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게 많아 다행인 건가... 지루할 틈이 없는 인생이다. 누군가 그랬다. 자기는 영어를 잘 모른다고. 아무렴 그렇고 말고다. 남의 나라 말이니 잘하기가 얼마나 어려울까. 다른 나라말이 어렵고 무지함에는 덜 부끄럽다. 핑계를 대기도 좋고 빠져나갈 구멍도 찾고 하니 말이다.
그런데 요즘 우리나라 이 한글이 어렵다. 한글이 모국어다. 당연히 유창해야 할 듯하나 말로 할 때도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버벅거리기 일쑤인 데다 글로 쓸 때도 당최 헷갈리는 것이 하나 둘이 아니다. 갈 길이 멀어 남은 생은 더 바쁠 예정이다. 낯선 단어는 모르는 게 당연하지만 그 낯선 단어들이 글의 장르가 바뀌면 한글로 쓰여있지만 경험해보지 못한 신세계라 사용된 용어들이 생경하기 그지없다.
한글로 읽는 남의 나라 이야기 같고... 어릴 적 교과서에서 만난 한국의 토종 정서는 그대로 멈춘 채로 경험밖의 저 세상이다. 방언이라 모르기도 하거니와 본 적이 없어서 때로는 봤지만 그곳이 사진으로 책 속에서 본 것과 박물관 유리창 넘어가 전부였다고 이제는 기억이 희미해질 때도 되었다고 자위하고 싶다.
한국 사람이면서도 배우지 못한 정서와 공감하지 못한 시대와 지역이 있음을 새삼 발견하게 된다. 넓지 않은 나라에 촘촘히 다른 지역정서와 문화를 간간이 만날 때면 외국이라 이해되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같은 나라에서도 문화가 다르면 모를 수도 있다는 걸 뒤늦게 배우게 된다. 경험하지 못해 본 것들을 글로 만나는 체험은 한 나라 안에서도 다분히 이국적이다.
읽었던 책도 마치 새 책처럼 또 읽는 지경이니 옛 기억이 퇴색됨은 받아들여야 할 테지만 아직도 혼자 끙끙거리는 속앓이다. 모르는 게 이리도 많은지 가지 않은 실핏줄 같은 경우의 수와 내가 선택했던 한 길을 돌아보게 된다. 지난 시간으로부터 나와서 새 시간을 보내며 휘청거리는 자신을 다독여 본다. 나를 잘 아는 이는 나밖에 없으니 이제부터 하나씩 배워가면 된다고 그래서 삶이 신나는 거라고 위로 중이다. 이 책을 읽다가 또 저 책을 잡고 그렇게 늘어놓은 책들을 보며 욕심부리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은 어디론가 자취를 감춘다.
해야 할 일이 우선이었던 시간들이 지나고 시간이 생겨나니 호기심 천국이다. 뒤늦게 궁금한 건 왜 이리 많은지 질문 따위는 해본 적 없는 학창 시절이 생각난다. 그땐 그랬지... 듣기만 해야 하는.... 이제는 알고 싶은 모든 것은 다 찾아볼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그래서 더 분주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궁금증 덩어리들... 그 덩어리들을 푸느라 부산스럽다.
호기심이 외면에서 내면으로 보이는 것에서 보이지 않는 것으로 다가간다. 소란이 잦아들고 감정에 집중할 때면 그 안에서 나를 만나는 기분이다. 잊고 있던 자신을, 방치해 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그 길이 더 반갑고 깊이 빠져드는지도 모르겠다.
죽음이 목표는 아니지만 종착역임은 분명하니 그 길에서 나를 찾지 못하면 구천을 헤매는 일이 생길지 누가 알겠는가... 까막눈은 아닌데도 오늘도 헤맨다. 낯선 단어들과 새로운 용어들 사이에서.....
https://youtu.be/jhOVL4F-r20?si=QWsaHSf1IXwEavf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