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시시한 옛날이야기가 생각나지?……외할머니 어렸을 때 화장실에 앉아 밤똥 누던 뻔한 이야기……하얀 손이 스윽 올라왔다던데……흥흥, 하얀 손은 좀 오버 아냐? 똥 묻은 손이면 몰라도
밑이 뚫린 나무판자에 쪼그리면 엉덩이 밑은 늘 찬바람이 살고 있어서 소름이 쫘라라라락 도돌이표로 돋아나고……똥 떨어지는 판자 밑은 낭떠러지처럼 캄캄했다지.
왜 갑자기 말도 안 되는 화장실 괴담이 생각나는 거야?……똥 누고 엉덩이를 닦을 때쯤……빨간 종이 줄까? 파란 종이 줄까? 어디선가 똥 묻은 목소리 들려오고……빨간 종이는 피를 쪼옥쪼옥 빨아먹는 종이고 파란 종이는 아삭아삭 살을 파먹는 종이라던데
흥흥, 거짓말이야. 그런 게 어디 있어?……그런데 하얀 손은 귀신 손일까? 버드나무처럼 긴 머리칼 풀어헤친 물귀신?……화장실에 웬 물귀신? 똥 귀신이면 몰라도
아, 재미없어……모처럼 외할머니 집에 내려왔는데 왜 나만 한밤중에 똥 마려운 거냐고?……엄마라도 깨울 걸 그랬나?……괜찮아, 귀신이 어디 있어?……핸드폰을 들고 왔어야 되는 건데
머, 그래 봤자 비데니까. 하얀 손이 어디로 올라오겠어?……아빠가 외할머니 비데 놔드린 건 정말 잘한 일이지 뭐야……호호, 그렇다면 이건 귀신 방어용 비데인 건가?……“어, 엄마야? 장난치지 마, 엄마가 화장실 불 껐다 켰어?”
“빨간 물 줄까?”
“파란 물 줄까?”
"누, 누구냐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