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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다움을 찾아가는 여정

네가 진짜로 원하는게 뭐야?

by Alice

한동안 큰 프로젝트가 몰아쳐서 미친듯이 일을 한 뒤 찾아온 번아웃과 동시에

'나는 어떤 사람일까'라는 고민에 힘들어했다.


어느 정도 커리어 년차가 쌓이고, 연봉이 올라가고 뭐 이런 일련의 일들을 여느 직장인처럼 자연스럽게 겪다보니 나를 '직장 타이틀'에 맞춰 포지셔닝 혹은 브랜딩을 하려고 했던 것 같다.


'아 남들은 이렇게 자신을 내세우니까 나도...'


그런데 생각해보면 결국 나만의 것을 내세우기보단 그저 따라가기 급급했던 것 같다.

그냥 평범한 해외에 사는 직장인이 내세울 것이라곤 '타이틀' 뿐이니까? 라는 생각에 자괴감도 들고...


내가 처음 사회 초년생일 때 직장에 나를 갈아넣는 아죠씨들을 극혐하면서 나는 "직업 = 인생"이 되는 삶을 살지 않을꺼야 다짐했는데...역시 '라떼는 말이야~'만큼이나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기성세대의 말에 귀를 막고, 나름의 잣대로 재단하고 평가하는 것도 좀 거만한 자세가 아닐까. (이것도 MZ에겐 라떼인가?ㅎㅎㅎ). 인생 한 치 앞도 모르고, 여전히 라떼는 말이야가 약이 되는 경우도 많으니까.


물론 정말 덕업일치거나 내가 직업에 애정을 가지는 이유, 혹 내 인생 지금 이 시기에서 "직업 = 인생"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또 그만큼 멋진 일도 없다. 결국 뭐가 됐든 그 목표에 진심이고 열정을 쏟아붓는 일만큼 멋진 것도 없다고 생각하니까. 또 거기서 얻는 경험과 교훈이 미래 내가 하는 일에 큰 자산이 되고.


사실 예전에는 MBTI를 잘 믿지 않았다. 난 INFP인데 사실 맞는 부문이 많지만

우리가 재미로 보는 점이나 심리 검사에 뭐가 나오든 읽으면 "어, 맞아!" 하게 되는 것처럼 ㅋㅋㅋ

어떤 틀 안에 나를 규정하는 것이 웃기다고 생각했고, 사실 지금도...50/50.


하지만 INFP를 찬찬히 살펴보면 또 나름 나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내가 생각해 볼 점이 꽤 있는 것은 사실이다.


INFP: 몽상가적 기질을 지닌 중재자로,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 뒤에 열정과 이상을 품고 있습니다. 이들은 자신의 가치관에 충실하며, 창의적이고 공감 능력이 뛰어납니다. 또한, 자신의 신념과 조화를 이루는 외부 세계를 선호하며, 타인을 돕는 일에 보람을 느낍니다.


저놈의 몽상가 100%. ㅠㅠ (이 나이에도 현생이 힘들어요 ㅎㅎㅎ)

나는 어떤 틀에 박힌 규제를 너무 싫어하고(그래서 한국에서 그나마 기업 문화 유하다고 하는 대기업에 다녔는데도 맨날 온몸이 꽈리를 틀듯 숨이 막히듯 다 싫었다...ㅠㅠ) 예술가처럼의 경지는 아니더라도 어렸을 때 음악이나 미술을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재밌게 즐겼던 것 같다 (한 때 진심 꿈이 연예인...그런데 그정도로 잘하진 않아서 ㅎㅎㅎ). 그리고 공감능력이 좀 강한 것도 있다. 영화나 책보고 혼자 진짜 잘 울고... 특히 친구들에게서 '너 말 잘 들어준다.' 혹 '상담 잘 해준다'란 말을 종종 들었던 것 같다. (내 인생은 잘 못....)


나의 문제는 뭔가 평범한 모범생 직장인과 자유로운 영혼의 예술가 그 사이 어딘가라서 애매한 느낌이 가장 힘들지 않나 싶다.


차라리 예술가들처럼 예체능에 미친 재능 혹 미친 열정이라서 거기에 푹 빠지거나 하던가

아니면 직장인으로서 이성적이고 현실적으로 현생에 집중하고 열심히 돈을 벌고 소소한 행복에 만족하던가

이도저도 아니다. 예체능을 미친듯이 잘하거나 그렇다고 해서 막 저짓(!)을 10시간 이상 해도 너무 행복해요 이런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뭐 대충 공부해서 좋은 대학 가고 좋은 기업 가고 이렇게 저렇게 이력서는 쌓았고, 지금은 극현실 직장인의 삶을 사는데 그것도 열심히 사느냐...사실 것도 아니고 엄청 게으르고 혼자 말도 안되는 공상하는 시간이 많은 것 같다.


뭔가 다들 그런 생각을 하고 사는걸까?

그런데 이도저도 아닌채로 부유하다가 인생을 마감한다면 너무 억울할 것 같다.


공기처럼 그저 떠돌다 조용히 살고 가고 싶진 않다.

물론 때론 잔잔한 호숫가의 물처럼 세상과 떨어져 유유자적하고 싶고

극 I로 혼자있는 시간이 남들보다 3-4배는 더 필요해도

그래도 나름의 이야기를 펼쳐나가면 때로는 불꽃처럼,

언젠가 사라지더라도, 어딘가에 열정을 쏟고 나를 알리면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리고 그 길에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더없이 행복한 인생이지 않을까.


여전히 생각이 정리가 되지 않고, 뭔가 하는 일은 없지만...

전보다는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조금은 더 알 것 같아서

오늘은 브런치에 기록을 남겨본다.


미래에 뒤돌아 봤을 때 어떤 마음이 들까 궁금하다.


20250615 In Ber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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