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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화
무명의 노래 03
오후의 햇살
by
하루하늘HaruHaneul
Jun 27. 2025
오후가 시작됐다
지난 시간이 유혹한다
과거를 팔라고
하루가 꺾이는 시간 허한 마음이 곤두박질이다
고개를 들어 창밖을 본다
낡은 건물에 빛의 레이스가 드리우고
플라타너스는 서서히 몸을 흔들며 춤을 추기 시작한다
보도를 가로질러 길게 줄무늬가 생겨난다
거친 항해를 마친 선장의 커다란 등짝 같다
아직 감옥을 벗어나지 못한 무기수일지도 모른다
과거를 팔아야 해
영광과 고통을 드러내라고
멍하니 창밖을 응시한다
낡아빠져 금이 간 담벼락에 드리워진 오후의 햇살
고개를 늘이고 마음을 빼앗긴다
투명한 초록이 만들고 빛이 그려낸 반짝이는 레이스
한껏 움츠린 어깨가 내려간다
바보가 웃는다
햇살 가득한 오후가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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