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창고에서
곰들이 겨울잠을 잡니다.
콩밭 매던 호미 곰 형제가
끄덕끄덕 선반에 턱을 괴고
잠들었고요.
마당 쓸던 대빗자루 곰
문지기처럼 문간에서 잡니다.
재주 좋게 서서 잡니다.
옥수수, 팥, 메밀, 콩
과식을 했는지 절구통 곰은
시익시익, 배부른 숨을 쉬며 잡니다.
겨울바람 쌩쌩 불어도
벌레집처럼 아늑한 할머니 창고
칭얼거리던 등짐 분무기 곰은
벌써 깊은 잠이 들었습니다.
이따금 잠귀 밝은 갈퀴 곰 일어나
등 가려운 곰들을 긁어줍니다.
봄이 오면
할머니 신발 끄는 소리 들리면
모두 눈 반짝 뜨고 일어날 테지요.
할머니 손을 잡고
봄 들판으로 나갈 세간살이 곰들이
겨울잠을 잡니다, 쿨쿨 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