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한 대가로 받은 섭섭함.
우울한 날에는 부드러운 커피와 고소한 빵 냄새가 그립다.
아니 내가 제일 좋아하는 향이다.
언제나 나의 기분을 좋게 해주고 유혹하는 향이다.
아이 픽업 후 집에 돌아오면서 오랜만에 아메리카노가 아닌 나를 위한 카페라떼를 한 잔 샀다.
조금은 씁쓸한 기분의 하루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던 일이고,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시간을 투자하고 했다.
그런데 한순간에 나는 별로인 사람, 나쁜 사람이라는 표현으로 올라온 글을 보고 화가 나기 보다는 섭섭했다.
나만의 생각일 수도 있지만 가장 어려웠던 시기에 같이 도와주었던 사람에게 고맙다는 이야기를 듣지는 못해도 별로인 사람이 되니 사람에 대한 신뢰가 많이 무너졌다.
지금까지 내가 한 일은 아무 의미 없는 헛짓거리가 되었다.
마음이 오묘하다.
배신당했다는 기분보다는 왠지 쓸쓸해졌다.
가슴이 뻥 뚫린 것 같은 기분이다.
내가 보낸 시간들이 주는 헛헛함이라고 해야 하나?
무언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느낌이다. 그냥 답답하고 허전하다.
그래 그냥이 딱 맞는 표현이다.
그냥 왠지 우울하고 그냥 왠지 섭섭하고 그냥 왠지 내가 바보 같았다는 느낌이다.
모든 것을 아울러 ‘그냥’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물론 덕분에 나도 많이 배우고 성장했다.
그러나 열심히 한 것이 ‘그냥’ 한순간에 ‘나쁜 사람’으로 치부되고 보니 열심히 하지 말 걸 그랬다.
내 일도 아닌 것을 내 일처럼 하지 말고 그냥 대강 했어야 하는 건데 그렇게 살지 못한 내가 미련한 것이다.
열심히 한 대가로 후유증이 너무 크다.
이제는 열심히 하지 않으련다.
그냥 바람에 나뭇잎이 흔들리듯이 자연스럽게 대충해야겠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열심히 해야 한다.’라는 말을 들으면서 자랐다.
열심히 하면 좋은 줄 알았다.
그러나 ‘열심히’가 우리를 더 힘들게 할 때가 종종 있다.
‘대강 살았다면 조금 덜 섭섭했을 텐데, 조금 덜 힘들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이든 ‘열심히’ 해야 옳다는 생각을 버리자.
‘열심히, 최선, 성실’이 삶의 기본 태도였지만, 이제는 ‘성실’만 남겨두고 ‘적당히, 대충, 가볍게’ 하자. ‘열심히, 최선’은 그럴 가치가 있는 곳에만 사용하고 강약을 조절하면서 섭섭해하지 말자.
여러분은 ‘열심히’의 결과로 ‘섭섭함’을 받으신 적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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