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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의 이야기/ 그런 날

나도 따라 웃었다.

by 하루하늘HaruHaneul

오랜만에 대형서점에 갔다. 프랜차이즈형, 북카페, 독립출판, 라이프 스타일을 겸한 공간 등등 서점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방문하면 책을 들고 나오니 자제하는 중이다. 가격에 저항이 생길 경우 기다렸다가 알라딘에서 구입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럼에도 발행일에 서점에 들러 바로 나온 신간을 찾았다. 내가 출간한 것도 아닌데 괜히 설렌다. 긴 시간 작업을 끝내고 전시장을 찾아 멀리서 작품을 바라보듯 긴장과 설렘이 반반이다. 검색창에 입력하고 다가선 서고의 세 번째 칸 끝에 이제 막 나온 그녀의 책이 있다.


손에 집어 들고 표지를 보고(브런치에서 이미 본 적 있는) 목차를 들여다 보고 손에 잡히는 감각을 느껴보고 적당한 두께의 종이질을 확인하고 글씨체와 편안한 여백까지 확인한다. 책이 글 속의 담백한 그녀와 닮았다.


'부사가 없는 삶은 없다'


서서 글을 읽다가 시간이 꽤 지나감을 알았다. 그녀의 책은 그렇다. 빠져드는 글. 부드럽게 잡히는 책을 들고 얼굴도 모르는 그녀와 마음으로 다가서며 마음의 대화를 나눈다. 삶을 부사로 들여다본 작가의 시선에 공감되는 부분이 많다. 누구에게나 삶은 크고 작은 언덕을 넘나드는 일이다. 그 언덕이 책이 되어 읽는 이들에게 잔잔하게 다가왔다.


'소한 일상의 대한 힘을 실천'하고 보여주는 '쓰는 사람'으로 불리고 싶다는 작가. 그녀의 '마침내'를 기분 좋게 마주했다.


50만이라는 숫자는 친하지 않은 숫자다. 그런 일이 가능하다는데 놀라긴 했지만(내 글은 독자가 두 자리 숫자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구독자로 그녀의 오늘이 놀랍지는 않았다. 솔직하고 담백하고 편안한 그녀의 이야기가 마음 통하는 친구와 나누는 진솔한 대화라 느꼈으니 말이다. 즐겁고 설레는 그 길에 홀로 탑승했다. 멀리서 아주 멀리서 우주에 같이 유영하는 존재로 함께 기뻤다.

2025월 5월 30일 발행 '부사가 없는 삶은 없다'/소위(김하진)

언젠가 독서모임에서 책에 대한 대화가 한창일 때 어떤 경로로 구입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나는 여전히 서점을 찾고 만져보고 느껴보는 이 과정을 건너뛰지 않는다. 책의 촉감마저 까다롭게 고르는 나의 이 과정을 즐긴다. 너무 두꺼운 양장의 장식이 과하고 무거운 책은 불편하다.


함께하기에 불편한 건 사소한 것이라도 안 하기로 했다. 남은 생애에 함께하는 것들은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한정하기로 했다.


계산대로 다가선다. 세 곳 중에 한 곳이 열려있다. 점심시간인가? 줄이 없어 바로 다가서는 순간 그녀가 다가온다.


여름햇살 같고 들판의 하얀 데이지 꽃 같기도 한 그녀가 옆 라인으로 오라며 환하게 웃는다. 그녀의 상큼한 웃음에 왜 여기가 아니고 그곳이냐며 따질 마음도 들지 않았다. 회원번호를 확인하고 10% 할인을 받는 사이 나도 모르게 계속 웃고 있었나 보다.


계산을 마친 그녀가 살짝 수줍은 얼굴로 나에게 웃어주니 좋다고 했다. 잠시 당황했지만 당신의 환한 웃는 얼굴을 보느라 저절로 웃음이 나왔노라 얘기했다. 기분 좋은 에너지가 사방에 퍼진다.


이름표에 적힌 직원의 이름을 불러주며 '00님, 당신 덕분이에요'라고 말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그녀의 이름은 생각나질 않는다. 이런 상황은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지만 이런저런 생각이 스치며 그녀의 미소와 존재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아주 깨끗하고 좋은 향기처럼 계속해서 나를 따라오는 듯했다.


서점에서 안고 나온 새 책과 그녀가 뿌려준 고운 기운이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살다 보면 괜히 웃음이 나는 그런 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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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595RNppoSA8?si=NkySqrD3J1JtrC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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