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솝이야기 그림책에는
헤벌쭉 입을 벌린 여우가 포도나무 밑에서 개처럼 할
딱거리고 있어요.
주렁주렁 새카맣게 익은 포도가 먹고 싶은데
손이 닿지 않나 봐요.
여우 입에서는 침이, 한 번도 이빨을 닦지 않은 것 같
은 더러운 침이 흘러내려요.
“저 포도는 맛이 없을 거야, 시어터질 거야.”
더러운 침이 턱 밑으로 새는 줄도 모르고 여우가 중
얼거렸어요.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인 걸 나는 알아요. 새카만 포
도는 시지 않고 맛있거든요.
이상하네.
여우는 왜 엄마랑 마트에 가지 않는 거지?
손만 뻗으면 새카만 포도가 무진장인데
나는 그림책을 보며 생각하고 생각했어요.
생각하고 생각하는 동안
뿔 달린 양이 한 마리, 뿔 없는 양이 두 마리, 세 마
리…….
울타리를 뛰어넘기 시작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