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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의 이야기/쓰레기(AI Sludge)

쓰레기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있다

by 하루하늘HaruHaneul

누구에게 무얼 의지하고 있고 무얼 서서히 잃어가는가.


손쉬운 것들에 잠식당해 스스로 내어준 자신의 능력. 어디까지 내어줄 것인가에 대한 생각이 드는 기사였다. 원격근무가 가능한 한 명의 지원자를 뽑는 3년 정도 경력이면 지원 가능한 글로벌 테크회사의 구인광고. 12시간 만에 400명, 하루가 지나자 600명으로 며칠 만에 1200명의 지원서가 도착했다. 정확히는 영혼실종의 AI생성 자소서. 인력으로 판별하기에 너무 방대한 특이점이 없는 비슷비슷한 쓰레기가 짧은 시간에 양산됐다는 얘기다.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구인구직은 어렵다. 그 사이 간극 때문이다. 회사에서 원하는 사람과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동시에 조건을 만족하지 않는 것도 이유지만 궁극에는 모두가 원하는 것은 한정된 것이라는 부분이다. 이미 예견된 AI의 공격이지만 많은 자리를 내주고 실직한 사람들은 늘어만 가는 것이 현실이다. 기업에서 원하던 그 한자리를 위해 동시접속하여 인공지능에게 자신의 자소서를 부탁한다. 그 보다 더 심층적인 면접을 대비해 구독을 하며 더 높은 사양의 지능을 요구한다. 그 한자리에 들어가는데 지원자는 얼마나 더 많이 지불하고 인공지능이 써준 자신에 대한 이야기에 만족할 수 있을까. 깔끔하고 완벽해 보이는 그 자소서가 자신을 대변할 수 있기는 한 걸까?


아주 예의 바르게 흠결 없이 자연스러움을 가장한 한 장의 자소서. 그 글 속에서 어떤 변별력을 읽어내야 원하는 인재를 골라낼 수 있을까? 인사담당자의 인공지능도 덩달아 바쁘다. AI를 사용한 내용을 삭제시키고 골라내 달라는 요구사항을 넣고 더불어 인성과 공감능력까지 체크해야 하니 조금 더 고급 사양의 인공지능을 결제한다. 보이지 않는 온라인에서 무의미하고 소모적인 싸움이 시작됐다. 오랜 경력의 노련한 인사과 직원이 해결할 수 있는 일과 글로 인간을 배운 인공지능에게 자신의 소개를 맡기고 원하는 것을 얻겠다며 아웅다웅이다.


'스스로'라는 말과 '수월하지 않게'라는 말의 함축적인 의미를 되새기게 되는 글이었다.


비록 긴 시간과 싸웠고 녹록하지 않았으며 덕분에 만들어진 견고함이라는 과거를 인공지능은 어떻게 이해했을까? 그 과정이 만들어준 인간의 성찰을 결과만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를 더해서 불필요한 소모전은 어디서든 비생상적임을 떠올린다.


취업과 도전과 이직의 사이를 건너 다니는 자식을 둔 어미의 마음으로 지금 이 시간을 같이 바라본다. 세상이 어떻게 변하고 그 사이 그 녀석은 어떤 길을 가고 있는지 생각을 한다. 머리를 싸매고 질문을 할 때 무슨 말을 해줄까, 어떤 방향을 같이 바라봐 줄까 생각하며 기사를 읽는다.


기술이 발전해도 '불필요함'은 필수조건일까? 부질없는 속도, 쉬운 접근이 가져다주는 어설픈 생산성, 아무 문이나 마구 두드리는 무모함, 가벼운 것들의 행진... 자신을 붙들어 매는 것이 인공지능은 아니길 바라본다.


더불어 불편한, 오래된, 묵직한, 아주 어려운, 그리고 느린 것들에 대한 편애도 떠올려본다.







https://youtu.be/k4 V3 Mo61 fJM? si=FFBIViTRduEy5 Vg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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