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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노키오 Nov 09. 2022

(동시) 할머니 창고

할머니 창고에서

곰들이 겨울잠을 잡니다.     


콩밭 매던 호미 곰 형제가

끄덕끄덕 선반에 턱을 괴고

잠들었고요.     


마당 쓸던 대빗자루 곰

문지기처럼 문간에서 잡니다.

재주 좋게 서서 잡니다.     


옥수수, 팥, 메밀, 콩

과식을 했는지 절구통 곰은

시익시익, 배부른 숨을 쉬며 잡니다.     


겨울바람 쌩쌩 불어도

벌레집처럼 아늑한 할머니 창고     


칭얼거리던 등짐 분무기 곰은

벌써 깊은 잠이 들었습니다.     


이따금 잠귀 밝은 갈퀴 곰 일어나

등 가려운 곰들을 긁어줍니다.     


봄이 오면

할머니 신발 끄는 소리 들리면

모두 눈 반짝 뜨고 일어날 테지요.     


할머니 손을 잡고

봄 들판으로 나갈 세간살이 곰들이

겨울잠을 잡니다, 쿨쿨 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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