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송이 Nov 13. 2024

200일을 맞은 아들 바다에게

놀이터에서 있었던 일

우리 아가 바다 안녕? 오늘도 잘 먹고, 잘 놀고, 잘 자고. 건강하고 행복한 하루 보낼 수 있음에 감사해.


언제 200일이나 흘렀을까? 세상에 나온 바다를 처음 만났을 때가 엊그제 같으면서도 아득히 먼 옛날 같기도 하고. 참 신기하다.


바다의 요즘은 엄마를 잡고 엉거주춤 서서 엉덩이를 흔들다가 우뚝하고 서는 걸 연습 중이야. 서고 나면 입 안이 다 보이도록 크게 벌리고 헤- 웃는단다. 아마도 재밌고, 뿌듯한가 봐. 집안 여기저기를 기어 다니면서 머리 쿵도 하며 울기도 하고, 움직이는 손가락이 신기한지 얼굴 앞에서 움직이며 “이야. 이야” 해.


소고기를 먹기 시작해서 그런지 머리카락이 자라고 있어. 후 불면 살랑살랑 휘날릴 정도가 되었단다. 우리 단정한 바다에게 곧 스타일이 생기겠어. 아래 앞니도 나올 준비를 하고 있고. 바다는 밤에 울지도 않고, 잠을 푹 잔단다. 이앓이나 성장통이 아직 없어서 덕분에 아빠, 엄마가 편하게 잘 수 있어 고마워.


아기 놀이터에서 있었던 일! 처음엔 형아 누나들이 노는 걸 앉아서 관찰하길래 ‘아직 무서운가?’ 했는데 손과 발을 탁탁 움직여서 둥글둥글한 오르막 계단을 올라갔어. 그러다 주르륵 미끄러졌는데도 울지 않고 즐거워하더라. 그러길 세네 번. 방법을 터득했는지 올라가는 길에 멈춰서 구경도 하고, 정상에 올라 소리도 지르고 즐거워했단다.


손가락과 발가락 끝, 눈빛에서 ‘올라갈 거야!’하는 의지가 보였어. 아가라고만 생각했는데 의지와 열심이 생긴 모습을 보니 감회가 새롭더라. 이제 아가 졸업!


엄마는 요즘 이유식이 어려워. 아빠 밥은 잘 만드는데 여태 감으로 요리했다는 게 들통나는 것 같아. 정확히 계량하는 걸 좋아하는 아빠가 잘할 것 같은데. 부지런히 연습해서 입에 쏙쏙 넣고 싶은 식사를 제공해 줄게.


호기심이 많고, 관찰하기 좋아하는 바다야. 바다는 놀이터 오르막을 열심히 오르다 주르륵 미끄러져도 다시 오를 수 있는 힘이 있는 사람이야. 바다는 기억하지 못하겠지? 엄마가 보았단다. 인생을 살아가다 언젠가 미끄러지는 느낌이 들 때, 엄마 곁에서 잠깐 쉬었다가 또 오르고 다시 오르고. 하고 싶은 일을 충분히 경험하고 도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길 기도할게. 응원하고, 지지할게. 사랑해. 바다.


하나님의 세계에서 자유하기를 바라며. 엄마 씀.


+208 (200일하고도 8일이 지나 쓰는 편지)




매거진의 이전글 아기의 토닥토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