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이제 얼굴공격 하시는 거예요?

마스크 처음 벗던 날

by 피기쌤


실내 마스크 착용이 자율화 된지도 몇 달 지났지만 학원은 아직 조심스러운 분위기라 최근까지 좀 더 타이트하게 운영되고 있다.


학생들은 자율착용, 선생님은 필수착용으로 쭉 유지했으나 5월부터 시작된 30도가 넘는 더위에 이제 더 버티기는 힘들겠구나 싶었다.학교포함 인근 학원들도

마스크착용을 하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기에

나도 빨리 벗어버리고 싶었으나

거의 3년 반사이

늘어난 주름과 잡티들을 볼 때마다

마스크 벗기에는

큰 용기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최대한 버티려고 했지만

곧 다가올 7,8월 무더위와

그사이 더 늙어질 내 얼굴상태를 생각하니 하루빨리 용기를 내야겠다고 결심했다.

D-Day로 잡은 날이

바로 일주일 전 그날이었다.


평소와 다르게 마스크 속 반쪽얼굴까지 꼼꼼히 화장을 하고 작정하고 출근을 했다.


큰일 앞둔 투사처럼

굳은 결의를 다지며

노마스크로 출근하여

짐짓 여유로운 척했으나

수업시간이 다가올수록 긴장되었다.


평소 아이들을 생각하면

온갖 장난 가득한 반응,

충격적인 표현등

학년에 따른 다양한 반응이 예상되었다.


첫 타임 수업에서는 생각보다

조용히 수업이 진행됐다.

다만 아이들이 어색한 듯

반복해서 고개를 들어

내 얼굴은 확인했다.


흔들리는 눈동자는 다소 있었으나

책상위 수학 문제속으로

시선을 빠르게 처리해주는

고마운 애기들...흑흑


아무런 해프닝 없이 지나간 첫 수업에

그간 긴장했던 내 모습이

어이없게 느껴졌다.

아.. 이렇게 몸도 마음도 가벼울 수가

용기 내길 잘했다!!



평화로운 첫 수업이 끝나고

두 번째 타임 아이들이 등원했다.

초5 아이들이 강의실에 들어서는 와중에 평소 털털하고 성격좋은 한 남학생이

나를 보자마자 큰소리로 말했다.


"와~선생님! 이제 얼공 하시는 거예요?"


'얼공? 열공은 익숙한데 얼공은 뭐지?


[얼공]은 무슨 줄임말이지??

(평소나는 나름 줄임말 퀴즈 강자였다 )


호.옥.시....

서.얼.마...

얼... 굴... 공... 격!!?


그렇다

'초5 남학생'이라 하면 덩치만 컸지

언어표현만큼은 아직은 단무지스러운

다소 순수(?) 한 때이다.

악의도 없고 눈치도 없는

그러한 시기인 것이다...


잠시 긴장을 놓고

여유를 느끼던 나에게 훅 들어온

[얼! 굴! 공! 격!]이라는 표현에

급 현타가 왔다.


사실 얼굴에서 눈만 그나마

봐줄 만한 나는 마스크를 쓴 후

[우주 최강 미녀 미스코리아 *쌤]이란

별명으로 불렸다.


아이들끼리 만들다가 분위기가 과열되어 단어가 하나씩 덧붙더니

급기야 이렇게 길어진 것인데

저 별명 덕분에 더더욱 나는

3년 반동안 마스크를

내 피부처럼 끼고 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다시 그날로 돌아가자면


"와~선생님! 이제 얼공 하시는 거예요?"

"얼공? 어? 그게 뭔데!.."



못 알아들은 척하고는 그 짧은 사이

어떤 드립으로 당황 안 한 척 자연스럽게,

또한 어른스럽게,

평소의 카리스마를 유지하면서도 ,

유머스럽게

이 상황을 받아칠 것인지

깊고 스피드 하게 고민하는 찰나...


"얼공 모르세요? 얼굴공개요~~"


헉...,


[얼굴공격]이 아니고

[얼굴 공!개!] 였던것이다!

오마이갓


그순간...[얼굴공개 ]타이밍을

몇 달을 고민했던 내가,

학생들이 보일반응을 생각하며

하루종일 긴장했던 내가

너무 부끄럽고 어이없어서 헛웃음이 났다.


얼공을 얼굴공격으로 해석하다니

어지간히 찔렸던 모양이다


애들이야 선생님이 초미녀이면 어떻고

주름 있는 초평범 얼굴이면 어떠랴

잘 이해시켜 주고

다정하고 친절하게 끌어주고

자신을 믿어주는

든든한 선생님이

최고인 것을..


내가 정말 예뻐서

[우주 최강미녀 미스코리아 *쌤]이라고

불러준 게 아닐 텐데..,

아이들이 나에 대한 애정을

저리 과하게 나름의

최대치로 표현해 준 건데...


평소 쓸데없는 부분에서 남의 시선을

많이 의식했구나 .

아이들을 통해

나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된 [얼공사건!]

벗어던진 마스크와 함께

몸도 마음도 가벼워진 지난 한 주였다.


아직은 썼다 벗었다 하는 마스크처럼

잠깐씩은 또 나를 감추기도 하지만

곧 자유로운 완전 얼공 모드로

당당히 세상을 공격해 볼 생각이다!


(얘들아 쌤의 과한 얼굴공격,

당황하지 않고

잘받아 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