화(舌禍)가 뜨거운 야구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말았다.


8월 9일 열린 양 팀의 경기를 ‘TJB(대전방송) 프로야구 입중계’ 란 제목으로 중계하는 과정에서 진행자 이지완 국장(기획미디어국 기획콘텐츠팀장)은 이렇게 말했다.


“자, 문보경, 깜빡깜빡, 눈을 깜빡거리면서 틱장애가 있는 우리 문보경.”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요즘 야구 편파중계를 하는 개인방송이 넘쳐나지만 이런 수준의 말을 하는 건 들어본 적이 없었다. 더구나 사회생활을 한 경험이 없고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어린 사람도 아니고, 지역 방송국의 국장이라는 직책을 가진 중년 남성이라는 것이 큰 충격이었다. 편파가 아니라 선수에 대한 비하와 장애인의 대한 비하를 동시에 한 셈이다.


이 소식을 접한 야구팬들은 분노했고, TJB 대전방송 시청자 게시판은 물론, 방송통신위원회 신고까지 이어지면서 파문이 확산되었다. 이에 대전방송은 사과문을 게시하고, 해당 진행자에 대한 인사조치를 하겠다고 했지만 여파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 같다. 대전방송은 사과문에서 “한화 이글스를 응원하는 편향중계이며 재미를 강조했다고 하더라도”라고 운을 띄웠는데 이 조차도 부적절하다.


한번 입 밖으로 내뱉은 말은 엎질러진 물처럼 돌이킬 수 없다. 심지어 “방송”을 통해 수많은 사람에게 전달되는 발언의 엄중함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단지 선수를 조롱하기 위해 ‘장애’를 재미 삼아 떠든다는 것은 금도를 넘어선 것이다. 공개적으로 자신이 뱉은 말이 얼마나 큰 뜻과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지 생각하지 않고 그저 재미를 위해(틱장애가 재밌다고 생각한 것부터 이해하기 어렵지만) 아무말잔치를 벌인 것은 경솔한 말실수를 넘어선 일이다. 사람은 생각하는 대로 말하기도 하지만, 말한 대로 생각하는 동물이다.


물고기는 항상 입으로 낚인다. 인간도 역시 입으로 걸린다. 탈무드


*메인 이미지. LG 트윈스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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