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에필로그
내 나이 마흔, 에세이를 좋아하지도, 제대로 읽어본 적도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새 가을이 되었고, 지금 나는 곧 출판을 앞두고 있다.
삶은 계곡물처럼 거칠고 유속이 빠르다. 정신없이 휩쓸리다 잠시 수면 위로 얼굴을 내밀고 뒤돌아볼 때에야 내 삶의 궤적이 보인다. 저 멀리 굽어 내려온 물길을 바라보면, 그중 가장 크게 솟아오른 이정표 같은 순간이 바로 ‘출판 제의’였다.
내가 쓴 글을 읽은 출판사 대표님께서 먼저 메일을 보내오셨다. 글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나와 비슷한 떨림과 기대였으리라. 하지만 그 순간의 나는 글 속의 두근거림보다, 감정이 엉키고 엉켜 배수구에 걸린 머리카락처럼 검은 웅덩이에 빠진 것 같은 기분에 가까웠다.
왜 그랬을까?
당신도 의문을 느낄지 모르지만, 그 이유는 단순하다.
지금 당신에게 누군가 이렇게 말한다고 상상해 보라.
“당신의 글이 마음에 듭니다. 책으로 내고 싶습니다. 계속 써주세요.”
가장 먼저 튀어나올 감정은 아마 기대보다 의구심과 불안감일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어쩌면 이 글을 읽으며 당신은 이미 이런 결론을 내렸을지도 모른다.
“너는 글을 잘 쓰겠지. 에세이를 엄청 읽었겠지. 경험도 많겠지.”
스스로 내세울 것이 많으면 좋겠지만, 솔직히 말하면 나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이런 말을 해도 ‘믿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믿음을 얻기 힘든 세상이다.
신뢰란 개인의 주장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솔직한 마음으로 꾸준히 이야기를 건네는 것이 기본이고, 그 끈질긴 인내 끝에 겨우 ‘공감’이라는 문 앞에 서게 될 뿐이다.
요즘처럼 인연이 빠르게 소비되고, 과장이 쉽게 난무하는 시대에 이 모든 것을 충족시켜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시작은 언제나 솔직하고 조용한 자기 고백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나는 나의 부족함을 고해성사처럼 꺼내놓았다.
그럼에도 당신의 시간이 허투루 소비되지 않도록, 지금부터 쓰게 될 글이 어떤 글인지 먼저 소개하고자 한다.
이 브런치 북은 나 같은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다.
글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누군가에게 작은 희망이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마음속에 묻혀 있던 당신의 이야기도 언젠가 세상 밖으로 걸어 나오길 바란다.
이 글은 마흔 이후 브런치에서 독학으로 글을 쓰며 출판 제안을 받고 『행복한 사람은 글을 쓰지 않는다』를 출간하기까지의 과정과 기술을 솔직하게 나누는 기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