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같은 일상에서 나를 구한 건 글쓰기였다
아침 6시에 눈을 떴다. 혹시나 못 들을까 봐 맞춰놓은 세 개의 알람 중 마지막이 울리고 나서야 겨우 정신을 차렸다. 이제 물러설 곳이 없다. 더 늦추면 지각이다. 삐걱거리듯 무거운 눈꺼풀을 억지로 들어 올리고 몸을 씻었다.
지하철역으로 내려가는 길이 마치 수련을 떠나는 깊은 동굴처럼 멀고 아득하게 느껴졌다. 내가 일하는 곳은 집에서 지하철로 한 시간, 거기서 버스로 환승해 10분을 더 가야 한다. 서울에 사는 사람이라면 멀다고 느끼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부산에 사는 나에게는 꽤 먼 거리다.
그렇게 회사에 도착하면 문을 들어서는 순간부터 뇌는 잠시 옆에 내려둔다. 일정에 따라 몸은 프로그래밍된 것처럼 움직인다. 가끔은 체력을 넘어서 영혼까지 녹여 연료로 쓰며 움직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이성이 돌아오는 시간은 오후 6시쯤이다. 하지만 정신이 돌아왔다고 특별한 일이 있는 건 아니다. 동영상의 ‘역재생’ 버튼을 누르듯 그대로 집으로 돌아갈 뿐이다.
반복되는 일상. 특별한 일도, 기억에 남는 일도 없는 하루.
오늘 하루를 ‘복사–붙여 넣기’ 하듯 다섯 번 반복하면 일주일이 지나고, 그것을 수십 번 반복하면 일 년이 완성된다. 요즘 같은 세상에 별일 없이 지내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지만, 그와는 별개로 설명하기 어려운 공허함이 있다.
‘공허하다’라는 단어를 사전적으로 찾아보진 않았지만, 말 그대로 뭔가 비어 있다는 뜻일 것이다. 마음속 어디쯤 알 수 없는 공간에, 통풍 걸린 뼈처럼 건드리면 욱신거리는 텅 빈 감정 하나가 자리하고 있었다.
사는 데 큰 결핍이 있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억지로 채워 넣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나는 가끔 시간이 날 때마다 문득 궁금했다.
대체 내 마음은 무엇이 부족해서 허기를 느끼는 걸까?
하지만 비어 있는 것은 실체가 없다. 그래서 공허함의 이유는 대개 명확하지 않다. 결국 모른 채 일상을 이어가는 것이 우리 인생이다.
그러던 어느 날, 지인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얼핏 보니 화면 위로 글자가 빼곡히 정렬되어 있었다. 나는 고개를 빼꼼 내밀고 물었다.
“그게 뭐야? 웹소설 읽어?”
“아니, 브런치라고… 요즘 관심 있는 작가가 있어서 자주 읽어. 웹소설은 아니고 에세이가 많아.”
“작가? 에세이?”
짧은 대화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 안에서 검색을 해봤다. 한마디로 말하면, 자신이 원하는 글을 발행하고 읽을 수 있는 플랫폼이었다. 주제는 다양했지만 대부분이 에세이였다.
‘에세이라…’
관심이 갔다. 책을 출판하지 않아도, 글을 쓰기만 하면 누군가 읽어주는 공간이 있다는 게 신기했다. 사람들과 소통도 거의 하지 않고 혼자만 지내다 보니, 이렇게 활성화된 곳이 있는 줄도 몰랐다.
그 이후 나는 시간이 날 때마다 브런치에서 글을 읽곤 했다. 출간 형식이 아닌, 자유롭게 올라오는 다양한 글들을 보는 것이 낯설면서도 새로웠다.
Q) 브런치 스토리는 무엇인가?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글이 작품이 되는 공간”이라고 적혀 있었다. 나무위키에는 “카카오에서 운영하는 글쓰기 플랫폼”이라고 나와 있었다.
주류는 역시 에세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수필을 많이 읽게 되었다. 사실 꼭 에세이여야 할 필요는 없다. 다만 많은 사람들이 쓰고, 읽는 글이 그러했을 뿐이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에세이를 한번 써볼까?
이 글은 마흔 이후 브런치에서 독학으로 글을 쓰며 출판 제안을 받고 『행복한 사람은 글을 쓰지 않는다』를 출간하기까지의 과정과 기술을 솔직하게 나누는 기록입니다.